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완결웹툰 ‘야옹이와 흰둥이’ – 윤필 글/그림

 

제목만 보고 애완동물 키우는 내용의 웹툰인 줄 알았다. 다음 웹툰 ‘개와 토끼의 주인’을 통해 애완동물 키우는 이야기를 재밌게 봤던 터라, 비슷한 이야기를 기대했다. 완전히 헛짚었다. ‘야옹이와 흰둥이’는 동물의 시선으로 세상의 아픔을 담담히 서술하여 독자의 심금을 울린다. 비정규직, 외국인 노동자, 대학생, 알바생 등의 캐릭터가 야옹이와 흰둥이에게 사람에겐 말할 수 없는 그들의 내밀한 아픔을 드러낸다. 사람들은 관심 없는 이야기를, 야옹이와 흰둥이는 차분히 들어준다. 

 

 

ⓒ윤필

 

야옹이와 흰둥이의 주인은 보증을 잘못 서서 빚을 내고 도망갔다. 사채업자는 이들에게 주인의 빚을 대신 갚으라고 요구한다. 졸지에 생계전선에 내몰린 야옹이와 흰둥이는 공사장, 배달가게, 학원, 빵집 등 여러 알바를 전전하며 빚을 갚아나간다. 이 과정에서 이들이 만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이 웹툰의 주축이다. 일일이 다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수많은 사회의 면면이 웹툰의 캐릭터들을 통해 드러난다.

작가는 직접적인 서술을 피하는 대신 ‘야옹이와 흰둥이’가 다른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형식을 취함으로써 독자의 감정이입을 극대화한다. 작가는 야옹이와 흰둥이가 마주하는 상황에 대해 어떠한 의견표현도 하지 않는다. 그저 이들의 시선을 독자에게 그대로 보여줄 뿐이다. 이런 형식을 통해 작가가 서술하는 이야기는 크게 세 갈래다. 흰둥이와 야옹이를 고용한 사장들과 직장동료, 이들이 상대하는 손님의 이야기다. 악덕사장과 진상손님, 안타까운 사연을 가진 알바생들의 이야기가 번갈아 등장한다.

흰둥이와 야옹이의 줄거리는 현실과 맞닿아있다. 흰둥이와 야옹이는 사람이 아니라는 이유로 직장에서 임금도 적게 받고 더 많은 일을 하며, 더 불합리한 대접을 받는다. 사람인 이들의 동료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이주노동자라는 이유로,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알바생이라는 이유로 자신에게 주어진 사회적 하위계층의 위치를 받아들인다. 같은 사람끼리도 ‘윗사람’과 ‘아랫사람’이 자연스레 나뉜다. 작가는 이들이 받는 핍박과 멸시를 통해 저평가된 노동의 가치, 착취와 피착취로 이루어진 노동자와 고용자의 관계, 사회의 그늘에 가려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재조명한다.

 

ⓒ윤필

 

 

야옹이는 불만이 없다. 야옹이의 밝은 성격은 작가가 제시하고자 하는 주제의 전달력을 높인다. 어떠한 불합리한 상황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힘들어하는 주위 동료들과 흰둥이를 다독이며 빚을 갚아나간다.  아무리 노력해도 나아지지 않는 상황과 동료들의 좌절에 야옹이가 깊은 절망에 빠지는 장면은 이 웹툰의 절정이다.

흰둥이는 성대수술을 받았다. 말을 하지 못한다. 본인이 무슨 일을 겪어도, 주위 사람들이 안 좋은 일을 당해도 묵묵히 자신의 몫을 다한다. 그러나 흰둥이가 말을 할 수 있었다고 한들, 말을 할 수 있는 우리라고 한들, 그와 같은 상황에서 무슨 말을 할 수 있을 것인가. 벙어리인 흰둥이는 독자에게 엄중히 묻는다. 너는 나와 무엇이 다른가. 벙어리와 무엇이 다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