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함20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연재 [자취일기 2014], 20대 자취생활의 에피소드를 낱낱이 풀어내겠습니다. 독자분들의 자취생활을 담은 소재도 제보 받습니다.



모기와 해충


혼자 살면 의외로 가느다란 모기를 잡기가 힘들다. 방 크기에 비해 크고작은 모서리와 구석이 많아서일까. 모기라면 그나마 다행인데, 나방처럼 큰 해충이 들어온 적이 있다. 원래 벌레를 무서워하기 때문에 거의 울면서 약을 뿌리고 신문지를 휘둘렀다. 아직도 나방의 날갯짓 소리를 떠올리면 소름이..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한시간 가량 통화했다. 혼자 귀신과 싸우는 기분이었다. 다른 위기상황도 그렇지만 정말 이럴 때 동네친구가 절실하다. 차마 잡아달라고는 못하더라도 좀 찾아와달라고 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주방의 도미노


토마토를 익히거나 김치와 돼지고기를 기름에 볶고 있는데 갑자기 와르르 뭔가 무너진다. 설거지를 하고 쌓아둔 그릇이나 도마, 쟁반 등이 옆으로 쓰러지는 것이다. 인덕션은 오른쪽에 위치하기 때문에 오른손으로 냄비 내용물을 지탱하면서 왼쪽에서 도미노가 되는 물건을 잡아야한다. 오른손의 도구를 놓쳐도 상관없는 경우도 있지만, 그랬을때 요리가 망가지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고 쓰러지는 물건들을 안 잡으면 그보다 더 왼쪽에 있는 싱크대로 다 쏟아지게 된다. 깨지지는 않지만 다시 헹궈서 올려놓아야 해서 번거롭다. 싱크대 안에 물건이 갑자기 넘어진 모습도 그다지 유쾌한 장면은 아니다. 갓 이사 왔을때는 조리대가 넓어보였지만, 활용하기 시작하면서 그곳은 헬게이트가 되었다. 위기의 그릇들을 보며 “어 안돼!”를 외쳐도 도미노를 멈춰줄 사람이 없어 슬프다. 

 

집에 뭔가 켜두고 나온 것 같은데 기억나지 않을 때


고데기, 보일러, 에어컨, 인덕션, 드라이기 콘센트, 멀티탭, 노트북, 스탠드, 욕실전등 등을 끄지않고 그냥 나왔을까 걱정했던 날들이 많다. 다행히 아직까지 큰 일은 없다. 보일러나 에어컨을 깜빡 켜 두고 나온적이 있지만, 인덕션이나 고데기가 아닌게 어딘가. 그냥 그렇게 생각하고 넘어간다. 전화해서 물어볼 사람이 있으면 좋겠지만. 비슷한 예로 빨래를 돌려놓고 꺼내서 말리는 걸 잊은 경우가 있다. 습기를 잔뜩 머금은 채로 뭉쳐져있었기 때문에 정말 급하게 입어야 할 옷이 아니라면 다시 세탁해야 한다.

 

전기의 차단


“띠-“하는 소리와 함께 순간 정적이 흐른다. 실은 누전차단기 전원을 올리면 금방 해결되는 위기다. 그냥 그 순간이 무섭다. 혼자있을 때 방의 모든 전기(노트북, 전등, 에어컨, 심지어 끓고있는 전기포트)가 한순간에 나간다고 생각해보면 된다.

 

 

(아직) 오지 않은 비상사태들

 

도난


원래 살던 집에서는 고등학교 때 두 번 도둑맞은 적이 있다. 마당을 통해 들어온 도둑이 화장실 창문을 타고 들어와 부모님결혼예물을 쓸어갔다. 기숙사에서는 방에서 도둑맞은 적은 없고, 공동 냉장고에 넣어둔 음식을 누군가에게 빼앗긴 적이 있다. 별로 배도 부르지 않았을 바나나우유 4개들이, 요거트 등등.

 

화재


우리 집 골목쪽으로 그동안 꽤 많은 소방차와 구급차가 올라갔다. 집으로 당도하는 골목은 하나였기 때문에 그때마다 “설마 우리집?!”하는 생각을 늘 하지만 그런 일은 없었다. 문을 열 때 손잡이가 뜨거웠던 적도 없다. 어딘가에 늦는 한이 있어도 전열기구는 반드시 확인하고 나가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붙어있는 원룸건물 특성상, 한 집에서 불이 나면 이런 노력도 큰 소용이 없을것이다.

 

이웃의 방문


미드나 예능프로그램을 보면서 엄청나게 크게 웃는다. 음악도 꽤 크게 들었던 적이 있지만, 아직까지 누군가 집에 항의하러 온 적은 없다. 물론 음식을 갖다주러 온 적도 없다. 나쁜 일로 오는것만 아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