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시점부터 언론이 대학을 평가하고 있다. 언론사 대학평가가 수험생, 학부모에게 영향을 주면서 대학도 언론사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중앙일보가 대학평가로 꽤나 재미를 보자 다른 신문사도 줄지어 대학평가에 뛰어들었다. 고함20도 염치없이 이 축제에 밥숟가락 하나 올리고자 한다.

 

다만 논문인용지수, 평판, 재정상황으로 대학을 평가하는 방법을 거부한다. 조금 더 주관적이지만 더 학생친화적인 방법으로 대학을 평가하려 한다. 강의실에선 우리가 평가받는 입장이지만 이젠 우리가 A부터 F학점으로 대학을 평가할 계획이다. 비록 고함20에게 A학점을 받는다고 해도 학보사가 대서특필 한다든가 F학점을 받는다고 해도 ‘훌리건’이 평가항목에 이의를 제기하는 촌극은 없겠지만, 고함20의 대학평가가 많은 사람에게 하나의 일침이 되길 기대한다.

 

 

시간강사 A 씨는 수도권 지역 2개 대학에서 3학점짜리 강의 두 개를 맡아 가르치고 있다. 시급은 각각 3만 5000원과 4만 원이다. 멀리 떨어진 두 대학을 오가야 하기 때문에 이동 시간이나 교통비까지 셈해본다면 사정은 더욱 박하다. 근무 환경은 더욱 열악하다. 서울 끝자락으로 향하는 지하철 안에서 수업 준비를 해야 한다. 학교 측에서 시간강사를 위한 개인 휴식 공간은 따로 마련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학생들에게 나눠줄 보조 자료에 드는 비용 역시 사비로 충당한다.

 

다음 학기에도 강의를 맡아야 하므로 갑의 위치에 놓인 대학에 무리한 요구를 할 수는 없다. 정규직 전임강사 자리 이야기까지 솔솔 피어나는 마당에 무한한 을의 자리라도 달갑게 받아들여야 한다. 벌써 몇 년째 같은 이야기만 되풀이되고 있지만 웃는 낯으로 열심히 할 밖에, 딱히 뾰족한 수는 없다.

 

고함20 대학평가의 이번 주제는 교단 위의 비정규직 노동자, 시간강사다. 2013년 기준 시간강사가 담당하는 강의 비율이 42.2%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대학은 시간강사에게 대학교육의 상당 부분을 의존하고 있다는 의미다. 시간강사에게 적절한 교원지위를 보장하고 있는지를 중심으로 대학을 평가해보자.

 

 

이화여대 / C 부당해고 : 11년 교편 잡은 시간강사에게 한 달 만에 해고 통보


작년 1학기까지 이화여대 불어불문학과에서 11년간 학생들을 가르쳐온 남봉순 강사는 개강 한 달 만에 해고 통보를 받았다. 한국어가 서툰 한국 국적의 학생에게 영어로 된 문제지를 주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학교 측은 2006년 2학기부터 한국어에 서툰 재외한국인과 외국인 학생을 위한 ‘배려’ 차원에서 영어 문제지를 관행적으로 제공해 왔다. 그러나 남 박사는 해당 학생이 한국어를 무리 없이 사용할 수 있다는 점과 영어와 프랑스의 문장 구조가 유사해 시험에 유리한 측면이 있다는 점에서 학생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학교 측은 불문과 교수회의를 통해 남 박사가 권한을 벗어난 행위를 했다며 2학기부터 강의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갑작스러운 해고 과정에서 남 박사는 관련 교수로부터 폭언, 폭행, 명예훼손을 당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어 남 박사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담당 교수가 해당 학생에게 출결 점수 등에서 특혜를 적용한 사실을 지적했다. 학교 측은 성적조작, 부정시험 등에 대한 뚜렷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해당 학생이 결석한 것은 사실이지만 “성실해서 감점하지 않았다”고 답하기도 했다.

 

설사 남 박사가 자의적 판단으로 학생의 학습권을 침해했다 하더라도 사건에 대한 명확한 규명 절차 없이 해고하는 것은 부당하다. 영어 시험지 제도의 기준이 명확하게 ‘제도화’된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부족한 점과 조사 과정에서 드러난 의혹에 얼버무리기로 일관하고 있는 태도에 C를 드린다.

 

 

고려대 / D 묵묵부답 : 끝나지 않는 텐트 농성, 응답하라 2014


이화여대는 애매한 답이나마 내놓지만, 고려대는 그마저도 없다. 대학강사노동조합 김영곤 고려대분회장의 농성 텐트는 2012년 2월부터 고려대 본관 앞에 자리 잡았다. 시간강사대책회의와 함께 지난 2년간 생활 임금 수준의 시급 인상, 학생의 학습권을 위한 상대평가 강의의 절대평가 전환, 시간강사에 대한 교원 지위 회복 등을 요구해왔다.

 

김 분회장의 부인인 김동애 대학교육정상화투쟁본부 본부장은 “등록금이 꾸준히 오르고 정교수와 교직원의 월급도 인상됐지만, 시간강사의 강사료만 10년간 동결됐다가 2012년에 1,200원 올랐다”며 시간강사의 열악한 처우를 지적했다. 시급으로 임금이 책정되기 때문에 불안정할 뿐만 아니라 방학 때는 이마저도 받을 수 없다. 당시 전국 4년제 180개 대학의 시간강사 강의료는 시간당 4만 7100원으로 교육과학기술부가 제시한 적정수준인 7만 원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시간강사의 농성에 대한 학교의 답변은 법원으로 향했다. 2013년 1월 법원에 본관 앞 천막 농성을 중단할 것과 본관 앞 집회, 시위를 아예 금지해줄 것을 신청했다. 이에 법원은 고려대 본관 가시거리에서 농성 텐트를 치우라는 판결을 내렸고, 같은 해 3월 고려대 민주광장으로 텐트를 옮겨야 했다. 여전히 침묵의 봄이 이어지는 가운데 D를 드린다.

 

 

성균관대 / D- 사상탄압 : 학문의 자유 탄압하는 학문의 전당


학내 정책과 제도, 그리고 학교 재단인 삼성에 대해 비판적 목소리를 내온 류승완 강사는 지난 2011년 8월부터 대학의 부당한 강의배정에 맞서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그는 2010년 2월 동양철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그해 1학기부터 강의할 수 있도록 지도교수로부터 추천받았으나 강사 선정 명단에서 제외됐다.

 

이때 강의 배정 명단은 단과대 교수 전원의 만장일치가 필요한 사안이었으나, 학교 측이 류 박사의 지도교수 직인을 도용해 공문서를 위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위조된 의결서를 근거로 항의한 후에야 류 박사는 공동강의 형식으로 한 과목을 배정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2학기에도 반복되었다. 강의 배정이 명확한 이유 없이 번복되었고, 조교는 “학교 측에서 강사배정을 거부하고 강사 교체를 요구했다”고 말했다.

 

이후 류 박사는 718일간 1인 시위를 이어나가다 동양철학·문화연구소 연구원으로 임용됐지만, 두 달이 채 지나지 않아 또다시 임용계약을 해지 당했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연구소와 대학의 명예를 훼손해 ‘품위유지’ 및 ‘신의성실의 원칙’을 준수하지 않았다는 것이 이유였다. 징계위원회나 통보 과정을 거치지 않은 서면 통보식의 해고였다. 학교 측은 선처 차원에서 기회를 제공했지만 류 박사가 이를 저버렸다며 해고무효 소송에 즉각 반박했다고 한다. 기회는 그럴 때 쓰는 단어가 아니라는 것을 상기시켜드리며 D-를 드린다.

 

 

조선대 / F 인권유린 : 시간강사의 자살, “한국의 대학 사회가 증오스럽다.”


2010년 5월 25일 영어영문과 시간강사 서정민 박사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는 유서를 통해 “교수 한 자리가 1억 5000만 원, 3억 원이라는군요. 저는 두 번 제의받았습니다”라고 써 교수 임용비리를 폭로했다. 이어 “지도교수와 쓴 논문 54편은 모두 내가 썼다”며 논문을 대필했음을 밝혔다. 10여 년간 교수 자리를 미끼 삼아 석사 논문을 지도했던 교수 명의의 논문과 그 제자의 학위 논문까지 대필시켰다는 것이다.

 

 

 

이에 당시 조선대는 곧바로 ‘서정민 시간강사 관련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신속한 대응을 하는 듯 보였다. 그러나 사건이 일어난 지 4개월 만에 “서정민 시간강사가 논문을 전부 대필했다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주고 함께 토론했으므로 이를 공동연구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어 경찰도 논문 대필이나 채용 비리 모두 사실이 아니라며 혐의가 없다는 결론을 냈다.

 

조선대의 진상조사는 발 빠르기만 했을 뿐 철저하지도 명확하지도 않았다. 4개월 동안의 6차례 회의로 마무리되었으며, 서 박사의 유서와 엇갈리는 진술에도 불구하고 지도교수의 반론은 신빙성 있는 증언으로 채택됐다. 이어 진상조사위가 문제를 덮고자 하는 학교 측의 영향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었을 것이라는 점도 지적됐다. 이에 유족은 지난해 11월 지도교수와 조선대를 상대로 퇴직금 청구 및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누구보다도 철저하게 문제를 파헤쳤어야 할 책임을 다하지 못했기에 F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