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그로]: Aggravation(도발)의 속어로 게임에서 주로 쓰이는 말이다. 게임 내에서의 도발을 통해 상대방이 자신에게 적의를 갖게 하는 것을 뜻한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자극적이거나 논란이 되는 이야기를 하면서 관심을 끄는 것을  “어그로 끈다”고 지칭한다.

고함20은 어그로 20 연재를 통해, 논란이 될 만한 주제들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하고자 한다. 여론에 정면으로 반하는 목소리도 주저없이 내겠다. 누구도 쉽사리 말 못할 민감한 문제도 과감하게 다루겠다. 악플을 기대한다.


수학여행을 가던 아이들, 제주도로 여행을 가던 노부부, 오랜만에 여행을 떠나던 가족들을 집어삼킨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2주가 지나가고 있다. 전 국민은 기적을 염원하였지만, 바다에서 발견된 것은 차가운 주검이었고 가족들의 희망은 절망으로 바뀌고 있다. 세월호 참사는 자연재해가 아닌, 고질적인 안전 불감증에 의한 인재로 밝혀졌다.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모두가 노력하고 있지만, 너무 많은 생명이 희생되었고 이런 상황에서 희생자들을 위해서 우리가 해줄 수 있는 일은 애도(哀悼)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어렸을 때 아버지를 따라 작은할아버지의 장례식에 갔을 때가 있었다. 누군가의 죽음이 와 닿지 않을 나이였지만, 어디에서 본건 있었는지 고개를 푹 숙이고 슬픈듯한 모양새를 흉내 냈던 것이 기억난다. 그런데 그렇게 슬픈 모양새를 하고 있던 내 옆에서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이 고스톱을 하며 왁자지껄 즐거워하고 있었다. 어린 나에게는 이해하기 어려웠던 모습에 대해 옆에 계시던 아버지께서 “돌아가신 할아버지 때문에 다들 울면 더 슬프니까, 너무 슬퍼하지 말라고 이런 방법으로 애도하는 거란다”라고 말씀하셨다. 애도, 슬플 애(哀와) 슬퍼할 도(悼)로 이루어진 이 두 단어는 누군가의 아픔에 대해 슬퍼하는 공감(sympathy)의 표현이다. 주위에 슬픈 일이 벌어졌을 때, 누군가는 울음을 참으며 속으로 슬퍼하고 누군가는 닭똥 같은 눈물을 끊임없이 흘리며 슬퍼한다. 방법은 다르지만, 애도의 본질은 달라지지 않는다. 


 


ⓒ뉴시스



애도의 폭력성


4월 말과 5월 초에 걸쳐 진행 예정이었던 뷰티풀 민트 라이프 2014(BML2014)는 공연장을 제공하는 고양문화재단 측이 일방적으로 취소통보하면서 많은 논란거리를 양산했다. 개최 측은 하루 전 장소제공자의 일방적인 통보에 의해 리허설까지 모두 마친 공연이 물거품이 되었고, 공연을 보기 위해 티켓을 예매했던 사람들은 갑작스러운 공연취소에 어리둥절했다. 백성운 고양시장 예비후보는 “수학여행을 떠난 325명의 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이 승선한 여객선이 침몰하면서 온 국민이 비통에 잠긴 참으로 안타까운 상황인데도 술 마시며 강한 흥겨운 가락에 흥겨워해도 되느냐”며 “온 국민이 안타까운 희생자의 명복을 비는 마음으로 검은 리본을 달고 생사의 경계선을 넘나들고 있는 실종자들의 생환을 간절히 기원하며 노란 리본을 달며 타들어가는 가슴을 애써 어루만지고 있는 하루하루다”라는 생각을 밝혔다. 고양시와 주최 측을 싸잡아 비판한 것이다. 

지난 24일경에는 ‘케밥’ 자원봉사 논란이 있었다. 영화배우로도 활동했던 케네스 카야씨를 비롯해 터키인·한국인들로 이루어진 자원봉사단이 진도체육관에 1,500인분의 케밥을 제공하려는 계획으로 체육관에 방문했으나, 몇몇 유족들의 항의에 쫓겨났다는 내용의 기사가 퍼지며 SNS상에서 한동안 이슈가 되었다. 결국 일부 충돌이 있었지만 자원봉사를 무사히 마쳤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논란은 일단락되었다.


애도의 밑 바탕은 공감(sympathy)


어쩌면 관련없게 보일 수도 있는 위의 사건들은 애도의 방법을 정해두고 강요하는 사람들의 폭력성에 관한 이야기이다. 가수 김C의 말처럼 우리는 음악으로 말미암아 위로받고 치유 받을 수 있고, 뷰민라를 통한 수익의 일부가 기부되는 모습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케밥이 소풍분위기를 낸다며 비판했던 이들은 우리나라의 김밥으로 자원봉사를 했어도 항의했을까. 애도가 슬픔의 모양새를 취해야한다는 편견에 사로잡힌듯 하다. 

애도는 영어로 sympathy, 즉 공감이라는 단어로 바뀔 수 있다. 그런데 이 공감이 나와는 다른 방법으로 애도하는 이들에 대해서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나는 밥도 넘어가지 않는데, 어떻게 콘서트를 갈 생각을 하지?”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지만 콘서트장으로 향하는 이들에게는 집에서 혼자 슬퍼하는 것보다 좋아하는 뮤지션의 노래를 듣고 함께 슬퍼하고 힘든 마음을 공유하는 것이 더 좋은 애도의 방법일 수 있다.


희망적인 소식보다는 그렇지 못한 소식이 2주간 이어지면서, 희생자나 유족들 중 지인이 없는 이들에게도 정신적 질환이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메디파나뉴스>에 따르면 세월호참사 이후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 및 ‘트라우마’등에 처방하는 우울증약들의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이에 대해 한 의사는 “TV를 틀면 온통 세월호 사건을 다루고 있다. 환자들 입장에서는 피하고 싶지만 피할 수 없는 상황일 것”이라며 “보이지 않는 피해자들이 늘어나고 있음을 관계자들도 인지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만큼 국민 모두는 슬픔에 잠겨있으며, 보이지는 않지만 깊다. 애도의 방식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은 ‘각자의 자리로 돌아갈 때이다’ 혹은 ‘할 만큼 한 것이 아니냐’는 말과는 다르다. 희생자들의 슬픔을 기리는 애도의 방법이 각자 다를 수 있음에 공감하고 인정하고 다 같이 보듬어가자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