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피는 춘삼월이다. 새내기들이 옹기종기 모여 여러 동아리를 살피는 동안, 학내 단체들은 매의 눈으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다. 새
내기를 유혹하는 그들의 수단은 다름 아닌 포스터. 오로지 단체를 홍보하겠다는 일념 하나로 종횡무진 게시판을 오가는 사람들의 모습은 혁명전사요, 예의 차리지 않고 포스터를 덕지덕지 붙여대는 현장은 가히 총성 없는 전쟁터라 할 만하다. 전시에 돌입한 탓인지 학내 게시판들은 모두 아노미 상태에 빠진 상태다.
  
 

제목_없음

우리도 새내기가 필요해-포스터 위 포스터 위 포스터 ⓒ고파스 보해미펑

 
 
학내 포스터 전쟁의 ‘왜’와 ‘어떻게’

이전까지 과열된 포스터 경쟁을 진화하던 소방관은 학내 청소노동자들이었다. 그런데 지난 4일 전국 14개 대학의 비정규직 청소노동자들이 파업하면서 숨겨져 있던 문제점이 고스란히 수면 위로 떠올랐다. 무분별하게 부착된 포스터가 캠퍼스의 미관을 해친다는 학생들의 불만과 함께, 과도한 종이 쓰레기는 새로운 골칫거리로 부상했다.
 
포스터 전쟁의 발발 원인은 간단하다. 학내 단체 차원에서는 어떻게 해서든 새내기의 눈에 많이 띄어 존재를 알리고 구성원을 재생산해야한다. 학교 인터넷 커뮤니티가 활성화되어 있지 않거나 여타 온라인 홍보가 마땅치 않은 경우 오프라인 홍보는 더욱 절실해진다. 
 
이렇듯 홍보 장소가 필요한 단체는 차고 넘치는 데 비해 학내 캠퍼스의 게시판은 한정되어 있다. 여기에 외부 단체나 기업체까지 가세해 대량으로 포스터를 실어 나른다. 이는 오래지 않아 남의 홍보물을 뒤덮는 부도덕한 행위를 낳았다. 너나 할 것 없이 홍보에 열을 올리는 동안, 뒤돌아서면 애써 붙여놓은 포스터가 다른 홍보물로 뒤덮이는 참사가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포스터 4~6장을 이어 붙여 도배하는 몰상식한 행위가 은근슬쩍 자리 잡기도 했다. 한 장만 붙이면 금세 뒤덮여 새벽 댓바람부터 나선 의미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또는 게시판의 빈틈을 찾지 못해 허가받지 않은 곳에 포스터를 붙이기도 한다. 누군가 통제하거나 관리하지 않는 이상 울며 겨자 먹기로 계속해서 포스터를 붙여야 하는 실정이다.
 
규제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청소노동자 파업이 철회되고 다시금 캠퍼스는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전혀 해결되지 않았다. 지난 보름 간 아노미 상태에 빠졌던 게시판은 그 기능을 상실했고, 포스터를 붙이는 사람과 보는 사람 모두에게 루즈루즈(lose-lose) 게임이 되었다. 

 

이에 고려대학교 총학생회 측은 직접 정화활동에 나서기도 했다. 도배된 포스터를 수거하거나, 포스터를 과도하게 붙인 단체에 연락을 취해 자정을 부탁했다. 이밖에도 학내 단체를 위한 홍보 방안을 마련하고 학교 측에 게시판을 추가로 설치할 것을 요구했다.
 
많은 학교가 학생 홍보물 부착에 관한 자치규약을 마련해놓고 있지만, 실질적인 규제와 관리로 이어지지 않아 유명무실화된 경우가 많다. 혹은 규약이 단과대별, 게시판별로 상이하거나 홍보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혼란을 겪기도 한다. 자유가 그 자체로 자유를 가져다주기도 하지만, 때로는 규제가 우리를 자유케 하듯 새로운 포스터 문화를 정착시켜 이를 윈윈(win-win) 게임으로 가는 티켓으로 삼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