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서울시 교육감 선거는 유래없는 진흙탕 분위기다. 미국에 거주중인 고승덕 후보의 딸 캔디 고씨가 ‘자녀의 양육 의무를 져버린 아버지는 교육감이 될 자격이 없다’는 내용의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리면서 엄청난 파장을 몰고왔다. 문용린 교육감은 부녀간의 폭로전을 두고 “패륜의 한 장면”이라며 싸잡아 비난했다. 







서울시 교육감 후보들의 폭로전과 상호비방은 교육감 선거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교육정책과 교육철학이 사라진 자리를 후보자 개인의 도덕성에 대한 평가가 채워가고 있다. 선거에서 후보자 개인의 도덕성이라는 요소를 전혀 무시할 수는 없다는 점은 인정한다. 하지만 서울의 초중고생 교육을 4년 간 책임질 자리에 있어야 할 사람들이 교육에 대한 비전 대신 도덕적 선명성 대결만 하고 있는 현재의 상황은 심히 유감이다. 




교육감 직선제가 시작된 이후로 교육감 선거는 온갖 자격시비에 시달려왔다. 후보 이름의 가나다 순서대로 순번을 배정하자 전국에서 김씨 후보가 당선되는 촌극이 연출됐다. 이후 공정을 기하기 위해 순번을 뽑기로 배정했지만 이번엔 뽑기 결과에 따라 당락이 결정되자 로또 교육감이라는 불명예스러운 이름까지 탄생했다. 




상당수 여론조사기관의 여론조사 결과도 유권자의 무관심을 뒷받침한다. 지방선거를 눈앞에 두고 있지만 대부분의 유권자는 교육감선거에 큰 관심이 없다. 후보등록 전후로 실시된 전국적인 여론 조사에서 교육감 후보에 대한 선호를 묻는 질문에 무응답층이 적게는 30%에서 많게는 50%를 차지했다. 경기도 교육감 선거는 7명의 후보가 난립한 가운데 10% 초반의 지지율로 1위를 하는 상황까지 나타나고 있다.




교육감 선거의 인식 부족과 한계를 지적하며 교육감 직선제에 회의적인 시각을 보내는 사람도 많다. 광역자치단체장-교육감 러닝메이트제를 도입하자거나 아예 임명제로 선회하자는 입장도 있다. 중립적인 교육자치의 실현이라는 교육감 직선제의 대의를 생각할 때 제기되는 일부 대안은 오히려 개악에 가깝다. 다소 불편하긴 하지만 교육감 직선제의 취지를 살려 제도를 개선하는 방향이 필요하다.




엉망진창으로 교육감 선거가 진행되는 가장 큰 이유는 유권자가 교육감에 대한 정보를 얻기 힘든 상황 때문이다. 특히 교육감 후보가 정당공천을 받지 않는다는 이유가 크다. 후보자에 대한 정당공천은 그 자체로 유권자의 정보접근 비용을 낮춰준다. 정당의 공천과정을 통과한 후보는 병역, 범죄, 납세등의 문제에서 최소한의 도덕성을 갖추게 된다. 후보자의 공약은 그가 소속된 정당이 평소 지향해온 바를 큰 틀에서 따르고 있다. 하지만 교육감 후보는 정당공천을 받지 않으므로 정보를 얻기 위해선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교육 이슈가 무엇인지 각 후보는 어떤 입장을 취하고 있는지 유권자가 하나하나 정보를 비교해야 한다. 일부에선 ‘민주진보 단일후보’ 혹은 ‘보수 단일후보’같은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유권자에게 손쉽게 정보를 전달한다. 그러나 단일화가 실패한 경우 이런 표현을 쓰기도 힘들뿐더러 이러한 표현은 당파성을 멀리하고 중립적 입장에서 교육 정책을 수립하자는 기본 취지에도 벗어난다. 







유난히 짧은 선거운동기간은 유권자가 교육감 선거에서 정보를 얻는 과정을 더욱 어렵게 한다.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뤄지는 교육감 선거는 고작 2주 정도의 공식 선거운동 기간을 갖는다. TV 토론회도 겨우 한 차례 치뤄진다. 교육감 후보의 교육철학과 정책을 하나하나 놓고 비교하기엔 매우 짧은 시간이다. 광역자치단체의 후보는 현직자 혹은 정치인이므로 공식선거운동기간이 아니더라도 평가가 일상적으로 이뤄진다. 하지만 대부분 교육행정가 혹은 교수, 교사 등 대중적 인지도가 낮은 교육감 후보에 대한 정보는 선거운동기간이 아니면 쉽게 접할 수 없다. 




교육감 선거운동 기간을 아예 1년으로 늘릴것을 제안한다. 교육감 직선제의 취지를 살리면서 바람직한 교육감 후보를 선출하기 위한 방법이다. 1년의 시간이 주어지면 일찌감치 후보를 확정하고 오랜 시간을 두면서 다각도로 검증을 할 수 있다. 매 달 방송토론회를 편성해서 일상적으로 후보자간의 이슈를 확인하고 검증할 수 있다. 자녀를 둔 학부모가 아닌 일반 유권자의 입장에서도 초중고교 교육 이슈가 무엇이고 후보자의 이슈를 무엇인지 확인 가능하다. 후보자 개인에 대한 도덕성 검증과 ‘진보교육감’대 ‘보수교육감’이라는 이분법적 프레임을 넘어서 후보자 개인을 입체적으로 평가 가능하다. 정당공천이라는 방법을 통해 정보비용을 감소시킬 수 없다면 노출되는 시간을 늘리는 방법이라도 필요하다. 




선거운동을 1년이나 하자는 주장에 고개를 젓는 사람이 많을 것 같다. 고작 2주 밖에 안 되는 선거도 명함과 유세차량으로 피곤한데 그걸 1년이나 한다니. 선거비용이 폭증해서 돈선거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고 걱정할수도 있다. 하지만 선거를 눈앞에 두고 횡단보도마다 범람하는 한 줄 짜리 현수막이나 시끄러운 유세차량이 후보자에 대한 제대로 된 정보를 주고있다고 생각하긴 어렵다. 선거운동 방법을 바꾸면 비용을 절감하면서도 효과적으로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 소지역별로 순회 토론회를 열어 학부모와 관심있는 유권자에게 자신들의 정책을 소개하고 검증받는 기회를 만드는 방법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인지도나 명성, 도덕성에 기반한 후보가 아니라 아이들의 미래를 위한 교육감을 선출할 수 있다. 




지금은 전적으로 금지된 교사의 정치적 의사표현의 기회를 교육감 선거에 한해서라도 보장해주는 것도 좋은 교육감을 선출하는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교육현장에서 직접 아이들을 가르치고 행정과 맞닿아있는 교사들이야말로 교육의 또 다른 전문가들이다. 교사 개인 혹은 교원조직의 지지표명은 유권자의 정보비용을 한 단계 줄여줄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