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젊은 애들은 눈만 높아서 중소기업에 들어가려 하지 않아”, “대기업은 어려우니까 중소기업에 들어가라. 네가 키우면 되지!” 청년 실업률은 나날이 높아지는데, 중소기업은 인재가 없다고 하소연한다. 두 난관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찾은 방안은 청년들을 중소기업에 밀어 넣기였다. 어른들도 중소기업을 꺼리는 청년들을 꾸짖기 시작했다. 청년들은 혼란스럽다. 중소기업에라도 들어가긴 해야겠는데… 그런데 언론은 끊임없이 중소기업이 겪는 어려움을 보도하고, 중소기업에 들어간 선배들은 이직을 했거나 준비 중이란다. 
 


진짜 중소기업은 어떤 곳일까? 고함20은 중소기업에 재직 중인 20대 5인을 만났다. 그들이 말하는 중소기업은 어떤 곳일까? 소문만 많고 실체는 알려지지 않은 중소기업의 면면을 살펴보자.





중소 디자인 에이전시에 근무하는 A씨(29)는 시각디자인과를 졸업한 디자이너다. 그를 인터뷰하고 나서, TV 프로그램 등 미디어를 통해 얻은 디자이너에 대한 환상이 산산조각 났다. A 양의 회사는 휴가를 쓸 수 없고, 야근수당과 휴일수당이 없다. 근 1년간 야근하지 않았던 날은 추석 전날과 설 전날뿐이었다고 한다. 질문을 할수록 오히려 기자가 처참한 기분이 들어, 회사 복지를 아무거나 소개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녀는 진지하게 회사 복지가 뭐냐고 물었다. 더 이상 어떤 질문도 떠올릴 수 없었다. 구직자들이 중소기업을 꺼려하는 모든 원인을 한 인터뷰에서 만났다. 


디자이너 A(29)씨 ⓒ고함20



Q. 회사 소개를 부탁한다.


우리 회사는 중소 디자인 에이전시다. 여러 회사에서 브로슈어나 카탈로그, 포스터나 리플렛 같은 걸 만들어달라고 의뢰를 하면 만들어주는 일을 한다.


Q. 현 직장은 어떻게 알고 들어갔나?


보통 구직자들이 직장을 구할 때 인터넷 사이트를 이용하듯이, 디자이너들 사이에서도 디자이너를 위한 구직사이트가 있다. 그 곳에서 지금 회사를 보고 지원했다.


Q. 본인은 무슨 일을 하는가.


디자인을 한다. 브로슈어같은 편집물을 주로 다루는데, 간혹 웹사이트 디자인도 한다.


Q. 일반 사무직에 비해 힘든 점은 무엇인가?


야근이 많다. 일을 마치기 위한 시간이 너무 촉박하고 일도 너무 많다.


Q. 야근이 많은 이유가 뭔가?


우리나라는 전반적으로 디자인에 가치를 크게 두지 않는다. 디자인에 돈을 많이 쓰려고 하지 않는다. 일의 양에 비해서 보수가 적다. 보수가 적다보니 살아남으려면 일을 최대한 많이 해야 한다.


Q. 디자인 업무 외에 잡무의 양은 얼마나 되나?


고객을 상대로 한 전화업무가 많다. 이미 디자인 한 것을 수정하는 업무도 있고. 사실 이런 업무는 기본적이고, 우리 회사는 디자인 외에 인쇄물의 후가공까지 맡고 있다. 디자인을 마친 다음 후가공의 견적을 알아보거나 후가공이 잘 나왔는지 직접 가서 검사하는 일까지 하고 있다.


Q. 그런 일까지 하다보면 디자인에 쏟아 부을 시간이 부족하지 않나.


가장 힘든 부분이다. 디자인 할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전화를 받다보면 오전 업무시간이 지나가 있다.물론 오후에도 전화는 온다. 한 업무의 기한이 일주일이라면, 다른 디자인 수정과 후가공 관리까지 한 후에는 시간이 반 밖에 남지 않는다. 3일 만에 디자인을 뽑아내야 하는 상황이 닥친다.


Q. 주말에도 출근해야 한다고 들었다.


토요일은 거의 매번 근무한다. 일요일은 웬만하면 쉬자는 분위기지만 정말 바쁘면 일요일에도 출근한다. 하루뿐인 휴일이 사라지는 거다. 그럴 땐 정말 너무 피곤하다.


Q. 일이 없는 시기는 없나?


보통 디자인 에이전시는 일이 많은 시기가 있고 없는 시기가 있다. 우리 회사는 유독 바쁜 곳이라 따로 한가한 철이 없다.


Q. 야근은 얼마나 자주 하나?


입사 이래 야근을 하지 않았던 날이 일 년에 딱 두 번이었다. 하루는 추석 전날, 하루는 설 전날이었다.


Q. 야근수당이나 휴일수당은 제대로 지급되나?


그런 거 없다.


Q. 휴일출근이나 야근을 무급으로 하는 건가?


그렇다. 보통 디자인회사들은 다 없는 분위기다. 야근은 기본이고, 밤새는 회사도 많다. 그래도 우리 회사는 ‘밤에 잠은 자자’는 분위기라 좀 편하다. 계속 밤을 새서 몸이 망가지는 디자이너도 많다.


Q. 휴가나 반차 사용 경험은 있나?


휴가는 여름에 한번 사용 하는 게 전부다. 그 외에는 못 쓴다고 보면 된다. 그나마 여름휴가도 처음엔 거의 없고, 연차가 지날수록 하루씩 더 늘어난다. 난 2011년부터 근무해서 지금은 여름에 6일을 쓸 수 있다. 반차도 나에겐 낯선 개념이다. 


Q. 출산휴가나 육아휴직은 사용할 수 있는 분위기인가?


출산휴가를 쓰신 분은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분 말곤 없다. 결혼하면 거의 그만둔다. 본인이 다니고 싶어 해도 회사에서 꺼린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은 여성이 이력서를 내도 ‘이왕 뽑을 거 결혼하지 않은 나이 많은 여자를 뽑자’라는 분위기다. 결혼한 여성은 주로 프리랜서로 일하지만 그것도 힘들다고 들었다.


Q. 연봉은 얼마나 되나?


2400만 원 정도 된다. 우리는 그래도 많은 편이다. 월 100만 원 정도밖에 안 되는 디자인 에이전시도 많다.


Q. 근무조건에 비해 연봉이 너무 박하다.


그래서 보통 디자이너들이 에이전시에 계속 머물고 싶어 하지 않는다. 실력을 쌓고 어느 정도의 위치에 오르면 그만두고 싶어 한다. 회사를 그만 둔 후에는 프리랜서로 일하는 사람도 있지만, 보통 일반 기업의 디자인 파트로 들어가고 싶어 한다. 그곳은 일이 상대적으로 편하다고 들었다.


Q. 직원들 사이에 불만은 없나?


우리 회사는 총 7명이 근무한다. 보통 디자인 에이전시는 다 소규모라서 구성원이 10명을 넘지 않는 회사가 대부분이다. 불만이 있어도 뭐라고 말하기 힘든 구조다. 뒤에서 욕은 하지만 겉으로 드러나진 않는다. 그런 걸 생각하기엔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


Q. 본인은 계속 다닐 계획인가?


올해 이직을 준비 중이다. 우리 회사에서 하는 디자인이 아닌 다른 디자인에 관심이 간다. 지금의 회사나 옮길 회사나 근무조건은 똑같을 테지만, 이왕 힘들 거 내가 하고 싶은 디자인 하면서 하면서 힘들고 싶다.


Q. 근무조건을 개선하고자 하는 욕구가 보이지 않아 놀랍다. 현 직장에 만족하는 건가?


난 시각디자인을 전공했다. 일반 사무직이 아니라 디자이너로 일할 수 있고, 내가 만든 작품에 보람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 좋다. 힘든 삶이지만, 그래도 이런 과정 속에서 내가 성장하고 있음을 느낀다. 나는 결혼 후에 아이를 다른 사람에게 맡겨서라도 계속 근무하고 싶다. 물론 날 뽑아준다면(웃음)


Q. 회사 다니면서 본인의 목표는 뭔가?


일단 올해는 이직이 목표다. 회사를 옮긴 후에는 최대한 오래 남아 있고 싶다.


Q. 본인 회사에 들어가고 싶어 하는 후배가 있다면 무슨 말을 해주고 싶나?


얼마 전 인턴을 새로 뽑았다. 그 아이가 앞으로 겪을 일을 생각하면 참 안타깝다. 그래도 사람이 일을 하지 않으면 자신감이 없어지고 자존감이 떨어진다. 요새는 취업하기 정말 힘들다. 자신이 원하는 회사에 들어가지 못했어도 다른 회사가 받아준다면 일단 들어가라고 말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