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어제, 몇 군데 남지 않은 ‘밀양 송전탑 반대’ 농성장들이 무차별 철거됐다. 이날 예고 되어있던 행정대집행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경찰 2000여명이 송전탑 저지를 위해 농성중이던 할머니, 할아버지들과 타 지역에서 이를 돕기 위해 온 시민들을 끌어냈다. 쇠사슬을 몸에 묶고, 옷을 벗어던지고 항의했지만 작은 농성장에 넘치는 경찰들에 의해서 쫓겨났다.  이 과정에서 적지 않은 폭행과 폭언이 가해졌다. 구조대가 긴급하게 현장에 방문하기도 했다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전해졌다.




포털의 뉴스탭과 SNS에는 이러한 상황에 대한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특이하게도 그 대상은 정부나 공권력이 아닌 밀양 시민들이다. 지난 4일 치러진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경상남도 밀양 시장으로 박일호씨가 당선됐다. 현 밀양시장 엄용수씨와 같은 새누리당 소속이다. 밀양 시민에 대한 때아닌 ‘손가락질’은 이와 결부된다. 투표를 잘못했기 때문에, 더 구체적으로는 ‘새누리당에 표를 주었기 때문에’ 농성장의 강제 철거와 인권침해 등은 당연지사라는 것이다. 바로 얼마 전 세월호 침몰 참사를 추모하고 기억하기 위해 거리에 나온 이들에 대한 반응과는 확연히 달랐다. 새누리당의 압승을 계기로 밀양에 대한 보호와 연대의 스위치를 꺼 버린듯 하다.






ⓒ 경남도민일보






송전탑 반대 투쟁이 시작한 지 십 년 가까이 되었는데도 ‘새누리당 텃밭’이라는 것이 답답하지 않냐는 반문이 있다. 그러나 투표를 이 사안에 끌고 올 수는 없다. 여당에 투표를 했기 때문에 “당해도 싸다”는 식의 반발은, 정치적 선택이 ‘내 시각에서 잘못’되었다면 인권을 침해 당해도 괜찮다는 이야기가 되기 때문이다. 폭언을 듣고, 공권력에 의해 다칠 우려가 있고,  변호사 접견까지 금지받는 상황인데도 말이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풍경이다. “의견이 다르다면(정부를 비판한다면) 인권 따위 없이 무조건 벌을 주어야 한다”는 말들이 겹쳐진다.




굳이 선거 이야기를 한다 해도, 밀양을 둘러싼 ‘돌팔매질’에는 송전탑 농성이 진행 중인 곳곳에 거주민이 어느정도 인지 알아보는, 최소한의 전제마저 빠져있다. 여당이 아닌 다른 후보가 당선되었다면 행정대집행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확신은 어디서 오는지도 알 수 없다. 농성중인 이들이 어느 후보에게 표를 주었는지도 사람들은 모른다. 또한  ‘당신’에게는 그것을 감히 예단할 권리가 없다. 그런 유추는 애초에 필요하지도 않다. 이들이 어느 당을 ‘찍었든’, 강제 철거에 따른 인권을 보호 받을 방안이 강구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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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들이 지지하는 정당이 밀양에 집권하면 이런 ‘참극’은 없었을 것이라는 것은 자만이다. 동시에 흔하게 볼 수 있는 정치에 대한 기대심리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다. 그 발현은 밀양을 향한 섣부른 단정이 내재된 ‘난 옳다’는 뉘앙스와 달리 전혀 논리적이지 않았다. 인권과 대화가 어딘가에 ‘달려있다’는 인식은 밀양 뿐만 아니라 지금 어딘가를 향해 또 진행되고 있을 것이다. 왕관을 쓴 자가 누구든 먼저 지켜져야 하는 것은  인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