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에 대한 인식이 많이 ‘나아졌다’고들 한다. ‘나는 동성애를 지지해’라는 식의 말을 지인들을 통해 들어온 것도 여러 번이다. 그러나 그 뒤에 덧붙이는 ‘나는 아니지만…’, ‘나만 아니면 돼’라는 식의 사족은 동성애 및 성 소수자에 대한 진지한 논의를 차단하게끔 만들었다. 동성애가 그저 ‘사랑의 종류’ 중 하나이고, 누구나 동성애자가 될 수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 아닌 ‘특수한 경우’로 치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2011년 처음 세상에 알려진 단편영화 <사랑만 있으면 돼?>는 우리가 어떤 식으로 동성애에 대해 고민해왔는지를 잘 보여준다. 
 

한 소녀가 있다. 소녀는 일상 속에서의 사소한 차이를 통해 자신이 다른 친구들과 다르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가령, 소녀는 친구들에게 부부놀이를 하자며 자신은 아내가 되고 남자인 친구는 남편이 되자고, 그러면 재밌을 거라 말한다. 현실에선 너무나도 당연한 이 소꿉장난 설정은 영화에선 배척의 대상이 된다. 소녀의 말은 곧 묵살되고 친구들은 소녀가 병에 걸린 것이라며 손가락질한다. 

영화는 ‘동성애자 세상에서 이성애자로 살아간다는 것’이라는 전제를 깔고 시작된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사라지고 ‘로미오와 줄리오’만 남을 뿐이다. 이성애자임이 밝혀지면 주변 친구들의 따돌림과 괴롭힘은 물론, 가족들에게까지 외면받는다. 이성애자인 아이들은 자신의 성향을 숨긴 채 사회가 원하는 ‘정상적인’ 아이로 자라고자 할 수밖에 없다. 

소녀도 자신의 성향을 숨겨보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성’을 향한 자신의 마음이 왜 바르지 못한 것인지 자꾸만 의문이 생긴다. 또 다른 이성애자인 남자아이에게 좋아하는 마음을 고백하지만 그 아이조차 소녀에게 손가락질하며 나는 너와 다르다고 몰아세울 뿐이다. 

주변의 손가락질에도 꿋꿋할 것 같던 소녀는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소녀가 목숨을 끊은 15살이라는 나이는 소녀의 인생에선 길고 긴 순간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영화의 19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은 누군가의 길고 긴 삶의 대변이었을 것이다.

영화는 이러한 전제의 뒤바뀜 속에서 우리를 그 ‘차별의 상황’에 놓이게끔 한다. 동시에 그동안 우리가 어떤 식으로 성 소수자를 대해 왔는지 적나라하게 나타낸다. 그들을 배려하는 척하고 인정한다고 말하는 것의 이면에는 나와 그들은 다르다는 인식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고민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사랑만 있으면 돼’라고 말하는 이들에게 정말 사랑만 있으면 되는 것이 맞느냐고, 그럼 왜 나는 불행한 것이냐고 되묻는다.

아이를 다독이며 ‘악마의 병’을 고칠 수 있다고 말하는 선생과 은근한 배척으로 너와 나는 다르다고 말하는 눈초리들. 소녀를 죽게 한 건 ‘동성애’도 ‘이성애’도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