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공학과 4학년인 K씨는 고민에 빠졌다.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하는 졸업작품 제작은 취업준비와 학업, 아르바이트를 병행해야 하는 K씨에게는 적지 않은 부담이었기 때문이다. 친구를 통해 인터넷에서 졸업작품을 구매할 수 있다는 소식을 듣고 K씨는 포털사이트에서 졸업작품을 검색했다.




사회대나 인문대의 졸업시험, 또는 졸업논문처럼 공대에는 졸업작품이 있다. 졸업작품은 그동안 대학에서 배운 지식을 확인하고 실제로 적용해본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하지만 지식과 제품제작에 지식을 적용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고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때문에 학생들은 돈만 주면 시간과 노력을 절약할 수 있고 학점도 딸 수 있는 졸업작품 대행업체의 유혹에 빠지기도 한다.








실제로 포털사이트에서 졸업작품으로 검색하면 ‘졸업작품 팔아요’, ‘졸업작품 의뢰’, ‘졸업작품 대행 질문’과 같은 졸업작품 거래에 관한 글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중에는 심지어 당당하게 졸업작품 대행을 전문적으로 한다고 밝히고 있는 사이트도 존재했다. 실제 거래가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P업체에 연락을 시도해봤다. 홈페이지에 게재된 핸드폰 번호로 문자를 보내자 곧 다른 번호로 답장이 왔다.




거래는 업체 쪽에서 메일로 제품목록을 보내주면 의뢰자는 그중에서 선택하는 방식이었다. 제품은 핸드폰 어플에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결합된 것까지 다양했다. 제품마다 제작에 요구되는 수준을 의미하는 난이도가 표시되어 있어서 자기 수준에 맞는 제품을 선택하기 용이할 것 같았다. 가격은 대체로 40만 원 정도지만 하드웨어 종류에 따라 70만 원까지도 높아졌다.




업체에서 보내준 제품 목록과 샘플 파일들




학생들의 불안을 의식했는지 “우리는 지역 단위로 구분해서 판매하기 때문에 절대로 걸릴 일이 없다”며 계약서에도 중복판매를 하지 않겠다는 조항이 있다고 했다. 또 프로젝트 취소 시 다른 프로젝트로 전환할 수 있고 단계별 ppt와 회로도, 요구사항분석서 등도 함께 제공되기 때문에 편할 거라는 말도 했다. 제작주문에 대해 질문하자 현재는 주문이 많아서 할 수 없고 다음 학기 주문은 가능하다고 말했다.




졸업작품 거래는 업체들뿐만이 아닌 개인끼리도 이루어지고 있었다. K씨는 개인이 졸업작품 전시회에서 사용했던 제품을 인터넷을 통해 구매했다고 밝혔다. 이런 거래는 대부분 네이버 카페 중고나라에서 이루어지는 것으로 보였다. K씨에 따르면 개인끼리의 거래는 들킬 염려가 적을 것 같아서 이용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졸업작품을 사고파는 행위가 구매하지 않은 학생들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A대학 컴퓨터공학과 장신용(26, 가명) 씨는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서 만든 작품이 돈만 주고 산 작품과 같은 점수를 받으면 억울한 것이 당연”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전문가의 손을 거친, 혹은 이미 테스트를 통과한 제품이 시행착오를 겪어가며 만든 제품보다 완성도가 높을 가능성이 큰 것은 당연하다. 게다가 제작 난이도까지 조정한 교묘한 수법은 돈으로 제품을 구입한 학생이 더 좋은 평가를 받기 쉽게 한다.




학생들이 졸업작품을 구매하는 문제의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졸업작품 구매를 고려해본 적이 있다고 밝힌 B대학의 컴퓨터공학과 박채연(23, 가명) 씨는 “취직준비로 바쁜 시점에 졸업작품은 부담도 되고 또 대학에서 배운 내용만으로는 제품을 만들기 어려운데 꼭 성과를 보여야만 하는 압박감도 있다”고 말했다. 또 같은 대학의 김나현(25, 가명) 씨는 “진로변경도 졸업작품에서 관심을 멀어지게 만든다”고 밝혔다.




전공공부 이상으로 토익 점수에 매달려야 하고 학점관리와 아르바이트까지 해야 하는 학생이 졸업작품까지 병행하기란 쉽지 않다. 또 학교에서 배운 지식만으로는 교수가 요구하는 수준의 제품을 만들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대부분의 학생은 졸업작품을 만들기 위해 관련 공부를 따로 하면서 제품을 제작해나간다. 그리고 성과를 보여야만 하는 압박감을 받기도 한다. 진로를 바꾸거나 공무원 시험 등을 준비하면서 전공에 관심을 잃은 학생들도 있다.




졸업작품 대행업체가 성행하는 이유에는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다. 지극히 개인적인 차원에서 학생이 공부를 소홀했기 때문일 수도 있고, 대학교육의 한계일 수도 있다. 취직준비에 부담이 되기 때문일 수도 있을 것이다. 또 성과에 대한 압박감이 학생들로 하여금 졸업작품 대행업체를 찾게 하는지도 모른다. 졸업작품 구매에 대한 논의와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