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그로] : Aggravation(도발)의 속어로 게임에서 주로 쓰이는 말이다. 게임 내에서의 도발을 통해 상대방이 자신에게 적의를 갖게 하는 것을 뜻한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자극적이거나 논란이 되는 이야기를 하면서 관심을 끄는 것을  “어그로 끈다”고 지칭한다.

고함20은 어그로 20 연재를 통해, 논란이 될 만한 주제들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하고자 한다. 여론에 정면으로 반하는 목소리도 주저없이 내겠다. 누구도 쉽사리 말 못할 민감한 문제도 과감하게 다루겠다. 악플을 기대한다.

지난 1일, 박근혜 대통령의 무능을 세월호에 빗대 풍자한 그림을 화장실 벽에 그린 20대 남성이 현장에서 ‘검거’됐다. 자신을 향한 풍자에 열을 올리는 정치인 혹은 권력자의 모습을 지난 수십 년간 수백 번은 목격했던 터라 그리 놀라운 풍경은 아니었다. 6.4 지방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권력의 지나친 예민함은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 경찰은 검거된 손아무개씨에게 건조물 침입과 재물손괴 혐의를 적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팝아트작가가 그린 박근혜 대통령 풍자 포스터 ⓒ미디어오늘

선거 때마다 불거지는 풍자와 억압의 명분에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있다. 이번 박 대통령 풍자와 관련해 체포된 20대 남성에게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적용되진 ‘못했다’. 공직선거법 제93조 1항을 보면, ‘선거일까지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하여 정당 또는 후보자를 지지ㆍ추천하거나 반대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거나 정당의 명칭 또는 후보자의 성명을 나타내는 벽보, 사진, 인쇄물 등을 배부ㆍ상영 또는 게시할 수 없다.’고 나와 있다. 즉, 6.4지방선거가 박근혜 정권의 심판적 성격이 짙긴 하지만 박 대통령의 풍자가 이번 선거에서의 공직선거법 위반에는 해당되지 않음을 나타내는 대목이다.

경찰이 박 대통령을 세월호 침몰 사건에 빗대 풍자한 그림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하지 못하게 되자 다른 법을 적용해 혐의를 만들어낸 셈이다. 심지어 풍자 그림을 그린 시민이 그림을 그린 곳은 24시간 개방되어 있는 상가의 화장실이다. ‘건조물’은 형법상 주거 또는 저택을 제외한 일체의 건물을 말하는데, 시민에게 개방되어 있는 곳을 들어갔다는 이유로 ‘건조물 침입’이라는 혐의를 씌울 수 있는지에 대해서 의문이 생기는 대목이다.

선거 때마다 정치인에 대한 풍자의 밀도와 억압의 수위는 비례했다. 2012년 대선 때에도 박근혜 대통령이 백설공주 옷을 입고 사과를 들고 있는 포스터를 만들었던 팝아트작가가 기소됐다가 작년 10월에야 무죄판결이 났다. 이 또한 공직선거법 위반혐의였다.

풍자는 개인의 명예 훼손과 표현의 자유의 측면 사이에서 항상 줄타기를 해왔다. 풍자에 대한 법이 모호한 이유도 그런 이유에서다. 풍자의 범위와 수위를 측정하는 것은 ‘주관적 잣대’로 이뤄져 왔고, 이에 따라 어떤 잣대를 들이대면서 풍자를 억압하는 건 권력의 입장에선 매우 쉬운 일이었던 셈이다.

선거 때마다 두드러지는 풍자에 대한 ‘예민함’이 권력의 주체가 바뀐다고 해서 쉽게 사그러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선거 시즌마다 ‘공직선거법’ 위반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허울 좋은 명분으로도 활용되는 법의 한계가 안타까울 따름이다. 다음 선거에서도, 또 그다음 선거에도 우리는 같은 풍경을 목격하게 될 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