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적 애도 물결 속에서도 시간은 흘러 대학 축제의 계절 5월이 왔다. 물론 세월호 침몰 사고로 인해 축제를 연기하거나 취소한 대학이 적지 않다. 하지만 일부 대학은 엄숙한 분위기를 유지하면서 축제를 개최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예정됐던 축제를 취소하는 것이 오히려 슬픔을 강요하고 혼란을 불러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돌이켜보면 대학가는 지난해에도 축제를 제대로 즐기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에 떨었다. 축제에 빠질 수 없는 것 중 하나인 ‘술’을 정부가 나서서 금지하려 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일찍이 2012년 9월 초 국민건강증진법을 개정해 대학 캠퍼스에서 음주를 금지하겠다고 밝혔는데, 그 개정안이 2013년 4월부터 적용된다는 소식이 지난해 4월과 5월에 들려왔던 것이다. 하지만 개정안이 입법 절차를 거치지 않았던 탓에 지난해 축제는 예년처럼 진행됐다.




정부가 나서서 캠퍼스 음주금지법을 만들게 된 직접적인 배경은 폭음으로 인한 각종 사고였다. 교내 음주 후 기물을 파손하는 문제 등이 꾸준히 지적된 상황에서, 오리엔테이션이나 엠티에서 선배의 강권으로 인해 주량보다 많은 술을 먹은 신입생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며 급기야 캠퍼스 내에서의 음주 자체를 법으로 금지하려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당연히 많은 학생들이 음주의 자유를 법으로 규제한다는 사고방식에 반발했지만 그러한 반발은 “어디 학생이 공부도 안 하고”라는 ‘어른들의 훈계’에 부딪혔다.






캠퍼스 음주금지법에 항의하는 대학생들의 시위 모습. ⓒ한겨레






학생들의 캠퍼스 음주금지법 반대는 학교에서 술을 먹게 해달라는 떼쓰기가 아니다. 음주금지법을 반대하는 학생들이 지적하는 것은 단순히 눈에 보이는 것을 없앰으로써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기성세대의 안일한 사고방식이다. 음주금지법을 찬성하는 이들이 문제 삼는 강압적인 음주 문화는 법으로 술을 못 먹게 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굳이 음주가 아니더라도 기합이나 욕설 등 대학의 강압적인 문화가 드러날 방법은 도처에 널려 있다. 캠퍼스 내의 음주를 금지하는 것은 기성세대가 지적하는 문제의 해결 방법이 될 수 없는 이유다.




음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라도 막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그러나 조금만 생각해 보면 학생들은 언제든지 학교 근처의 술집에서 음주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당연히 캠퍼스 외 음주의 비율이 캠퍼스 내 음주의 비율보다 높을 것이다. 게다가 캠퍼스 내의 음주를 전면적으로 금지한다는 법안의 실효성도 담보할 수 없다. 캠퍼스 곳곳에 위치한 자치 공간을 무슨 수로 다 살펴본다는 말인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법을 제정하는 과정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학생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은 생략됐다는 점이 문제의 원인이다. 당사자의 이야기를 듣지 않았기에 문제의 본질과 동떨어진 법이 추진됐다고 추측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수학여행을 갔다 참사를 당했다는 이유로 수학여행을 금지하는 것도 강압적인 음주문화로 사망자가 나왔다고 술을 금지해버리는 사고방식과 같은 맥락에 있다. 그 맥락은 어린 세대를 금지의 대상으로 바라본다. 어린 세대에게 절실한 것은 이해와 개선이지만, 강압적인 문화가 생겨난 배경을 이해하고 그 문화를 개선하려는 노력은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는다. ‘가만히 있으라’는 억압의 언어는 이제 사라져야 한다. 캠퍼스 내 음주금지법이 존재해선 안 되는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