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0일은 장애인의 날이다. 올해 장애인의 날은 장애인과 이들의 권리를 옹호하는 비장애인이 연대한 420장애인차별철폐 공동투쟁단(이하 420공투단)과 경찰이 충돌하면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경찰이 420공투단에게 최루액을 뿌리는 장면은 이번 장애인의 날의 클라이막스였다. 

이 날 정작 주목받아야 할 420공투단의 계획은 빛을 보지 못했다. 계획을 요약해보자면 420공투단의 휠체어를 탄 장애인과 비장애인 회원들이 미리 예매해놓은 버스표를 들고 서울 강남터미널에서 고속버스를 타고자 했다. 그러나 휠체어 위 장애인들은 승차권을 가지고 있음에도 버스 입구를 통과할 수 없었다. 차체가 낮고 계단이 없는 저상버스형태 대신 휠체어가 올라갈 수 없는 계단이 있는 일반 고속버스였기 때문이다. 장애인 시외이동권이 보장되지 않음을 보여주려는 목적이었다.

편의증진법의 제정, 그리고 현실

장애인 이동권은 2001년 오이도역에서 휠체어 리프트 추락사고로 장애인이 사망하면서 공론화되기 시작했다. ‘이동권은 말 그대로 이동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한다. 비장애인이 중심인 사회에서 이동권은 사회적 논의 대상이 되지 못했다. 그러나 2001년 오이도역 사망 사고 이후 장애인이동권연대가 발족하고, 2002년 발산역에서 또 한 번의 휠체어 리프트 추락사고가 발생하면서 장애인 이동권은 사회적 관심을 받았다.

국립국어원은 2003이동권을 신어사전에 수록했다. 그로부터 2년 후, 정부는 교통약자 이동편의증진법’(이하 편의증진법)을 제정했다. 장애인 이동권 투쟁은 자유자재로 이동할 수 없는 사람의 존재를 한국 사회에 각인시켰다. 비록 장애인뿐만 아니라 노약자, 임산부, 어린이 등 포괄적 의미의 교통약자로 명시되었지만, 이동권은 법으로 보장받는 권리가 되었다.

그러나 법은 이었을 뿐, 현실은 달랐다. 편의증진법이 제정되고 약 9년이 지난 지금, 장애인들은 자신들이 살고 있는 도시를 벗어나기 위한 고속버스나 시외버스 등의 대중교통을 찾을 수 없다. 법전 속 장애인들은 비장애인들과 마찬가지로 동등한 사회 구성원이다. 그러나 현실의 장애인은 장애라는 다름때문에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마다 사회적 차별과 마주하는 소수자일 뿐이다.

편의증진법 제정과 함께 교통약자를 위한 교통수단으로 저상버스가 도입되었다. 국토해양부(현 국토교통부)2012년 발표한 저상버스 도입현황에 따르면 201012월 말을 기준으로 전국 일반버스 비율 대비 저상버스는 12.8%(4080)이다. 2011년까지 일반버스 기준 저상버스 31.5%를 보급하겠다는 계획은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적어도 이 부분에서만은 교통약자의 이동권을 보장하려는 정부의 의지가 보이는 듯 하다.

반면 시외로 나가는 버스 중 저상버스 비율은 0%이다. 국토교통부(아래 국토부)가 발표한 저상버스 도입현황은 오직 시내버스로만 이루어진 수치이다. 결국 도시 안에만 집중된 저상버스 보급으로 인해 420공투단은 대중교통을 타고 시외로 나가고자 하는 장애인들의 권리를 찾기 위해 이번 장애인의 날 서울 고속버스터미널에 모여든 것이다.

2014년 4월 20일 장애인의 날

9년만에야 시작된 저상버스 도입 논의

저상버스 도입의무는 국가와 지자체뿐만이 아니라 버스업체로까지 이어진다. 편의증진법 제 3조에 따르면 장애인과 같은 교통약자는 대중교통을 안전하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 이어 제 4조와 5조는 국가와 지자체, 교통사업자는 교통약자를 위한 교통수단을 마련해야함을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외버스의 경우, 저상버스 도입과 관련한 주체는 지자체를 뺀 국가와 교통사업자이다.

편의증진법에 따른 개별주체의 저상버스 도입은 강제라기보다는 권고사항에 그친다. 그렇기에 중앙정부와 교통사업자 모두가 교통약자의 이동권을 보장하려는 의지가 있어야만 저상버스 형태의 시외버스 도입이 가능하다.

익명을 요구한 고속버스사업운송조합 관계자에 따르면 저상버스 형태의 고속버스 도입에 관해서는 올해 초부터 정부와 논의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편의증진법이 제정되고 9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저상버스 형태의 고속버스 도입을 논의하기 시작하게 된 원인에 대해 국토부 소속 교통안전복지과의 곽익헌 담당사무관은 법이 만들어졌어도 우리나라 기술이나 재정 문제로 인해 1년 안에 모든 걸 완벽하게 법에 맞출 수는 없다. 우리도 나름대로 해외 이동 사례를 알아보고 있다. 장애인 분들이 시외로 이동할 때 이용하는 교통수단 등을 알아보는 실태조사를 5월에 실시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고속버스는 저속으로 달리는 시내버스와는 다르다. 아직 휠체어를 고정시킬 안전벨트 등이 장착된 저상버스 형태의 고속버스가 개발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 당장은 도입이 힘들다. 이외에도 여러 가지 검토할 부분이 많다라고 말했다.

장애인 인터넷신문인 에이블뉴스의 객원기자 정승천 씨가 촬영한 영상 속에서 장애인 임상철 씨는 지방에 가보고 싶어요. 기차도 있지만 버스하고 다르잖아요. 느낌이 다르니까라고 말한다. 임 씨의 소원대로 장애인들도 고속버스를 타고 다른 지방으로 여행을 갈 수 있는 날은 도래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