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발생한 세 모녀의 죽음 이후, 복지는 사회적 화두로 떠올랐다. 언론의 질타를 받던 보건복지부는 허겁지겁 3월 한 달간 복지 사각지대를 일제히 조사하겠다고 밝히며, 뒤늦게라도 복지 소외계층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복지서비스를 직접 제공하며 복지제도를 지탱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처우는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보건복지 관련 업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은 각자의 애환을 이야기하기 위한 자리를 스스로 마련했다. 기자라곤 학생 기자와 고함20 기자, 총 2명뿐이었다. 회의실 안에서만 맴돌다 사라질 뻔한 사회서비스 노동자들의 삶을 세상 밖으로 꺼내보고자 한다.

지난 11일은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취임한 지 100일째 되는 날이었다. 이날, 서울 중구 정동 경향신문 건물 13층에 마련된 민주노총 중회의실에서는 ‘보건복지부가 만들어낸 불안정한 일자리, 저임금 노동자들의 목소리!’ 집담회가 열렸다. 공공운수노조연맹 사회복지지부, 사회서비스노동조합 보육협의회, 의료연대 돌봄지부, 전국 장애인활동보조인노동조합, 민주노총 서울본부 서울일반노조 한국보건복지정보개발원 분회 총 5팀의 대표자들이 모여 각 복지 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실상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첫 번째 발언을 맡은 사회복지지부 신형섭 조직국장은 “잘 모르는 사람들은 사회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들이 공무원일거라고 생각하지만, 사회복지시설 대다수는 민간위탁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사회복지 서비스가 민간에 의해 운영되면서 공공성을 상실하고, 갖가지 비리 문제가 터져 나오고 있음을 밝혔다. 그는 “장애인거주시설의 경우, 장애인들을 염전에 팔기도 한다. 그리고는 장애인 한 명당 정부지원금이 나오니까, 시설에 없는 사람을 있는 것처럼 꾸며서 정부지원을 받기도 한다”며 복지부의 허술한 관리·감독을 지적했다. 노동자의 처우에 관해서는 서울시를 예로 들며 “최근 서울시가 뉴딜일자리라면서 지역 아동센터에 상시 일자리를 만든다고 한다. 서울시에서는 상시 업무라고 하지만, 거기서 일하시는 분들은 1년에 10개월만 일하고, 쉬다가 다시 일자리가 만들어지면 일할 수 있다”며 사회복지 노동자들의 불안정한 고용상태를 토로했다.


이어서 서경지부 보육협의회 김지원 지부장은 자신의 경우를 예로 들며 “출근 중 쓰러져서 응급실로 옮겨졌다. 그런데 나를 대신해서 반을 맡아 줄 교사가 없다는 전화가 어린이집으로부터 와서 중간에 링거를 뽑고 출근했다”며 보육노동자는 휴식시간이나 연차를 보장받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출산·육아 휴직도 마찬가지여서 임신한 보육노동자들은 퇴사 요구를 받거나 과중한 업무로 인해 유산하는 경우도 발생한다고 전했다. 김 씨에 따르면 보육노동자들은 현재 시행되고 있는 
영유아보육법으로 인해서도 고통받고 있다고 한다. 법적으로 아이들의 나이에 따라 교사 한 명당 아이들이 적게는 3명, 많게는 20명까지 할당되기 때문이다. 그는 “어린이집 이윤 창출에만 도움이 되는 초과보육을 허용해준 복지부는 보육의 질을 높이고자 하는 바람을 갖고 있는지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세 번째 발언자인 의료연대 돌봄지부 박대진 사무국장은 노인돌봄서비스의 질이 향상되기 위해서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요양보호사의 처우 개선이 필요함을 이야기했다. 그에 따르면 복지부는 2007년 7월 시행된 노인장기요양보험법을 제정할 때만 해도 요양보호사의 처우를 초등교사 수준의 임금과 합격률 정도로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현재 요양보호사들은 24시간을 일해야 120만 원을 벌 수 있다. 요양보호사 자격증의 경우,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사람만 100만 명이다. 박 씨에 따르면 “복지부가 노인돌봄서비스 또한 민간에 위탁해 이들끼리의 경쟁이 심화하면서, 노동자들은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 격으로 열악한 처우를 받고 있다”고 한다. 그는 “요양보호사들은 낮은 임금, 근골격계 질환, 성희롱, 성폭행에 시달리고 있다”며 이들의 처우 개선을 위한 법이 시급히 제정돼야 함을 주장했다.

전국 장애인활동보조인노동조합 고미숙 사무국장은 현재 활동보조서비스제도 내에서 서비스이용자인 장애인, 중개기관, 코디네이터, 활보인(활동보조인)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그는 “중개기관은 복지부에서 내려온 지침에 따라 적은 비용으로 운영해야 하니, 코디네이터 한 명 당 장애인 30~40명 그리고 같은 수의 활보인들까지 맡게 한다. 코디네이터는 장애인들과 활보인들을 적절히 매칭시킬 수 없고, 그에 따라 발생하는 갈등도 원만히 해결하지 못한다”고 전했다. 이어서 그는 활보인과 고용주인 장애인 사이의 갈등이 가장 크게 두드러진다며 “노동자 성비가 여성과 남성 각각 9:1이다 보니, 여성 활보인이 남성 장애인을 돌보면서 서로 인권침해를 당한다. 결국, 둘 중 하나는 관두는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고 전했다. 고 씨는 복지부가 활보인을 직접고용 한다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만, 복지부는 재원 부족 등의 이유로 이를 회피하고 있다고 한다.

마지막 발언을 맡은 한국보건복지정보개발원 분회 봉혜영 사무국장은 “복지부가 이름에 걸맞지 않게 복지부 산하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의 노동력을 착취해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복지부를 비판했다. 한국보건복지정보개발원은 복지부 산하에서 복지 관련 프로그램을 개발·관리하는 곳으로, 2012년 12월 고객상담부 비정규직 노동자 42명을 해고했다. 봉 씨는 “복지기관에서 사용하는 전산시스템 사용법과 오류에 대해 상담 하기 때문에 3~6개월 이상의 숙련이 필요한 곳이다. 하지만 숙련 노동자인 우리를 해고하고 3개월, 6개월 단위 계약직 노동자를 고용하니 상담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며 “복지부가 해결해야 하는 문제임에도 민간에만 맡기고만 있다”고 말했다.

이날, 대표자들은 ▲민간위탁 운영으로 인한 사회서비스의 공공성 상실 ▲지자체의 인건비 확보 문제와 지급 방법의 통일성 부재 ▲사용자의 최저임금법·근로기준법 위반 ▲노동 감시 문제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보건복지부의 책임 회피 등을 공통으로 언급했다. 이들은 복지비스를 제공하는 노동자들이 언제 해고될지 모르는 불안정한 고용조건 아래서 강도 높은 노동시간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을 받으며 일하고 있음을 전했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동자들이 열악한 노동 환경에 처함에 따라, 이용자가 받는 서비스의 질도 자연스레 낮아질 수밖에 없었다.

집담회 사회를 맡은 사회서비스시장화 저지 공동대책위원회 한대식 집행위원은 “고용노동부와 복지부는 작년 일자리 창출, 특히 여성일자리 창출에 이바지했다고 한다. 새로이 생겨난 일자리 대부분이 사회서비스 영역인데, 정부는 일자리의 질보다 수치만 보고 고용률이 올랐다며 자화자찬하고 있다”고 정부를 비판했다. 이어 그는 “정부가 노동자들이 이런 일자리에서 질 좋은 사회서비스를 제공하길 바란다면 우리가 하는 말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