조기취업, 중소기업과 대학이 손을 잡고 내세우는 최신 채용 트렌드다. 조기 취업은 4학년 마지막 학기에 취직을 하면 출석을 인정해주는 제도다. 중소기업은 대학으로부터 검증된 인력을 제공받고 대학은 학생의 취직을 보장하니 건강한 상생을 도모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중소기업은 아직 이수하지 않은 학점을 빌미로 열악한 노동 환경을 학생에게 강요한다. 취업 브로커로 전락한 대학은 목표 취업률을 달성하기 위해 학생을 헐값에 팔아넘기기 급급하다. 조기취업의 달콤함, 그 이면의 살벌함을 맛본 A씨의 사연을 들어보았다. 

현재 어떤 일을 하고 있나?
A 귀금속 회사의 공장에서 생산직으로 일하고 있다. 반지를 각인하거나 도금하는 일을 하고 있다.

회사는 어떻게 알고 들어갔나?
조기 취업 했다. 조기 취업은 졸업 전에 취업을 하면 정규 수업의 출석을 대신할 수 있는 제도다. 시험만 치르러 가면 학점을 인정해준다.

조기 취업이 문제가 되기도 하나?
중간에 해고가 되거나 그만두면 출석이 인정되지 않는다. 출석이 인정되지 않아 졸업 이수 과목이 F학점이 되면 한 학년을 더 다니거나 졸업 논문을 다시 써야 한다. 보통 학교 규정 상 4번 정도 수업을 빠지면 F학점을 받는다. 4주가 지나면 어쩔 수 없이 회사에 다녀야 하는 것이다. 부당한 대우를 당해도 행여나 졸업에 영향이 갈까 참는다. 그래서 4주차가 지나고 나면 본색을 드러내는 회사가 있다.

본색을 드러낸다는 게 어떤 건가?
판매직으로 조기 취업한 내 친구는 “지금 잘리면 출석이 인정이 안 돼 졸업을 못할 거다. 물건 팔아오라.”고 협박을 들었다. 하지만 4년 간 대학을 다녔다고 해도 현장에서 실적을 내는 데에는 차이가 있다. 그래서 주7일을 근무하게 되기도 한다. 결국 학점은 인정받았지만 돈은 받지 못했다. “내가 이 정도 해준 것도 고맙게 여기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본인도 그런 대우를 받은 적 있나?
그나마 나는 형편이 좋은 편이다. 다른 친구는 3개월 간 월 80만원을 받으며 인턴으로 일한 후 정규직이 되면 월 270만원을 받을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정규직으로 전환할 때쯤 되면 “우리랑 안 맞다. 일을 못한다.”며 트집을 잡아 관두게 했다고 한다. 또는 “3개월 간 인턴을 했지만 부족한 것 같다.”며 인턴 기간을 늘리기도 한다. 내가 아는 선배 같은 경우 1년 가까이 월 60만원을 받으며 인턴으로 일했다고 한다.

근무 시간은 어떤가?
주5일제 완전 시행이다 하는데 그리 달가운 일은 아니다. 6일을 일하게 될 일을 5일 만에 끝내야 하니 잦은 야근은 기본이다. 9시간 일을 해야 하는데 12, 13시간씩 일하게 된다.

왜 일이 길어지게 되는가?
정규 근무 9시간에 끝낼 수 없는 일을 주어서 일을 자발적으로 하게 만든다. 하루에 개인이 생산할 수 있는 물건이 70개라고 하면 회사에서 270개를 주문한다. 사장이 옆에서 지키고 있으니 신입 사원인 우리가 그냥 갈 수도 없다. 그러면서 “우리는 억지로 야근 안 시켰다. 너희가 알아서 남은 거다.”라고 한다.

야근수당은 주는가?
야근 수당을 받는 게 이상한 분위기처럼 되어 있다. 제시간에 퇴근하는 사람, 야근 수당 요구하는 사람을 회사사정을 이해해주지 않는, 야박한 사람으로 만든다. 어린 학생들이 이 분위기에 휩쓸려 자신의 권리를 포기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야근 수당을 달라고 한 사람을 본 적이 없다.

근속 연수는 어떤가?
10명 중에 7명 정도는 1년을 채우지 못하고 나간다. 판매직의 경우는 1년 가까이 일을 하면 월급을 올려주어야 하기 때문에 관두게 한다고 한다. 신입을 일주일간 교육시키면 할 수 있는 일이라 값싼 인력을 쓰려고 하는 것이다. 모든 업체가 그런 건 아니지만 직원들 사이에서 “어디는 1년 지나면 자른다.”는 소문이 돈다. 그런 회사들은 구인 공고를 자주 내더라.

아직 회사를 계속 다니고 있는 이유는 뭔가?
결국 나중에 내 회사를 차리고 싶기 때문에 힘들어도 참고 배우고 있는 것이다. 졸업 요건은 채웠지만 앞으로의 비전을 위해 남아있다.

회사를 소개해준 교수를 원망한 적은 없나?
교수님을 원망하진 않았다. 학교나 학과에서 교수들에게 취업률이 몇%가 넘어야 한다고 압력을 넣는다. 날 소개해준 교수님은 취업률이 낮더라도 학생들의 미래를 생각해야 하지 않겠냐고 하시던 편이었다. 어떤 교수님은 일단 보내고 보자는 식이다. 그런 교수는 학생들이 원망을 많이 해서 졸업식 때도 안 보려고 한다.

조기취업을 생각하는 친구들에게 하고 싶은 말 있나?
일단 잘 알아보고 가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신입사원에게 처음부터 많은 돈을 줄 수가 없다. 큰돈을 준다고 하는 곳은 뭐 하는 곳인지 직접 알아봤으면 한다. 교수님이나 학과에서는 무조건 좋다고 하니 학과 선배나 현재 일 하고 계신 분에게 물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