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선거기간, 대구광역시에 현수막 하나가 나붙었다. 박근혜 대통령과 후보가 함께 찍힌 사진이 크게 인쇄된 현수막이었다. ‘대통령과 협력하여 대구발전’이라는 문구도 적혀 있었다. 언뜻 평범해 보이는 그 현수막은 놀랍게도(?)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김부겸 후보의 현수막이었다. 현수막뿐만이 아니었다. 공약에서도 여권의 영향이 보였다. 김 후보가 제시한 제1공약은 ‘박정희 컨벤션 센터 건립’이었다. 대통령과의 연관성을 강조하려는 의도가 단연 두드러진다. 새누리당 소속 권영진 후보의 제1공약은 일자리와 관련된 것이었다.


 


 



 


 


모두가 알고 있듯 대구는 여권의 오랜 텃밭인 영남 지역 가운데서도 가장 ‘친(親)박근혜’ 정서가 강한 곳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고향이자 오랜 지역구였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본격적인 선거운동 기간이 시작되기 전까지, 대구에선 그야말로 새누리당 후보가 곧바로 당선이 될 것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고 선거일이 가까워질수록 권 후보와 김 후보의 지지율 격차는 좁혀 졌다.


그리고 4일, 김 후보가 얻은 최종 득표율은 ‘40.3%’였다. 대구광역시장으로 당선된 권영진 후보의 득표율은 ‘50.6%’였다. 지금까지의 대구시장을 뽑는 선거에서 야권 후보가 얻은 득표율은 16.9%, 21.1%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단연 돋보이는 수치다. 이렇듯 김 후보가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으로 대구에서 여당 후보를 위협하는 득표율을 얻은 것은 분명 주목할 만하다. 하지만 그가 얻은 득표율을 지역주의 해소와 온전히 연결시키기에는 무리가 있다.


우선 그는 선거운동 내내 박근혜와의 관련성을 강조하는 동시에 새정치민주연합과 엮이는 것을 삼갔다. 불안감을 느낀 새누리당 권영진 후보가 서청원 공동선대위원장과 황우여 대표 등 당의 주요 인물들을 동원해 적극적인 선거운동을 펼친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었다. 앞서 말한 현수막은 이러한 선거운동의 일환이었다. ‘가덕도 신공항’이 주요 이슈가 된 것 역시 김 후보의 입장에서는 호재(好材)였다. 5월 28일 새누리당이 남부권 신공항을 부산에 유치하자는 내용을 담은 결의문을 채택하면서 새누리당에 반감을 가지게 된 유권자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김 후보는 이러한 상황을 이용해 남부권 신공항 유치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의 선방은 대구에서 야권이 선방한 것으로 해석될 수 없다. 어쩌면 그에게 표를 준 유권자들의 생각은 “대구에서도 야당 시장이 한 번 나와야지!”보다는 “여당이 대구를 버려?”에 가까운 것일지도 모른다. 신공항이나 박정희 컨벤션 센터 등을 제외하면 실제로 김부겸 후보와 권영진 후보의 공약에선 여당과 야당의 차이가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게다가 김 후보는 2003년까지 한나라당 소속이었기에, 현재 야당 소속임에도 불구하고 대구의 표심을 얻는 것이 더 쉬웠을 지도 모른다.


결국 지역주의는 이번에도 깨어지지 않았다. 물론 야권 성향의 무소속 오거돈 부산광역시장 후보나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김경수 경상남도지사 후보가, 각각 49.3%, 36.1%라는 유의미한 득표율을 얻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유권자들은 지역주의의 높은 벽 앞에서 과감한 결단을 망설였다. 김부겸과 오거돈, 김경수는 지역주의라는 거대한 바위에 몸을 던진 계란처럼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 계란들이 바위에 새긴 흠집의 크기를, 아직은 섣불리 가늠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