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젊은 애들은 눈만 높아서 중소기업에 들어가려 하지 않아”, “대기업은 어려우니까 중소기업에 들어가라. 네가 키우면 되지!” 청년 실업률은 나날이 높아지는데, 중소기업은 인재가 없다고 하소연한다. 두 난관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찾은 방안은 청년들을 중소기업에 밀어 넣기였다. 어른들도 중소기업을 꺼리는 청년들을 꾸짖기 시작했다. 청년들은 혼란스럽다. 중소기업에라도 들어가긴 해야겠는데… 그런데 언론은 끊임없이 중소기업이 겪는 어려움을 보도하고, 중소기업에 들어간 선배들은 이직을 했거나 준비 중이란다.

진짜 중소기업은 어떤 곳일까? 고함20은 중소기업에 재직 중인 20대 5인을 만났다. 그들이 말하는 중소기업은 어떤 곳일까? 소문만 많고 실체는 알려지지 않은 중소기업의 면면을 살펴보자.

K 씨는 건축자재를 수입하는 무역회사에서 근무하는 6년 차 직장인이다. 대학생 시절, 그는 당연히 대기업에 들어갈 줄 알았지만 첫 면접장소가 곧 첫 직장이 되어 현재까지도 그곳에서 근무하고 있다. 그가 말하는 중소기업은, 일할 기회를 많이 줘 대기업보다 실무경험을 더 빠르고 많이 쌓을 수 있는 곳이다. 규모가 작아 직장 내 소통도 원활하다. 그러나 가족 같은 분위기가 역으로 작용해, 불만의 목소리를 숨길 수밖에 없는 곳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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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뉴스

Q. 본인 소개와 회사 소개를 부탁한다

대학에서 영어영문과 경영을 전공했다.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는 구직 사이트를 통해 알고 들어갔다. 여기가 처음 면접 본 회사였고, 우연히 붙어서 아직까지 이 회사에 다니고 있다. 대리석 같은 건축자재를 수입하는 무역회사로 직원 수는 35명 정도다. 나는 무역팀에 소속되어있고 부서 내 인원은 총 4명이다.

Q. 무역팀에서 어떤 업무를 하는가

간단히 말하면 타일을 수입해오는 전반적인 과정을 다 처리한다. 1년에 2번씩 열리는 해외 전시회에 가서 타일 신제품을 확인하고, 가격을 협상한다. 영업팀이 주문을 받아오면 재고문의를 하고, 발주하고 통관을 지시한다. 이 과정에서 신용장 같은 은행업무라던가 운송문제 관련한 서류작업도 많다. 물건 홍보 차 외국 회사 관계자가 방문하면 대접하는 일도 맡는다.

Q. 출장을 가거나 외국인하고 접할 일이 많은 것 같다. 영어 능력을 많이 요구하겠다

처음 입사 지원할 때는 이 직무라면 해외 출장이나 외국인 상대 업무가 많을 줄 알았는데, 막상 들어가 보니 서류 업무가 대부분이었다. 그래도 출장이나 외국인과 접촉할 기회가 있긴 있고, 서류도 영어로 작성해야 하는 경우가 있어서 영어 능력이 어느 정도 필요하다. 그런데 메일도 주로 보내는 내용만 보내고 대화도 비슷한 내용만 하기 때문에 무역 영어 정도면 충분하지 싶다.

Q. 처음 입사했을 때, 직무에 대한 교육은 잘 이루어졌나

회사 내의 교육 프로그램은 따로 없었다. 대신 사수가 잘 알려주었다. 내가 자기 일을 나눠서 해야 하기 때문이다.

Q. 여태까지 인터뷰한 중소기업 근로자 중에서는 이직을 생각하거나, 실제로 이직한 사람도 있었다. 이직 계획이나 이직을 시도한 경험은 없는가

입사 초반에 이직에 대해 많이 고민했었다. 일을 늦게 배우는 편이라 힘들었고, 대학과는 다르게 회사에서는 상사한테 혼나기도 하니까 자존심도 상했다. 그렇지만 진지하게 이직을 고민한 것은 아니고 회사 생활 자체를 하기 싫은 마음에 고민해 본 정도다. 지금은 회사생활에 만족하고 있다. 이직을 한다면 경력을 쌓아서 전문가가 된 다음에 더 편한 자리로 옮기고 싶다.

Q. 중소기업은 본인 원래 직무 외 다른 업무도 많이 한다고 들었는데, 본업과 그 외 업무의 비중이 어떻게 되는가

대기업에서는 본업과 잡무를 나누는 지 몰라도, 중소기업에서는 대부분이 내가 해야 할 일이다. 처음에는 이런 일도 하다가, 바쁘면 대신해야 할 일도 생기고, 하다 보면 다른 업무도 하게 된다. 그래도 대부분 업무가 내 본래 일과 관련이 있다. 포토샵 작업같이 내 직무와 전혀 관련 없는 일의 비중은 10%정도다.

Q. 다른 사람 일을 대신해야 한다거나, 다른 업무도 하게 된다는 건 인원 부족 때문인가

바쁠 땐 바쁘고 한가할 땐 한가해서 인원이 부족하다고 말하기는 애매하다. 최소인원으로 최대효과를 내자는 주의다. 그래서 신입을 뽑지 않고 있다.

Q. 연봉은 얼마나 되는가

3200만 원이다. 6년 차 과장연봉인데, 대기업에 비하면 적은 편이다. 2000만원 초반이었던 초봉은 매우 맘에 들지 않았지만 지금은 만족한다. 무역회사가 대체로 연봉이 적은 편이라 내 연봉 정도면 평균이라고 만족하고 있는데, 직원 중에는 저임금에 불만 있는 사람도 있는 것 같다.

Q. 승진할 기회는 자주 주어지나

승진은 경력이 되고 차수가 되면 자연스럽게 승진하는 편이다. 그래서 “어? 쟤는 왜 승진했지?”라고 의문이 들 때도 있다. 중소기업은 승진은 빠른 편이다. 2~3년 차면 대리 달고 5년 이상 되면 과장 단다. 그렇지만 승진이 된다고 해서 연봉이 많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라 직함만 바뀌는 거라고 볼 수 있기 때문에 나는 승진을 “더 열심히 해라.”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

Q. 직원복지는 어떤가

어학 교육비 50%를 회사에서 지원해준다. 요가의 경우는, 3개월은 전부 지원해주다가 그 후엔 50% 지원해주는 식이다. 이 정도가 끝이다.

Q. 휴가나 반차 등을 사용해본 경험은 있는가

사용해본 적은 있지만 연차를 다 쓰진 못한다. 사수가 안 쓰는데 눈치 없게 내가 쓸 수 있나. 눈치 봐서 업무가 한가할 때 가끔 쓰거나 휴가에 붙여서 하루 쓴다.

Q. 출산휴가의 경우는 어떠한가. 언론에서 출산휴가로 눈치 주는 회사가 많다고 들었는데

3개월은 자유롭게 쓸 수 있다. 출산휴가 후에 오는 불이익은 전혀 없다. 아이 셋 낳은 분도 잘 다니고 있다.

Q. 그렇다면 본인도 결혼이나 출산 후에도 계속 회사에 다닐 생각이 있는가

아니다. 아무래도 가정에 조금 더 전념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연봉이 적더라도 관리만 해주면 되는 널널한 회사로 옮기고 싶다.

Q. 야근이나 주말 근무는 얼마나 자주 하는가

일이 많을 때는 야근을 하긴 하지만, 대게 7시에 맞춰서 퇴근한다. 야근하는 날을 합치면 일 년에 한두 달 정도 될 거다. 영업부 사람들은 야근이 많다고 하는데, 우리 부서는 칼퇴근하는 편이다. 야근수당은 없다. 주말 근무는 3개월마다 당직 서는 정도다.

Q. 야근수당은 없다니, 이를 요구할 노조는 없는가

노조는 처음부터 없었다. 노조가 형성될 분위기도 아니고 노조를 만들려는 시도도 없었다. 야근수당을 안 줘도 “이거 법적으로 위반이다. 꼭 줘야 한다”고 직접적으로 말하는 사람도 없다. 불만이 있긴 하지만, “야근수당 주면 좋겠다…….”정도의 아쉬운 소리만 있을 뿐이다.

Q. 그 외에 작은 회사라 겪는 고충은 없는가

보너스나 추석 같은 명절에 주는 상여금이 없다. 다른 회사는 명절선물 같은 것도 챙겨준다는 데 우리는 그러지도 않는다. 워크숍, 야유회, 교육 프로그램도 없다. 재정적으로 여유롭다면 야유회도 가겠지만 그런 상황도 아니라서 적극적으로 가자고 주장하기도 어렵다. 대기업은 유급휴가도 많다고 하는데 우리는 그렇지 않다는 점도 아쉽다.

Q. 노조가 없더라도, 이런 고충을 해결하기 위해 직원들이 사장님께 더 나은 근로조건을 요구한 적은 없는가

직원들 전부가 힘을 합쳐서 건의한 적은 없고, 팀장끼리 모여서 건의한 적은 있다. 팀장들이 강력하게 나간다면 모르겠지만, 사장님의 예스, 노 의견에 따르는 게 80% 정도다. 중소기업은 사장님의 의견에 따라 회사가 많이 좌우된다. 사장님이 왕이다. 직원들 사이에서는, 불가능한 일을 요구한다든가, 자신의 의견을 계속 고집한다는 이유로 사장님에 대한 불만을 갖고 있는 사람도 있다.

Q. 지난번 인터뷰어는 회사가 어려워지자 사장님이 정리해고를 결심하셨다던데, 회사가 재정 문제로 정리해고한 적은 있나

그렇게 심하게 어려워진 적도 없고, 회사가 어려워지면 다 같이 ‘으쌰으쌰’하는 분위기이다. 사장님은 회사가 어려우면 사람을 그만 뽑거나 봉급을 줄여서라도 기존인원을 데리고 가자는 주의다. 사장님이 직원들 봉급만은 잘 챙겨주자는 신조도 있어 회사가 조금 어려워져도 월급만은 꼭 챙겨주려고 하신다.

Q. 이번에는 회사 규모가 작아서 좋은 점에 대해 이야기해달라

사람이 많을수록 아무래도 이상한 사람 비율이 늘어나기 마련인데, 그렇지 않아서 좋다. 분위기는 가족 같은 편이고 직장 내 왕따 같은 것도 없다. 부서 간 커뮤니케이션이 잘되는 것도 장점이다.

Q. 정부가 청년들에 중소기업에 취업하도록 장려하고 있다. 이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청년들에게 중소기업을 추천할 만한가

어떤 의도로 장려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중소기업 나쁘지 않다. 충분히 내실을 기를 수 있다. 대기업은 교육받고 현장에 투입되는데, 중소기업은 일단 현장경험부터 시키니 업무를 접할 기회가 빨리 온다. 사람이 많지 않다 보니 일 할 기회도 많이 주어지고, 이것저것 하게 되니 다양한 일을 맡게 된다. 물론 초반에는 시행착오도 많이 겪을 수 있기에 중소기업의 이런 면은 장점이자 단점이라 할 수 있겠다.

글. 릴리슈슈(kanjiwo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