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간된 지 3개월 됐는데, 여기저기 불려 다니다 보니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게 되더라고요. 줄곧 이십대의 반응이 궁금했습니다. 단순히 ‘책이 어떻다’를 말하는 자리가 아니라 함께 앉은 토론자와 함께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12일 오후, 오찬호 씨는 ‘저자와의 대화’를 시작하며 이렇게 말했다. 작년 12월 출간된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의 주장과 더불어 토론이 이루어진 이 자리는 서강대 사회과학연구소에서 주최해 만들어졌다. 오찬호 저자를 비롯해 <논객시대>의 저자 노정태 씨, 서강대 김원진 씨(신문방송, 08학번), 송인호 씨(물리학, 13학번)가 토론 패널로 참여했다. 학생과 교직원, 외부인 등 총 60여 명이 참석해 서강대 다산관 503호 앞은 행사 전부터 북적였다.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 저자와의 대화에는 약 60여 명이 참석했다. ⓒ 서강대 사회과학 연구소

사회를 맡은 사회과학연구소 정유성 씨는 우선 오찬호 저자의 책 내용 소개를 부탁했다. “이 책은 아주 순수한 연구주제로 시작되었습니다”라며 오 씨가 요약 발제를 시작했다. “KTX 비정규직 여승무원들이 정규직 전환 요구를 한 사건에 대해 수업 도중 한 학생에게 물어봤더니 예상과 전혀 다른 반응이 나왔습니다. 지위가 전환되어야 한다는 주장에 반감을 느끼며, 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 거였습니다. 그게 대학생을 주제로 한 연구의 시작입니다.”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이하 우차찬)>의 부제는 ‘괴물이 된 이십대의 자화상’이다. 책의 요지는 첫째, ‘능력주의에 대한 확신’ 이데올로기가 이십대 사이에서 뚜렷하게 자리하고 있다는 점이다. 투자 대비 성과를 얻어내지 못한 사람이 더 많은 노력의 상징인 ‘정규직’을 요구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반응을 대다수 대학생들에게서 동일하게 발견했다는 것. 여타 노동 현안에서 더 나아가, 학교나 학과 이름으로 또는 정시-수시 차이 등으로 발생되는 일상적인 차별 논리가 동일하다는 판단에까지 이르렀다고 오 씨는 설명했다.

대다수가 근 미래에 비정규직 노동자가 될 것임에도 이십대가 비정규직 문제를 스스로 재생산하고 있는 모순적인 상황에 대한 오 씨의 진단은 ‘자기계발 논리’였다. “노력하면 성공한다는 산업화 시대의 모델이 더 이상 성립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른바 IMF 키즈들은 경쟁을 내면화한 세대로서 다른 사람과 끊임없이 비교하며 자신의 억울한 상황을 자책하고, 이를 이겨내는 것으로 취업에서 더 괜찮은 것을 얻어가고자 자기계발에 더 몰두하게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일그러지는 개인이 등장할 수밖에 없습니다.”

오 씨는 공정성과 관련된 부수적 요소들이 없는 상황에서도 능력주의를 신뢰하는 모순과 더불어, ‘사회가 바뀔 수 있다’는 믿음을 20대 스스로 원천 봉쇄하고 있는 상황을 비판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좋은 게 좋은 게 아니냐, 비판적으로 바라보기보다는 그냥 인정해라. 사실 이런 논리구조를 경영학이 많이 가지고 왔죠. 그래서 좋은 학점으로 나를 잘 상품화하기 위해 외국 장기간 거주 경험자가 초급 영어 강의를 듣는 등 기이한 상황이 여기저기서 벌어지는 겁니다.”

오 씨의 발제가 끝난 뒤 청년 논객 노정태 씨의 반론 순서가 이어졌다. “자기계발이 실제로 지난 10년 간 엄청나게 증가했고, 자기계발을 했다는 사람들의 생활이 더 비참해지는 역설적인 상황에 대한 진단은 유의미합니다. 그러나 오찬호 씨의 분석은 다른 시간대의 20대를 현재와 일률적으로 비교한 점에서 어폐가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김영삼 정부 이전 대학 진학률이 전체 고등학생의 10% 내외였던 시절에는 20대의 일탈을 대부분 눈감아주는 분위기였다면, 현재는 대학생이 더 이상 특권층이 아니라는 것이 노 씨의 주장이었다. 즉, 20대는 세대론적으로 특별해서가 아니라, 단지 ‘사회 다른 계층과 비슷하게 몰상식을 보이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노 씨는 다음과 같은 말로 반론을 끝맺었다. “결국 이 주장은 20대를 문제의 근원으로 놓고 욕하는 기존의 논의 구도를 반복한 것 같습니다. 현대 사회 전체가 이전보다 훨씬 더 불공평에 대한 관용이 많고, 그것은 전 세대에 의해 유지됩니다. 대학생을 비난하는 것은 논의가 정확히 성립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해 오 씨가 재반론을 시도했다. 모순은 사회 전체에 내재되어 있지만, 가장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세대가 20대라는 것이 주장의 핵심이라고 오 씨는 말했다. 본인이 20대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20대의 문제에 개입한 것은 더 나은 사회를 구축하고자 하는 시도였다고 설명했다. 이와 더불어 오 씨는 “세대 간 오가는 평가에 대해 유연해져야 한다”는 말을 덧붙였다. “대안 없이는 비판도 하지 말라는 목소리가 팽배하고, 20대의 문제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말라는 말도 많이 듣습니다. 하지만 의미 있는 발언도 차단하려는 프레임은 좋지 않다고 봅니다.”

뒤이어 오찬호 씨의 수업을 수강한 김원진 씨의 발제가 이어졌다. 김 씨는 20대로서 <우차찬>의 논지에 상당히 동의한다고 말하며, “20대가 순결한 피해자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남들이 언급하지 않는 지점을 부각시켰다는 점에서 이 책은 “일종의 악역을 맡았다”고 말했다. 뒤이어 서강대 물리학과 송인호 씨(21)는 자기 계발 담론이 물론 광범위하게 소비되고 있으나, 그것은 “사회에 맞추고 싶어서가 아니라, 맞추어야 해서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하며 오 씨의 주장을 일부 비판했다. 그러나 송 씨는 “오찬호 선생님의 강의를 듣고 깨달은 바가 많아서, 이 책을 읽으면서도 마치 일기를 보는 것처럼 와닿은 부분은 많다”고 말했다.

‘저자와의 대화’ 마지막 순서는 청중과의 질의응답 시간이었다. “차별을 더 많이 받을 만한 20대도 많이 있는데, 이 담론의 의미가 소위 좋은 대학이라 불리는 곳 안에서만 의미가 있지는 않은가“ 하는 한 대학생의 의문이 처음 제기되었다. 이에 대해 오찬호 씨와 노정태 씨 등이 주장을 일부 인정하면서, “좋은 대학은 덜 필요하고, 나쁜 대학은 더 필요하다는 식의 양분법은 다소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노 씨는 덧붙이는 발언에서 “어떤 일에서든 가해자와 피해자는 양분되는 것이라기보다는 상당히 복잡하게 얽혀 있습니다. 오히려 대립 구도에서 방관자는 훨씬 많습니다. 방관자가 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또한 “내가 어떤 ‘세대 단위’에 속해있는가를 우선 인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찬호 씨가 행사 이후 단행본에 서명을 해준 뒤 학생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서강대학교 사회과학 연구소

이어서 자신을 시의원이라고 소개한 여성은 ”20대가 차별에 찬성하기 때문이라기보다는, 다른 세대에게 책임을 묻고 연대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지 않냐“고 저자에게 물었다. 오 씨는 이에 대해 ”이 책이 바로 연대를 왜 하지 않는가, 에 대한 책“이라고 답했다. ”저는 세대 간 갈등이 아니라, 완전히 인간 외적인 것을 요구하는 것에 대해 문제제기한 것입니다. 연대를 하지 않는 이유는 파편적인 자기 계발 논리에 장악당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자와의 대화’ 행사 이후 마지막 발제를 맡았던 송인호 씨는 “생산적인 논의를 만든다는 것 자체가 어려웠지만, 다른 시각이란 무엇일까 생각하는 과정이 뜻깊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친구의 추천으로 본 행사를 알게 되었다는 공영훈(심리학, 11) 씨는 “토론 분위기 자체를 느껴보면 좋겠다 싶어서 들어본 건데, 나와 밀접하게 결부된 이야기들이 많아 충격적이기도 했다”며, 앞으로 이런 자리를 자주 찾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차진영(정치외교, 11) 씨는 “책을 읽을 때에는 그저 그런 공감을 했는데, 토론을 들어보니 생각보다 문제가 훨씬 복잡하고 생각할 거리가 많은 것 같다”며, 다른 친구들에게도 책이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