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사는 청년 10명 중 4명은 지방 출신이다. 이들 중 대학 진학으로 상경한 유학생들을 위해 각 지방의 시민, 장학재단, 지방자치단체는 기금을 모아 서울에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학숙은 지방이 대학생 주거 문제를 위해 힘을 모아 내놓은 대안이다.

 

 

 

현재 서울 내에는 11개의 학숙이 운영되고 있다. 값싼 비용과 철저한 보안 시스템으로 매년 입사 경쟁률이 치열하며, 입사만 해도 효도라는 의미로 ‘효도 기숙사’라고도 불린다. 앞서 말한 장점 외에 부모님이 학숙을 선호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사생들을 관리하고 규율하는 ‘구속력’ 때문이다.

 

 

 

 

 

캡처

다큐3일 – 스무살 기지개를 켜다, 남도학숙

 

 

   

 

 

 

부모의 마음으로 보금자리를 꾸리겠다던 학숙은 엄마가 서울에 따라온 듯한 느낌을 줄 정도로 사생의 생활을 사사건건 규율한다. 성인이 된 사생들을 통제하는 방안은 벌점제도다. 금지사항을 위반했을 때 징계처분으로 벌점을 부여하며, 정도에 따라 경고 조치, 반성문, 보호자 통보, 퇴사 조치로 이어진다.

 

   

 

먼저 대부분의 학숙은 오전 6시에 기상 음악을 울린다. 전라남도와 광주광역시 출신 학생들을 위한 남도학숙에서는 평일 5시 30분부터 6시 40분까지 생활관 1층의 지문인식기에 확인하면 상점 1점을 부여한다. 일어났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간단한 절차다. 이어 20분 이상 자기계발활동을 한 후 7시 10분 전까지 다시 확인하면 상점 1.5점이다. 6시 40분 장학부실에 지문인식기에 확인한 후 조기등교를 해도 마찬가지로 상점을 받을 수 있다.

 

   

 

이렇게 마일리지 제도처럼 쌓인 생활성적은 다음연도 입사에 반영된다. 다음 해에도 학숙에 계속 남을 수 있는 재사생은 절반에 불과해 경쟁은 치열할 수밖에 없다. 한 달에 기본적으로 9점을 채우지 않으면 벌점을 부여한다. 다음은 아침 운동과 생활관 청소 시간이 이어진다. 경북학숙, 경기도장학관 역시 기상, 아침 운동, 생활관 청소로 이어지는 일과표를 마련하고 있다.

 

 

 

한편 기상 시간의 통제에서 벗어나 아침잠을 즐기는 학생들은 또 다른 난관에 부딪힌다. 일부 학숙은 온수가 나오는 시간이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아침 9시까지 일어나지 않으면 저녁 7시가 될 때까지 기다려야 따뜻한 물로 샤워할 수 있다. 남도학숙에 거주하는 정 씨는 “주말에 부족한 잠을 채워야 하는데 씻기 위해서 꼭 일어나야 하니 불편하다. 학숙은 늘 재정 문제 때문이라고 하는데, 사생들의 생활 패턴을 간접적으로 제한하기 위해서라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통금 시간 역시 이르게는 10시 30분부터 대부분 12시까지로 정해져 있다. 저녁 점호 후 사생들은 청소 상태를 점검받는다. 종종 금지 물품을 소지하고 있는지 불시 점검을 하기도 한다.

 

   

 

일반적인 공동체 생활 규칙 외에도 비합리적인 규율은 즐비하다. 예를 들어 경북학숙은 정치적인 집회, 선동, 불온학습, 연설하였을 때 퇴사 조치를 가한다. 강원학사도 같은 조항이 있으며 학사 내에 학술연구 및 교양활동과 관련 없는 단체를 조직하거나 이에 가입하였을 때의 경우에도 퇴사시킨다. 경기도장학관 역시 학업과 관련 없는 단체를 조직하거나 장학관운영에 부당한 요구 또는 사생 통솔에 악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하였을 때 퇴사시킨다. ‘정치적인’ ‘선동’ ‘불온’ ‘학업과 관련 없는’ 등의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의 사생수칙으로 생활관 외 행위까지 규율하는 셈이다.

 

   

 

이처럼 벌점으로 시작해서 벌점으로 끝나는 생활 규율이지만, 사생수칙은 제대로 된 절차를 거쳐 수립되지 않는다. 남도학숙은 최근 ‘수면바지 착용 금지’라는 수칙을 즉흥적으로 만들어 시행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식사 시간에 식사하지 않을 시 벌점’이라는 수칙을 만들고자 했으나 사생들의 반대에 부딪혀 결렬되는 해프닝도 있었다.

 

   

 

또한, 벌점 누적 시 퇴사 조치까지 받을 수 있지만, 그 기준이나 총량은 썩 혹독하다. 벌점 100점 시 퇴사 조치하는 경북학숙의 경우 점호 불참 시 15점, 귀사시간을 위반하거나 교양강좌에 불참할 경우 20점, 출입문 이외의 곳으로 출입할 경우 100점의 벌점을 부과하고 있다.

 

   

 

고등학생도 아니고 대학생도 아닌 이 애매한 상황에서 사생들이 제 발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서울의 비싼 임대료와 잦은 이사의 풍랑에서 그나마 의지처가 되는 공간이 학숙이기 때문이다. 옥탑방과 반지하 방, 고시원을 전전하는 주거 빈곤층이 사방에 도처한 가운데 사생들은 차악(次惡)의 선택지로 학숙에 남았다. 마음은 대학생이지만 몸은 고등학생으로 통제받는 괴리감도 웃는 낯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실정이지만, 울며 겨자 먹기가 달가울 리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