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상에서 벌어지는 키보드 배틀을 현실에서 고함 기자들이 곧장 토론한다.
오늘도 넷상에서는 수많은 키보드 전사들이 투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전사들이 뛰어다니는 벌판은 정치, 경제, 문화 등 실로 광활합니다. 곧장토론은 키보드 배틀이 벌어지는 다양한 주제 중에서 논란의 여지가 다분하지만, 그 어떤 토론프로그램도 관심을 갖지 않는 주제에 대하여 토론합니다. 곧장토론은 독자의 키보드 배틀을 지향합니다.

 

이번 토론주제는 노약자석입니다. 저는 “내가 앉아도 노약자석이 두 자리 이상 비어있을 때 앉아도 된다!”라며 노약자석에 앉아 갑니다. 특히나 밤 10시가 넘어서는 노약자석이 텅텅 비어서 자주 앉아갑니다. 그런데 저의 이런 행동을 두고 어느 할아버지께서 “당연히 노약자석은 아예 우리가 앉으면 안 된다”며 혼내시더라고요.

 

일반석은 꽉꽉 차있는 반면 노약자석은 텅텅 비어있다면, 우리는 그 좌석을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 걸까요? 우린 거기에 앉아도 될까요? 이에 대한 답은 아래 두 입장 중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에 따라서 달라질 것 같습니다. 노약자석은 노약자’만’의 자리일까요? 노약자 ‘배려’를 위한 자리일까요?

“노약자 ‘배려’석이 당연하다. 그러나 민망해서 못 앉겠다.”

“앉아 있다가 오셨을 때 일어나면 되죠. 만약 노약자석에 노약자만 앉을 수 있어서 반드시 비워두어야 한다면, 휠체어 전용 공간이야말로 그곳에 서 있으면 안 되지요. 그렇지만 막상 앉을까 생각하면 저는 못 앉겠더라고요. 노약자석에 젊은 애가 앉는 것은 사회적으로 워낙 ‘금기’시 되어왔고 그렇게 버릇이 들어서 그런가 봐요. 게다가 앉았을 경우, 눈초리를 받는 상황이 속출합니다.” /자홍

“노약자는 없고 자리는 비어있는데 거기 왜 앉으면 안 되는 건가요? 저는 당연히 앉아도 된다고 생각해요. 노약자 ‘배려’석이니까요. 노약자석에 노인만 앉아야 하고, 젊은 청년이 앉아있는 것이 욕먹을 일이라치면 겉으로 티 안 나는 약자나 장애인이 앉아 있을 때도 욕을 먹을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을까요? 이렇게 생각하지만 정작 저는 눈치 줄 생각에 소심해서 못 앉고 있어요.” /아레오

bloter_157860

노인은 노약자석에만, 젊은이는 일반석에만?”

“앉아도 된다고 생각하지만, 여태껏 양보를 강요받았기에 선뜻 못 앉겠어요. 게다가 이상한 일도 경험하니 더 못 앉겠더라고요. 노인분이 노약자석이 비었는데도 굳이 일반석에 와서 자기보다 어리면 자리를 비켜줘야 한다는 뉘앙스로 제 앞에서 말하는 데, 굉장히 불편한 느낌이 들더라고요.” /은가비

“저는 앉고 싶은데 비워둬야 한다는 세뇌가 되어 있어서 못 앉겠어요. 귀찮은 일 생기는 것도 싫고요. 다리 다쳐서 노약자석에 앉은 적이 있는데 완전 가시방석이었어요. 할아버지들이 앞에서 자기도 서서 가는데 젊은 것이 벌써 여기 앉는다고 비난하시더라고요. 언젠가 한 번은 노약자석 자리 비어 있는데도, 일반석에 앉은 제 앞의 노인분이 서 계셔서 양보하면서도 별로 기분이 좋지 않았어요. 한 번은 할머니 할아버지가 타셨는데, 할아버지가 일반석으로 가니깐 할머니께서 거긴 젊은이들이 앉는 곳이라며 노약자석 앞에서 서서 가는 모습을 봤어요.” /스코펫소

“오늘 지하철에서 놀라운 경험을 했어요. 자리가 없어서 서 있었는데 갑자기 내 앞에 앉아 계시던 70세 정도의 할머니께서 여기 앉으라며 일어나시더라고요. 제가 너무 당황해서 멍하게 있자, 할머니께서 난 노인이니까 노약자석에 가서 앉겠다며 빈 노약자석에 가서 앉았어요. 따뜻하면서도 뭔가 아련했어요. 노약자석의 존재 자체가 ‘노약자’를 타자화하는 역효과를 낳고 있지 않나 하고요. 노약자석을 비워놓는다면 티가 안 나는 교통약자들이 쉽게 앉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노’년에 대한 자리 양보는 굳이 노약자석이 아니더라도 할 수 있지 않을까요?”/페르마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