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창을 켜고 구글에 들어가서 본인이 쓰는 아이디를 쳐보자. 당신의 시선을 강탈하는 것은 언제 작성한지 기억도 나지 않는 무수한 과거의 조각들이다. 물건이 언제 오느냐고 물었던 질문이나 새벽 감성으로 적었던 오그라드는 글귀들이 눈앞에 펼쳐진다. 글만 나오면 차라리 다행이다. 이미지 항목에는 SNS의 프로필 사진이나 언제 찍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사진 속에서 얼굴이 등장하기도 한다. 이쯤 되면 잘 떠오르지도 않는 과거의 기억을 더듬으며 모든 흔적들을 지우고 싶어진다. ‘누가 이걸 보기라도 하면’이라는 아찔한 생각과 함께.


누가 볼 것만 같은 생각은 혼자만의 망상이 아니다. 지금은 SNS와 구글링의 시대다. 클릭 몇 번이면 그 사람이 사는 지역, 다니는 직장이나 학교, 심지어 어제 무엇을 먹었는지까지 알 수 있다. 실제로 사람들은 구글링과 SNS를 통해 지인뿐 아니라 아직 알지도 못하는 소개팅 상대까지 조사해보곤 한다. 2013년 결혼정보업체 가연과 매칭 사이트 안티싱글의 조사에 따르면 미혼남녀의 약 67%가 소개팅으로 만나기도 전에 SNS를 통해 상대에 대해 알아본다고 답했다. 우리가 가만히 숨을 쉬고 있는 지금도 누군가는 우리의 흑역사와 신상정보를 볼 수 있다는 소리다.


 


올릴 땐 즐거웠지만 지울 땐 아니란다


물리적 거리는 멀어졌지만 왠지 모르게 더 가까워진 듯한 세상에서 사람들은 ‘잊혀지고 싶다!’라고 외치고 있다. 그 노력의 일환으로 기억나지도 않는 가입했던 사이트와 아이디를 떠올리며 곳곳마다 방문하여 지우는 수고를 기울인다. 뿌듯한 마음으로 아이디를 검색해보는 순간 다시 절망한다. 여전히 기록은 그대로고 쥐도 새도 모르게 폐쇄된 사이트의 흔적은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자신의 흔적을 완벽히 지우고자 하는 사람들의 발버둥의 증거로 포털의 자동 검색어에는 ‘구글링 삭제’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볼 줄 알았으면서 무슨 창피함을 운운하냐”라고 말하기도 한다. 분명 누군가가 보게 될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자신이 올린 게시물에 관객이 있음을 아는 것과 작성한 글들이 누군가에 의해 ‘발각’되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흑역사도 요람에서 무덤까지


기록으로 남아 우리의 얼굴을 부끄럽게 만들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람들은 무언가를 게시하고 싶어 한다. SNS와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는 현대인에게 사회적 관계망의 역할을 한다. SNS와 인터넷 사용이 불가피한 시대에서 사람들은 ‘잊혀질 권리’라는 대안을 선택하고 있다. ‘잊혀질 권리’란 디지털화 되어 부유하는 정보들에 유통기한을 부여하고 간편한 절차의 영구 삭제를 가능하게 해달라는 주장이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잊혀질 권리’의 법제화에 찬성하고 있는 상황이다. 더불어 게시물이나 메시지를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영구 삭제해주는 어플리케이션과 같은 디지털 장례식(세탁업)이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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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슬로우는 인간이 타인의 주의를 끌고 인정받고 싶어 하는 욕구를 지녔다고 말했다. 현대 사회에서 인터넷과 SNS의 발달은 인간의 인정의 욕구를 대변한다. 그러나 지나치게 개방적인 삶 속에서 사람들은 본인들도 예외일 수 없다는 생각에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 사람들은 인정받고 싶은 만큼 부끄러운 과거에 대해서 잊혀지고 싶어 하는 욕구도 지녔다. 그 누구도 자신의 삶이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되고 전시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우리들은 ‘잊혀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