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함20은 ‘중소기업에서 온 그대’ 기획을 통해 열악한 근무 환경에 시달리는 중소기업 사원의 고충을 들었다. 그렇다면 대기업의 복리후생은 더 나을까? A 광고회사 인턴으로 근무한 오승아(가명, 24) 씨가 체험한 ‘그들이 사는 세상’은 보다 살만한 곳이라고 하기 힘들었다. 수당과 연차의 체계가 잡혀있다는 것만 중소기업에 비해 나은 조건이었다. 야근과 연중무휴를 강요하는 기업 문화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어떤 팀에서 일했나?



광고업계에서 손꼽히는 A 회사의 AP(광고 전략) 팀에서 일했다.


팀에선 어떤 일을 했나?


광고계를 전쟁이라고 한다면 AE(광고 기획)는 무기를 만드는 팀이고 AP(광고 전략)는 전략을 만드는 팀이라고 할 수 있다. AP 팀은 광고계의 트렌드, 기업 분석, 경쟁 광고사 조사 등을 하며 나는 자료 수집을 보조하는 일을 했다.


팀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었나?


광고업계에 2~30년 간 있었던 소장과 그 밑으로 15~20년 차 수석 2, 선임 5, 2년 차인 26세 사원 1명이 있었다. 대학생 인턴은 나를 포함해 3명이 있었다.


사원은 어떤 일을 하는가?


사원은 주로 자료조사를 많이 한다. 인턴도 자료조사를 하지만 정식 사원은 조사뿐만 아니라 아이디어 보고를 많이 한다. 사원이 조사한 자료를 선임이 보고 평가한 후 전략의 틀을 짠다.


사원의 근무시간은 어느 정도 되는가?


오전 9시에 출근해서 오후 10, 11시까지 일하는 것은 기본이다. 새벽 1시까지 일하는 날도 많다. 거의 집에 못 가고 밤을 새야 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집에 가는 날이 1주일에 2번 정도이다. 대기업의 분위기 상 6시 딱 맞춰서 퇴근하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아무리 할 일이 없어도 윗사람이 집에 가질 않으니 집에 갈 수가 없는 것이다. 대신에 야근을 하면 저녁식사와 택시비를 지원해준다. 그나마 양반이라고 할 수 있다.


직급이 높은 사람도 그렇게 일하나?


소장이 대박이다. 소장도 늘 10, 11시까지 일을 하고 주말에도 항상 나와서 일을 한다. 결국엔 내가 인턴 근무를 마쳤을 때 회사의 이사가 되었다.


연차는 쓸 수 있나?



연차를 쓸 수는 있지만 쓰는 사람은 거의 없다. 연차를 쓴 만큼 일을 안 하는 것이고 그러면 일을 못 끝내기 때문에 쓰지 못한다. 가족행사와 같은 중요한 날에 쓰기 위해 연차를 가급적 아끼는 분위기다.


 



 


육아휴직을 한 사람은 있나?


얼마 전에 한 선임이 1년 간 육아휴직을 냈다. 소장이 선임을 대신해 1년만 일할 대체 인력을 구해야 하나 고민을 하다가 결국 인턴을 늘려 뽑았다. 하지만 10년 차인 선임이 하는 일을 인턴이 할 수 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결국 육아휴직을 해도 선임 급의 업무를 남은 사람들이 해야 하기 때문에 동료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생긴다. 휴직을 하겠다는 말은 쉽사리 꺼내기 힘들다.


선임은 언제 육아휴직을 한 건가?


거의 만삭 때였다. 팀끼리 친목을 다지기 위해 펜션에 갔는데 새벽에 아기가 나오려고 했다. 아기가 예정일보다 빨리 나와서 갑작스럽게 육아휴직을 하셨다.


평상시 직원들의 분위기는 어떤가?


굉장히 스트레스가 많아 보였다. 한 달에 한 사람에게 3~4개의 프로젝트가 들어온다. 하지만 회사가 사원들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많다고 해서 들어온 광고를 거절하지 않는다. 그 중에 어떤 게 돈이 될지 모르니까. 광고업계 특성 상 타사와 PT 경쟁을 해서 광고를 따는데 거기서 밀릴 수도 있다. 그러니 밤을 샐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도 그 정도 대기업에서 일하면 다들 자부심과 열의가 대단할 것 같다


아무리 좋아하는 일이라도 그걸 재미없게 느끼게 하는 게 업무량이다. 일 자체에는 애정이 있어도 한 사람이 감당하기 힘든 일을 주기 때문에 다들 지친다. 내가 있던 팀은 그래도 오랫동안 근무한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그러려니 하는 분위기였다. 가정에 충실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가 큰 듯 했다. 소장의 경우 집에 잘 들어가지 못해 “나 이러다 이혼당할 것 같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곤 했다. 38세의 한 직원은 “애인과 결혼해도 어차피 지금처럼 자주 보지 못할 것”이라며 결혼을 미루고 있었다.


회사를 나가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었나?


그래도 돈을 많이 주니까 참는 분위기였다. 광고업계의 경우 중소기업도 업무의 강도가 센데 돈은 더 적게 받는다. 대기업은 똑같이 일하는데 돈을 많이 받으니까 참고 버티는 거다.


본인이 일하면서 느낀 점 있나?


대기업은 인력에 비해 업무가 많은 게 문제라고 느꼈다. 대기업은 인력이 많은 것보다도 소수의 좋은 인력을 쓰는 걸 선호한다. 그러다 보면 윗사람은 자신도 처리할 일이 많으니까 사원, 인턴과 같은 아랫사람들에게 일을 많이 시킨다.


여전히 대기업에 가고 싶나?



잘 모르겠다.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대기업에 대한 인식이 달라질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내 일에 인정을 받을 때 행복한 사람이라면 대기업에 맞겠지만 가정과 친구, 여유생활에 중요한 사람이라면 힘들 것이다. 나도 내가 성과를 냈을 때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대기업에 가서 인턴을 해보니 이렇게까지 하며 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정말 최악인 건 일도 많이 하는데 돈도 적게 주는 곳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고민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