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경찰청이 국회에 제출한 데이트 폭력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연간 7,500여 명에 달하는 데이트 폭력 사범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25일 경찰청은 2013년 연인을 살해한 살인사범은 106명이었으며, 5년 평균 살인사범 수는 102명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신체적 상해를 입히거나 폭행해 검거된 건수 역시 각각 2570건, 2848건에 달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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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트 폭력의 법적 정의가 이성애 관계에 한정한다는 것을 되짚어 볼 때, 이는 곧 적어도 매년 7,500여 명의 여성이 데이트 폭력을 경험하고 있으며, 100여 명의 여성이 살해당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더 나아가 데이트 폭력은 언어적, 육체적, 성적, 정신적, 경제적 폭력 등 일체를 포괄하는 개념이므로 그 피해자 수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일방적인 치정 관계에서 발생한 사례나 신고하지 않은 수면 아래의 사례까지 포괄한다면 데이트 폭력은 어느 정도 일상적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데이트 폭력은 비정상적인 일부 사람의 범죄 행위로 간주되어 왔다. 그러나 ‘데이트 폭력’이라 이름 붙이지 않는다면, 그 내용은 애정에서 비롯된 행위로 연인 간에 일상적으로 묵인되어왔던 것들이다. 다시 말해 애정 관계에서 발생하는 폭력을 폭력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단순한 사적 문제로 치부한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연인 간 폭력’ 상황은 일견 모순되어 보이지만 충분히 발생할 수 있으며 이미 많은 사람이 겪고 있는 문제다. 예컨대 성희롱에 대한 인식 수준이나 성관계 이전에 상대에게 동의를 구하는 과정에 있어 남녀는 확연한 의견 차이를 보인다. 같은 상황을 두고 남성은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는 반면 여성은 성폭력으로 인지한다면 이는 곧 데이트 폭력이 발생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가해 행위를 하는 남성은 갈등 상황을 감당하거나 해결하지 못하고, 일순간 잘못된 방식으로 분노를 표출한다. 폭력을 통해 일시적으로나마 여성의 복종을 끌어낸 것을 두고 관계에 평화가 찾아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는 암묵적으로 상황을 통제하는 주도권을 가지고 있음을 인지하는 것이다. 이때 여성은 대등한 인격체로 존중받지 못한다. 따라서 적극적으로 물리적 힘이나 여성에게만 요구되는 사회적 규범을 무기 삼아 압박을 가하는 상황 역시 가능한 것이다. 즉 데이트 성폭력은 단순한 개인 간의 치정문제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성별권력적 구도가 녹아있는 사회적 문제 상황이기도 하다.

 

 

 

한편 피해자는 상황이 심각해지기 전까지 “나 역시 잘못한 바가 있기 때문” “사랑해서 그런 것이기 때문”이라는 이유로 일상적인 데이트 폭력의 심각성을 간과한다. 그러나 스스로 위기상황을 적극적으로 인지하여 자기결정권에 따라 행위하지 않으면 상황은 악화되게 마련이다. 이후 신체적 폭력에 노출되는 등 위기가 닥친 이후에도 똑같은 패턴으로 “자주 그러지는 않기 때문” “폭력 행위를 진심으로 뉘우쳐 사과하기 때문”에 병리적인 관계를 지속한다.

 

 

 

잘못된 사회적 통념에 기인하든 생물학적 차이에서 오는 인식이든 연인 간의 사랑, 애정 역시 언제든지 무형의 폭력이 될 가능성이 있다. 어떤 문제를 불편하게 느끼고 있으며, 어떤 상황을 데이트 폭력으로 인지하는가는 스스로 판단해야 하는 문제다. 주관이 섰다면 불편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연인 간이라도 자기결정권을 적극적으로 주장해야 한다. 나아가 데이트 폭력을 사적 문제로 치부해 피해자나 가해자에게 책임을 묻는 것에 그치지 않고, 데이트 폭력에 대한 교육을 통해 폭력을 폭력으로 인지하게끔 사회적으로 교육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