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먹고 갈래?”라는 마성의 제안이 있다. 집에 들어오면 “자고 잘래?”로 바뀌는 엄청난 제안. 하지만 민달팽이(이 글에선 집이 없거나 열악한 주거환경에서 살고 있는 20대를 가리킨다)에겐 쉽사리 입에 담을 수 없는 말이다. 민달팽이에겐 너랑 나랑 꽁냥꽁냥할 집 따윈 없기 때문이다. 혹은 집이 있어도 너랑 나랑은 바퀴벌레, 꼽등이와의 전투를 할 것이다. 혹여나 비라도 오면 우리는 수중전에 돌입하게 될 것이다. 낭만을 노래하며 촛불을 태우다 불이라도 나면 우리를 지켜줄 방화시설도 없다.

ⓒKBS2

 

 

20대, 최저 주거기준도 보장 못 받는 준-홈리스

주거정책에 ‘라면 섹드립’이 웬 말이냐며 누구는 핀잔을 줄 수도 있겠다. 성욕은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라는 점을 주지하자. “집이 없거나 집 상태가 별로여서 너를 들여보낼 수 없다“라는 드립에는 청년들의 슬픈 울음소리가 내장되어 있다.

성욕을 포함한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할 수 있는 최소한의 주거 조건을 가리켜 ‘최저 주거기준’이라고 한다. 정부에서는 “국민이 쾌적하고 살기 좋은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서 가구구성별 최소 주거면적, 용도별 방의 개수, 전용부엌, 화장실의 설비기준, 안정성, 쾌적성 등을 고려한 주택의 구조, 성능 및 환경기준”을 정해 놓았다.

정말 ‘최소한’의 주거권인 ‘최저’주거기준조차 보장받고 있지 못한 청년 인구는 청년 10 명 중 1 명(약  112만 명)이며, 서울시의 경우는 청년 10명 중 1.6 명(약 37만 명)이다. 여기에 ‘주택’이라는 이름도 부여받지 못하는 고시원 등에 사는 인구와 지하·옥탑에 사는 인구를 합쳐보자. 전국적으로 청년 10명 중 1.4명(약 139만 명), 서울시에는 청년 10명 중 2.3 명(약 52만 명)이 주거빈곤 상태에 놓여있다. 특히, 서울시의 경우 1인 청년의 주거빈곤 비율이 36.3%(12만 명)이다.

최저주거기준에 미달하는 주택으로 분류되는 이유는 시설이 낙후되거나, 집이 지나치게 좁거나(정부가 정한 최소주거면적은 14㎡이다), 비가 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앞에 제시한 “라면 먹고 갈래”를 말하지 못하는 민달팽이의 곡소리는 분명 이유가 있어 보인다. 민달팽이가 저 대사를 말하지 못하는 이유는, 민달팽이가 만약 집이 있어도 그 집이 최저주거기준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민달팽이들은 정녕 임과 함께, 14㎡도 안되는 방에서 극한의 체험을 해야만 하는가? 화재로 부터 지켜줄 최소한의 시설도 없는 집에서 불안에 떨거나, 억지로 안전불감증이라는 최면을 걸 수밖에 없는가? 혹은 비가 오면 마치 길거리에 있는 것처럼 천장에서 내려오는 빗방울을 느낄 수밖에 없는가?

고함당은 사람의 삶이 아니라, 민달팽이의 삶을 살아가는 청년들을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청년 주거문제를 해결해줄 것을 요구한다. 고함당이 제시하는 제안은 다음과 같다.


1.정부는 대학 기숙사 문제에 적극 개입하라!


민달팽이 유니온과 정진후 의원실이 조사한 “서울 소재 주요 대학 기숙사 수용률”에 따르면, 2012년 기준으로 대학 기숙사 수용률은 평균 9.6%였다. 이는 서울에서 거주지를 임대하는 생활하는 대학생 중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 출신이 약 70%인 것을 고려하면 지극히 적은 수치다. 게다가 수도권임에도 불구하고 통학 길이 험난한 경기도 가평 등에 사는 학생들까지 고려한다면 대학 기숙사가 받아주는 학생은 정말 극소수다.

이에 고함당은 등록금 문제처럼 정치권과 정부가 대학 기숙사에 대한 적극적인 감시와 개입을 실시할 것을 주장한다. 정부는 대학에 일정 수준의 기숙사 수용률을 유지하도록 ‘의무’를 부과한다면, 약육강식의 세계에 가까운 민간 임대시장으로 내몰리는 대학생들을 조금이나마 구제해 줄 수 있을 것이다.


2.대학가 주변만이라도 우선 전월세 상한제를 시급히 도입하라!


통계청이 2010년에 실시한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서울시 청년의 주거빈곤 분포는 대학위치와 밀접한 관계를 보였다. 게다가 날이 갈수록 민간 임대시장은 더욱더 팍팍해지고 있다. 2000년과 2010년의 전세가를 비교한 결과, 서울시 25개 구 중에서 7개(강북구, 은평구, 양천구, 구로구, 금천구, 서초구, 강남구)를 제외한 18개 구에서 전체 인구의 전세가에 비해 청년 1인의 평당 전세 상승률이 높았다. 민간 임대시장은 경제적 강자인 강남지역(서초구, 강남구)보다 경제적 약자에 놓여있는 대학생들에게 더욱 더 잔혹한 셈이다.

이처럼 아이러니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고함당은 대학가를 우선으로라도 전월세 상한제를 도입할 것을 촉구하는 바이다. 전월세 인상률 제한, 임대차 계약 기간 확대(기존 2년 미만)를 중심내용으로 하는 임대차 보호법 개정안은 2011년 이후 별다른 논의도, 이슈도 되고 있지 않다. 그러나 더는 미룰 수 없다. 정치권은 국회에 잠들어 있는 임대차 보호법 개정안을 시급히 되살려내어 입법화해야 한다.

2014년 5월 15일

“라면 먹고 갈래?”도 마음껏 외치지 못하는 ‘주거빈곤’상태의 20대들의 곡소리를 들으며 고함당 주택대책위원장 릴리슈슈 씀 

참고자료
대학생의 주거권을 말한다. ‘민달팽이 유니온’/이한솔(민달팽이 유니온 위원장)
주거복지 컨퍼런스: 청년 주거빈곤 보고서/권지웅, 이은진(민달팽이 유니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