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앞은 음악과 젊음의 자유로움을 담보하는 고유명사다. ‘거리’가 아닌 ‘상가’가 되었다는 비판에도 명성은 건재하다. 여전히 많은이들이 노래를 하기위해, 또 듣기위해 이곳을 찾는다. 길거리 공연은 이곳의 상징과도 같다. 버스킹이라는 개념이 언론에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초중반 즈음이다. 서울로 한정할 경우, 홍대 뿐만아니라 신촌, 대학로 등 번화가에서 ‘버스커’들을 심심치않게 찾아볼 수 있다.

우후죽순 생겨나는 길거리 공연 ‘버스킹’은 보통 즉흥적인 행위로 인식된다. 마포구청에 따르면 길거리 공연의 경우 예외없이 구청에 미리 접수해야만 진행이 가능하다. 그러나 신고절차가 복잡하고 공연할 수 있는 공간이 한정적이기 때문에 많은 버스커들은 비어있는 공간에서 즉석으로 연주를 하는것이 대부분이다. 걷고싶은거리 가로등에는 “밤 9시이후 길거리 공연을 자제해 달라”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지난 5월 3일 토요일 오후 네시, 홍대입구 인근 ‘걷고싶은거리’ 쪽으로 향했다. 인공 화단으로 구분된 공간에서는 이미 공연이 진행중이었다. 걷고싶은거리 인근은 2호선 홍대입구역을 가는 길목에 위치한다. 많은 버스커들이 음식점, 액세서리 판매점, 카페 등 상가건물을 정면으로 보는 구조에서 공연을 갖는다. 공터와 상가 사이가 관객석 역할을 하게 된다. 두 명의 남자는 팁박스 없이 노래를 불렀다.  길목을 지나던 사람들이 잠시 멈춰서서 음악을 들었다. 

약 한시간 뒤, 바로 옆쪽에서 새로운 버스킹이 시작됐다. 이들은 음식점을 마주하고 있었다. 마포구에서 설치한 구조물을 제외하면 버스커들은 한 장소에서 공연하는것과 다름없다. 남자 네 명이 기타와 마이크를 들고 버스킹을 시작했다. 역시 관객석과 무대의 구분이 없었다. 작은 앰프가 경계라면 경계였다. 길 사이를 지나가려던 사람들이 잠시 멈춰서기도 했다. 버스커들은 제이슨므라즈, 버스커버스커 등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진 뮤지션의 곡을 중심으로 다양한 노래를 불렀다.



다른 골목에서도 공연이 진행되는지 알아보기 위해 홍대입구 인근을 한 바퀴 돌았다. 홍대입구 8번출구 쪽 골목에서는 기타와 하모니카 연주가 진행중이었다. 각각 다른 공간에서 기타를 연주하는 외국인 두 명, 걷고싶은거리 입구에서 마이크로 혼자 랩을 하는 버스커도 볼 수 있었다. 이들은 상가에서 나오는 음악소리와 사람들의 목소리 속에서 ‘존재감’을 뽐냈다. 저녁 7시 이후, 공항철도 쪽으로 가는 길목 공터에서 또다른 버스킹이 시작됐다. 통기타를 쥔 버스커는 공터 한 가운데에 앉아 김광석, 윤종신의 히트곡을 불렀다.

저녁 8시쯤, 처음 방문한 버스킹 장소에서 공연을 막 끝낸 황재경(19)씨, 김효상(18)씨를 만났다. 이들은 재작년 말부터 춤 공연으로 버스킹을 시작했다. 소속된 팀 없이 기타와 앰프, 마이크를 가지고 공연한다. 보컬을 겸하게 된 것은 작년부터다.“일주일에 2~3일, 주로 금,토,일에 공연하고 있어요.”

이른 저녁부터 자리를 맡은 비결이 궁금했다. “좀 일찍 나와서 맡아요. 자리는 사실 다 운이에요. 일찍 나와도 이미 차 있을때가 있고, 늦게 나와도 자리가 비었을 때도 있어요.”3~4시 즈음 시작되는 공연은 ‘피크타임’을 위한 예열과 같다. “사람이 없으면 일단 연습하듯 하다가, 많이 모이면 본격적으로 하는 경우도 있어요. 오후 5시부터 사람이 좀더 많아지기 시작해요.” 주말엔 오후 10시~11시에도 꽤 많은 관객이 공연을 보고 간다. 팁박스 수익 역시 때에 따라 다르다. 춤 공연을 하면 하루에 10만원, 보컬 공연은 2시간에 3~4만원 정도가 모인다. 이들은 팁박스 수익을 중요하게 고려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시간이 지날수록 주변 소리와 연주가 섞여 어려운 점도 있다. ‘연예인급’의 규모가 큰 팀이 근처에서 거리공연을 하기도 한다. “바로 옆에서 하면 좀 힘들어요. 집중이 안되기도 하고, 갑자기 옆에서 드럼이나 큰 소리가 나면 관객들이 그쪽으로 시선을 한꺼번에 돌리거든요. 당황스러운 순간이에요.” 이들은 컨디션 문제를 제외하고 큰 위기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 날도 재경씨는 가라앉은 목소리 때문에 공연 내내 관객들에게 죄송하다고 말했다. “민원신고 때문에 경찰 한 분이 방문하시기도 했어요. 춤 공연을 했던 시기에는 특히 그런 경우가 많았죠.” 주로 인근 상가에서 들어오는 민원이다. 같은 길목에 있어도 상가 위치에 따라서 공연이 금지되거나 허용되기도 한다. “아까 저쪽(공연을 한 장소를 가리키며)에서 했잖아요. 근데 여긴 또 버스킹이 안돼요.” 두 사람은 이 날 공연을 마치며 다음 공연을 할 버스커들을 소개하고 자리를 떴다.



기타와 베이스, 퍼커션으로 악기를 구성하고 공연하는 3인조 팀 ‘뷰티핸섬’은 일주일에 최대 서너번의 버스킹을 갖는다. 이들 역시 주변의 소음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상가에서 나오는 음악소리 같은 경우, 어쩔 수 없이 최대한 피해서 합니다. 그분들이 우선이니까요.” 소리가 겹치게 되면 듣는 관객들도 집중도가 떨어지고, 연주자들도 서로의 악기소리가 잘 들리지 않아 애를 먹는다. “버스커들끼리 소리가 겹치는 경우에는 정말 난감합니다. 길거리 연주인만큼 소소하게 하는게 제일 아름답다고 생각하는데, 가끔 너무 큰 앰프로 소리를 내는 버스커들을 봐요.” 이 외에도 공연에 영향을 주는 몇 가지 변수가 있다. 갑자기 비가 내리면 악기부터 보호해야 한다. 인근 상인이나 거주민들이 소음 신고를 하기도 한다. 취객의 기습을 받을때도 있다. 관객들이 너무 많아 본의아니게 차량이나 시민들의 통행을 방해할 경우에도 난감하다. 

“신고를 하지않는 이상 자리를 맡는 것은 어렵습니다. 먼저가서 연주를 시작하는게 자리를 잡는것과 같은 행위이고요.” 원하는 자리가 찼을 경우에는 공연자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끝나는 시간까지 기다리기도 한다. 페이스북 등 SNS에 대략적인 위치를 공지하는 것이 이들의 요령이다. 이들은 자리를 선정할 때 다른 버스커가 없는 방향에 스피커를 놓고 연주한다고 밝혔다. “적정거리를 두고 연주해야 지나가는 관객들의 눈길을 끌 수 있고, 버스커들끼리도 이득이 되는 방향이라고 봅니다.” 이들은 늘어나는 음악인들에 비해 설 무대가 오히려 줄고 있는 현실에서 버스킹이 등장했다고 말했다. 





‘김김프로젝트’의 보컬 김희대 씨는 홍대에서 버스킹을 잘 갖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미 버스킹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밴드의 목적에 따라 다르다. 평가 받지 않으려는 이유에서 버스킹을 안 하고자 하는 경우가 있다.” 이들은 주로 공덕 인근에서 공연을 진행한다.

좁은 간격을 두고 공연하는 것에 대해서도 김씨는 “그 안에서 나름의 경쟁을 하는 것이다. 연주자와 밴드 사이에서의 실력에 대한 것인데, 객관적 평가보다는 주관적 평가가 더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기존의 버스커들보다 많이 알려진 팀 등이 종종 버스킹을 진행하는 것에 대해서 김씨는 “잘 하고 있는 이들은 더 잘됐으면 한다. 그래야 다른 버스커들도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그는 상인들과 버스커들 사이에 마찰이 발생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버스킹을 하는 유명한 밴드들이 그 때문에 서명 운동을 하기도 했다.” 인터뷰 말미 김씨는 한국에서 밴드와 거리공연에 대한 인식이 좋은 편은 아니라며 “문화의 거리라는 가치를 표방했던 홍대가 지금은 밴드나 공연이 공공성을 해치는 부분으로 인식되는 것 같다”고 아쉬움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