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그로] : Aggravation(도발)의 속어로 게임에서 주로 쓰이는 말이다. 게임 내에서의 도발을 통해 상대방이 자신에게 적의를 갖게 하는 것을 뜻한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자극적이거나 논란이 되는 이야기를 하면서 관심을 끄는 것을  “어그로 끈다”고 지칭한다.

고함20은 어그로 20 연재를 통해, 논란이 될 만한 주제들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하고자 한다. 여론에 정면으로 반하는 목소리도 주저없이 내겠다. 누구도 쉽사리 말 못할 민감한 문제도 과감하게 다루겠다. 악플을 기대한다.



지난 5월 15일 그룹 엑소의 멤버 크리스(25, 본명 우이판)가 소속사인 SM을 상대로 전속 계약 해지 소송을 제기했다. 전속 계약 해지 소송의 이유는 과도한 스케줄, 개인활동 제약, 불공정한 수익분배 및 아티스트에 대한 소속사의 부속품 취급이었다. 침체된 가요계에서 강력한 팬덤을 보유하며 12년 만에 첫 밀리언셀러를 기록한 명실상부 한국 대중음악계의 강자인 엑소였기에 이번 사건은 팬들을 비롯한 대중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줄 수밖에 없었다.



엑소 '크리스'/ⓒ SM



처음 소송에 대한 보도가 나가고 난 후 누리꾼 및 팬들은 과거부터 여러차례 반복되는 계약 해지 분쟁으로 사건의 화살을 소속사인 SM으로 돌렸다. 그러나 소송의 시기와 과거 크리스의 행적들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여론은 서서히 크리스를 향해 책임을 묻기 시작했다. 팬들에 따르면 크리스가 내건 소송의 시기는 참 애매했다. 당시 엑소는 새 앨범 활동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었으며, 첫 콘서트를 불과 열흘 남짓 앞둔 상태였다. 뿐만 아니라 크리스는 일명 ‘전적’이 있는 멤버였다. 과거에도 수차례 단체 생활을 이탈하고 종적을 감춘 적이 있었다. 종적을 감춘 크리스는 연습에 매진하는 나머지 멤버들과는 달리 휴가를 즐겼던 것으로 파악됐다. 더불어 12명의 멤버들 중 크리스 혼자 소송을 제기한 것에 대해 배신감을 느낀다는 나머지 멤버들의 반응으로 인해 의문은 커져가고 있다.



당사자가 아닌 우리는 전속 계약 해지 소송에 대해 그 무엇도 자세히 알 수 없다. 그저 여러 가지 정황을 보고 추측할 뿐이다. 물론 여론이 크리스에게 책임을 묻는 것에 대한 이유는 분명하다. 크리스는 활동 중간에 잠적과 함께 소송을 내걸었다는 무책임에 대한 비난과 함께 일하는 동료를 져버렸다는 도의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러나 그동안 소속사와 크리스 사이의 관계 및 업무 과정에 대해 제 3자인 우리는 과연 크리스만 탓할 수 있는지 의문을 가질 필요가 있다.


크리스가 과거 이탈 전적이 있는 멤버라면 SM 엔터테인먼트는 소속 연예인들에 의해 수차례 소송을 당한 전적이 있다. 불공정계약과 소속 연예인에 대한 부당한 대우로 인한 기나긴 소송의 역사다. 이에 관련해 SM과 소속 연예인의 대립구도가 본격적으로 가시화 된 사건은 2009년 7월 SM과 JYJ(김재중, 박유천, 김준수)의 분쟁이었다. 소송의 이유는 크리스와 유사했다. 결국 ‘계약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져 JYJ는 현재 SM을 나와 활동을 하고 있다. 같은 해 12월, 슈퍼주니어의 중국인 멤버 한경 또한 부당계약과 개인 활동 제약을 근거로 ‘전속 계약 효력 부존재 소송’을 걸어 승소했다.



SM은 소속 연예인과의 분쟁 뿐 아니라 계약 문제와 과도한 위약금 요구로 인해 2002년부터 수차례 공정위의 시정 명령을 받아 왔다. 먼저 2002년 SM은 계약 위반 시 과도한 손해배상액을 근거로 시정명령을 받았다. SM은 이에 불복하였으나 패소했다. 2007년에 이르러 SM은 다시 공정위의 시정명령을 받게 된다. 부당한 계약 내용과 소속사라는 독점적 지위를 남용하고 있다는 사유였다. 2009년 JYJ와 한경의 전속 계약 효력 가처분 소송에 의해 노예계약 파문이 불거진 1년 후 2010년 SM은 또 한 번 전속계약의 부당함에 대해 시정명령을 받았다. 


이렇게 수차례 시정명령을 받아왔음에도 불구하고 문제는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SM은 여전히 소속사라는 지위를 남용하고 있다. 실제로, 어렵게 SM에서 나온 그룹 JYJ가 5년이 지난 지금까지 드라마를 제외한 공중파 프로그램에 출연하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 SM의 ‘외압’ 때문이라는 추측이 업계 관계자들과 팬들 사이에서 공공연한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분명 이번 분쟁의 일면에는 크리스의 책임도 있다. 그러나 크리스의 잘못된 행동으로 SM의 과오까지 덮을 수는 없다. SM의 거듭된 송사와 공정위의 시정명령 불이행에는 SM의 책임이 크다. 한 번이 아닌 여러 번 문제가 되는 것은 분명 계약 및 SM과 소속 연예인의 관계 속에 부당함이 존재한다는 말로 반증될 수 있다. 물론 사람을 다루는 업계에서 기업의 논리를 따르다 보면 불만이나 부당함이 아예 존재하지 않을 수는 없다. 그러나 그 과정 속에서 얼마든지 대화와 타협을 통해 원만하게 해결을 볼 기회는 존재했을 것이다. 


결국 SM의 거듭되는 송사는 계약의 문제 뿐 아니라 내부 의사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음을 의미한다. 더불어, 마치 현재 소속 연예인에게 본보기를 보이듯 대립구도를 이뤘던 가수들에게 부당한 외압을 가하는 것 또한 인간적으로 존중받지 못하는 기분을 느끼게 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소속 연예인들에 대한 SM의 태도가 그들이 주장하는 부속품 취급과 같은 부당한 대우의 핵심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