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연령 55.71세. 지난 2010년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지방의원의 평균 연령이다. 평범한 직장을 다닌다면 퇴직 후의 삶을 생각할 나이지만 정치인으로서 50대 중반의 나이는 평균에 불과하다. 선거에서 젊음의 이미지를 전면에 내세우는 후보의 연령대도 40대 이상이 다수다. 한 때 386세대가 정치 신인의 대명사처럼 불렸던 시기도 있었지만 그들은 어느새 50대에 다가섰다. 이미 정치권에선 40대 중반이 막내로 통한다. 






의회에서 우리를 대표하는 사람은 우리가 공유하는 정체성을 가져야만 한다는 생각은 오랜기간 한국 정치의 많은 부분을 규정해왔다. 정치인은 노동자의 문제는 노동자 출신의 후보가, 여성의 문제는 여성 후보가 가장 잘 대표할 수 있다고 말한다. 흔히 사용하는 ‘최초의 사병 출신 대통령’이나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라는 표현은 정치인과 유권자의 동질성에 호소하는 대표적인 전략이다. 



지난 대선 당시 공보물. 여성대통령과 노동자대통령.





87년 이후 한국의 정치를 지배해온 지역주의 투표도 이 주장의 연장선으로 해석할 수 있다. 영남 지역엔 영남 출신 후보가, 호남 지역엔 호남 출신 후보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비록 이러한 주장이 사람들의 믿음만큼 현실에서 잘 작동하고 있는지는 불명확하다. 그럼에도 정체성의 정치는 유권자의 마음에 호소하는 가장 강력한 선거 전략 중 하나다. 






한국 정치에서 젊은 세대가 정치 전면에 등장한 사례가 전혀 없던 것은 아니다. 가까이는 90년대 이후 정계에 데뷔한 386운동권이 있다. 거슬러 올라가면 유명한 ‘40대 기수론’도 있다. 71년 대선을 앞둔 신민당 경선 당시 김대중, 김영삼, 이철승 세 후보는 신민당 원로 그룹을 비난하며 세대교체를 전면에 내세웠다. 사실 김영삼 전 대통령이야말로 26세에 국회에 입성한 시대를 앞선 ‘청년 정치인’이었다.





40대 기수론을 제창할 당시 김대중 김영삼 전 대통령의 모습 / ⓒ한겨레





이러한 움직임을 정체성의 정치라는 관점에서 해석하기엔 무리가 많다. ‘세대교체’는 정당 내부의 권력투쟁에서 자신과 반대입장에 있던 구세력을 몰아내기 위한 구호의 연장선상이었지 그들이 특정한 세대의 입장을 대변한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청년세대는 오랜기간 자신들의 정체성을 대표할만한 정치인을 갖지 못했다. 






긴 침묵의 시간에 비춰볼 때 지난 19대 총선은 이례적으로 ‘청년 정치인’에 대한 열망이 분출된 시기였다. 각 정당은 비례대표 중 일부를 ‘청년후보’ 몫으로 할당했다. 민주통합당의 ‘락파티’, 통합진보당의 ‘위대한 진출’등 오디션 형식의 선발과정을 거친 20대, 30대 후보가 비례대표 당선 안정권에 배정됐다. 장기적인 관점 없이 쇼맨쉽에 치중해서 후보를 선출한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비판이 제기됐다는 사실이 그 자체가 많은 이들이 청년세대의 정체성의 정치라는 문제에 적지않은 관심을 갖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선거가 끝나고 비로소 ‘청년 국회의원’이라고 부를만한 의원이 국회에 입성했다. 




19대 국회 청년비례대표는 새누리당 김상민·이재영 의원, 새정치민주연합 김광진·장하나 의원, 통합진보당 김재연 의원 등 총 5명이 있다. 사진은 왼쪽부터 김광진, 김재연, 김상민 의원. / ⓒ일요시사




총선으로부터 2년이 지난 지금 지방선거를 앞두고 청년 정치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찾긴 힘들어졌다. 각 정당이 먼저 나서 청년문제 해결을 위해 청년 국회의원이 필요하다고 말하던 2년 전 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지방선거 후보자 등록 상황도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기초의원선거 지역구에 입후보한 5377명 중 20대 후보는 37명으로 전체 후보의 0.68%에 불과하다. 광역의원선거 지역구도 1720명의 입후보자 중 20대 후보는 21명으로 1.22%를 차지하고 있다. 그나마 20대 입후보자 대부분은 진보정당 출신의 후보다. 당선가능성을 생각하면 20대 지방의원의 수는 이보다 훨씬 더 적어진다.




물론 의회의 구성원이 사회의 인구 구성비를 완벽하게 반영하기란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1% 내외의 20대 후보자 비율은 지나치게 낮아 보인다. 더군다나 기초의원선거는 국회의원선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그 허들이 낮다. 정치 신인도 쉽게 진입 가능하다. 그럼에도 여전히 청년 정치인은 눈에 띄지 않는다.





청년세대의 지방의회 진출이 활발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과와 정당 관계자로부터 문제점과 대안을 들을 수 있었다. 원인으로는 청년 세대의 전반적인 정치 참여 부재, 정당 공천시스템의 배려 부족, 정당의 대학생/청년 조직의 부재를 지목했다. 대안으로는 공청시스템의 개혁과 대학생/청년 조직의 실질적인 활성화를 주문했다. 마지막으로 지방의회에 과연 청년 정치인이 필요한지에 회의적인 조금 다른 시각의 이야기도 들어봤다. 




<고함20> 기획: 지방선거 20대를 부탁해


1. 평균연령 55세, 청년 정치인은 없다(바로가기)


2. 정치 입문을 가로막는 벽(바로가기)


3. 정당공천을 둘러싼 문제(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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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청년의원 꼭 필요한가요(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