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시점부터 언론이 대학을 평가하고 있다. 언론사 대학평가가 수험생, 학부모에게 영향을 주면서 대학도 언론사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중앙일보가 대학평가로 꽤나 재미를 보자 다른 신문사도 줄지어 대학평가에 뛰어들었다. 고함20도 염치없이 이 축제에 밥숟가락 하나 올리고자 한다. 




다만 논문인용지수, 평판, 재정상황으로 대학을 평가하는 방법을 거부한다. 조금 더 주관적이지만 더 학생친화적인 방법으로 대학을 평가하려 한다. 강의실에선 우리가 평가받는 입장이지만 이젠 우리가 A부터 F학점으로 대학을 평가할 계획이다. 비록 고함20에게 A학점을 받는다고 해도 학보사가 대서특필 한다든가 F학점을 받는다고 해도 ‘훌리건’이 평가항목에 이의를 제기하는 촌극은 없겠지만, 고함20의 대학평가가 많은 사람에게 하나의 일침이 되길 기대한다.





3월 26일 성균관대학교에서 진행된 비민주적 학칙 개정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이 20여 분 동안 중단됐다. 학칙 57조의 “학내에서 행사를 실시하고자 하는 때에는 사전에 해당 기관장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는 조항 때문이다. 표현의 자유를 위해 학칙을 개정하라는 목소리가 학칙에 의해 저지당하는 순간이었다.

고함20 대학평가의 스물한 번째는 주제는 학생 생활에 관련한 학칙이다. 학칙이 유명무실해졌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 하지만 힘이 다했다고 여겨졌던 학칙은 학생들이 대학에 저항할 때마다 학생들을 막아내고 학교가 승리를 쟁취하는 데 큰 역할을 해왔다. 평소에는 잘 보이지 않다가도 학생들의 목소리가 커지면 되살아난다는 ‘전설’ 같은 학칙들에 대해 알아봤다.




자료 출처 : 각 대학 홈페이지

계엄령 선포 형 – 그때 그 시절에 대한 향수


여전히 많은 대학교의 학칙에 군사독재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조항이 남아있다. 도대체 언제 살아날지 알 수 없을 정도로 깊은 잠에 빠져있는 이 학칙은 사실 존재 자체만으로도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다. 독재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민주주의가 도래한 가운데 여전히 지난 시절을 연상시키는 국가안보위협에 대한 문장은 학생들에게 조용히 지내라는 경고를 보내고 있는 것만 같다.

국가보안법 형 – 정치 없는 대학


2013년 4월 덕성여대 교문을 버스가 막아섰다. 총학생회가 주최한 ‘진보2013강연회’에 대해 학교 측이 ‘정치활동금지’ 학칙을 이유로 막았기 때문이다. 덕성여대 교무위원 일동은 “대학 당국은 대학의 교육이념과 교육목표를 지켜야 할 책무성이 있다”며 해당 강연이 학문적 자유를 만끽하는 데 문제가 된다고 밝혔다.

대학의 본분인 학문적 자유에 대한 추구가 학생들의 정치활동을 막을 수도 있다는 사실은 신비롭기까지하다. 하지만 취업률에 혈안이 되어있는 대학에게 학문의 목표는 취직이다. 따라서 학문적 자유 추구가 학생들의 정치활동을 막는 상황이 크게 모순적인 것은 아니다. 갈수록 취직은 어려워지는 요즘 이 학칙은 학생의 본분은 그저 공부라는 사실을 잊지 않게 해준다.

편식 형 – 골라 먹으니까 재밌니?


2010년 1월 중앙대의 교지 <중앙문화>는 비판적인 논조를 띠었다는 이유로 예산을 전액 삭감당했다. 이후 교지편집위원회 구성원은 모금을 통해 무제호 교지 발행을 계획했다. 하지만 “학생단체 또는 학생의 모든 정기, 부정기 간행물은 지도교수의 추천과 총장의 승인을 받아 발행하며 간행물의 편집을 위하여 지도교수를 둘 수 있다”는 학칙 65조에 의해서 제지당했다. 이는 헌법이 보장하는 언론출판의 자유와 언론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은 인정되지 않는다는 내용에 반하는 것이다.

빅브라더 형 – 대학의 주인에 대한 진솔한 문장


역시나 학교의 주인은 학생이 아니었다. 학생의 권한을 학교 운영에 참여할 수 없다고 제한해놓은 이 조항은 학교와 학생의 관계가 일방적일 뿐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시켜준다. 학생의 학교 운영 참여를 보장하는 제도인 등록금심의위원와 대학평의원회와 충돌하기는 하지만 헌법조차 뛰어넘는 대학에서 큰 상관은 없는 듯하다.

납득이 형 – 납득이 안되네 납득이! 


그 외에도 교내 음주를 허가받고 해야 하는 명지대, 노출이 과한 학생의 패션이 징계 대상인 한국성서대, 지나친 화장을 금하는 성결대, 재학 중인 체육특기자는 결혼과 입대를 금하는 한국체육대, 또 총장의 허가 없이는 영리활동을 하지 못하게 하는 카이스트 등 이해하기 어려운 다양한 학칙들도 존재한다. 이런 학칙은 사문화되어 효력이 없는 것이 대부분이다. 돌려 말하면 존재 이유가 없어진 학칙이다.

서울교대(P) – 훌륭한 자삭의 예


이런 당황스러운 학칙들이 건재하게, 혹은 보이지 않게 명줄을 이어오고 있지만, 서울교대는 2005년 12월 22일 문제가 되는 학칙들을 삭제했다. 서울교대가 삭제한 학칙으로는, 학생단체의 기능 정지(국가비상사태와 총장의 권한), 집단 행위와 자료 제작배포에 대한 신고/허가, 불온서적과 불건전 사상을 징계 대상으로 삼는 학칙이다. 다른 학교들과 비교했을 때 A를 줄 수도 있겠지만, 앞서 말한 학칙들의 존재 자체가 시대착오적이기 때문에 P를 준다.

그 외에도 학생들에 대한 탄압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높은 학칙들이 다수 존재한다. 총장이 마음대로 해석할 수 있는 조항이나 애매모호한 조항 등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식의 조항들이다. 대학 내에서 벌어지는 거의 모든 탄압의 근거는 학칙이다. 2011년 중앙대에서 학과구조조정에 반대하는 토론회가 열렸을 때, 주도자들에 대한 징계사유가 바로 시설물 무허가 사용, 잔디 훼손, 면학 분위기 방해였다. 또 2012년 카이스트 학생들이 총장퇴진을 주제로 기획한 문화행사에 대한 불허사유는 학생회가 주최하는 음악회와 시기가 겹치기 때문이었다.

20대는 정치에 관심이 없다고 비난받는다. 하지만 적지 않은 수의 대학이 학생의 정치참여 자체를 금지하고 있다. 정치활동을 금지하는 대학에 자유로운 학문적 추구가 존재할 수 있을까. 지금은 대부분 사문화되어 힘을 잃었다고 하지만 학교 측이 원하면 얼마든지 학칙은 되살아난다. 지금까지 겪어왔고 삭제되지 않는 한 앞으로도 학칙은 대학생들의 자율과 자유를 억압하는 데 언제까지고 사용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