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맛’이란 단어 뜻을 아직도 모르겠다고? 하긴 그럴 만도 하다. 네이버느님은 물론이고 구글신도 ‘병맛’의 뜻을 간명히 알려주지 않으니. ‘병맛’이 한 문장으로 정의되지 않는 이유는 그리 거창하지 않다. ‘병맛’은 그냥 ‘병맛’인 거다. 마치 ‘뜌삠삠’이 그냥 ‘뜌삠삠’이듯. ‘뜌삠삠’은 또 뭐냐고? 이것도 검색해봤자 별거 안 나오니 헛수고하지 말도록. 정 궁금하다면 최삡뺩 작가의 완결 웹툰 <미숙한 친구는 G구인>을 정주행 해보라.(링크) 이런 게 ‘병맛’이구나 하는 걸 몸으로 느끼고, ‘뜌삠삠’의 매력에 빠져들 것이다.(아님 말고.) 그 때문에 <미숙한 친구는 G구인>의 열혈팬들은 최삡뺩 작가를 최고의 약쟁이라며 치켜세웠고, 완결이 난 후에는 금단 현상을 호소했다. 어느덧 반년 넘게 약 제조를 쉬고 있는 웹툰 작가 최삡뺩을 만나 뜌삠삠하게 이야기를 나눠봤다.


 


ⓒ최삡뺩


 


작년 12월에 <미숙한 친구는 G구인> 연재를 마쳤다. 그 이후엔 어떻게 지냈나?


연재에 집중하느라 하지 못했던 것들을 하면서 지냈다. 기본기를 더 쌓고, 여러 책을 읽고,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만났다. 체력을 기르려고 운동도 시작했다. 작가로서 차별화를 하기 위한 고민도 있었다. 그 일환으로 카이스트에서 주최하는 ‘아티스트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돼서. 4월 말부터 카이스트 캠퍼스에 살고 있다. 요즘에는 주로 카이스트 동아리를 취재하면서 지낸다. 아 그리고 영어도 배우고 있다. 카이스트 영어 강의도 들어보려고.


 


그렇다면 차기작에 공대 개그도 가미되는 건가?


그럴 것 같긴 한데 공대 개그 중에 지나치게 전문적인 것도 많아서, 어떤 공대 개그를 쓸지는 아직 확신이 안 선다. 아마 차기작에 공대 캐릭터가 등장할 것 같다. 전형적인 공대 캐릭터보다 좀 더 재밌는 캐릭터를 만들어 보려 한다. 카이스트에 6개월 정도 살 예정이기 때문에, 어떤 방식이든 카이스트의 요소들이 차기작에 녹아들 수밖에 없다.


 


남는 시간엔 뭘 하며 지내는지?


요리하는 게 취미다. 맛집 정도의 퀄리티는 못 내지만, 주변 식당에서 파는 정도는 만들 수 있다. 예전에 부모님과 함께 살 땐 요리를 하다가 혼나기도 했는데 요즘엔 혼자 살아서, 원하는 요리를 마음껏 해먹는다. 언젠가 음식 장르 만화를 그려보고 싶은 마음도 있다. 먹방 만화의 레전드 같은 걸로.


 


예전 인터뷰 기사의 반응이 뜨거웠다. 최삡뺩이 여자라는 사실에 많은 사람이 놀랐는데…


다른 일에 신경 쓰고 있을 때라 당시 상황이 어땠는지 정확히는 모른다. 당황스럽긴 했다. 사람들이 성별에 그렇게 많이 신경을 쓸 줄은 몰랐다. 성별을 떠나 좋은 웹툰 작가로 인정받고 싶다. 물론, 내가 좋은 작품을 만들면 해결될 문제긴 하다.


 


‘최삡뺩’은 어떻게 만들어진 필명인가?


임팩트 있는 말이 뭘까 생각하다가 떠오른 필명이다. 의미는 딱히 없다.


 


파란 젤리처럼 생긴 캐릭터의 정체도 궁금하다.


‘플러버’다. 어릴 때 가지고 놀던 장난감인데 액체도 고체도 아니면서 모양이 자유자재로 변한다. 캐릭터를 매일 똑같이 그리는 게 싫어서 ‘플러버’를 캐릭터로 삼게 됐다. 캐릭터를 매일 이상하게 바꾸고 싶었다. 어떤 때는 근육맨으로 변하고, 어떤 때는 컵에 들어가고 하는 식으로. 그러면 캐릭터를 아무렇게나 그려도 사람들이 뭐라고 안 할 것 같기도 했다.


 


ⓒ최삡뺩


 


<미숙한 친구는 G구인>의 댓글 중에는 “약 빨고 만화를 그린다”, “오늘은 또 무슨 약을 하신 거냐?”와 같은 내용이 많았다. 이런 반응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했나?


사실 그런 반응이 나올 거라곤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개그 만화이긴 했지만, 외계인과 지구인의 모습을 통해 비정상과 정상을 가르는 기준이 없다는 철학을 알리기 위해 그린 만화였는데, 다들 “약 빨았다”는 얘기만 하더라. 좀 더 현실적인 얘기도 하고 싶었지만, 만화가 조금이라도 우울해지면 독자들이 너무 우울해해서 그럴 수 없었다. 그래도 뭐, 어떻게 반응을 하든 재밌게 봤다면 만족한다.


 


그런데 약 빨고 만든 것 같은 개그는 어떻게 구상해내는 건가?


정신을 놔야 한다. 고정관념을 아예 없애버린 뒤 무슨 짓이든 상상해본다. 그러다 보면 정말 발칙한 게 나올 때도 있다. 그런 다음에 주변 친구들한테 의견을 구한다. 사회적으로 통용될 수 없는 개그일 수도 있으니까. 그런데 또 정신을 아예 놔버리면 스토리가 지켜지지 않으니, 정신을 놨다가 붙들었다가를 반복해야 한다.


 


<미숙한 친구는 G구인>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캐릭터가 있다면?


아무래도 독자들이 많이 좋아해 주는 김어둠?


 


오글거리는 김어둠의 말투는 어떻게 만들어냈나?


김어둠 말투를 쓰는 사람이 실제로 존재한다. 중학교 때 주변에 그런 사람이 많았다. 그런 분들은 김어둠 말투를 웃기려고 쓴 게 아니라 진지하게 썼다. 자의식이 너무 강해서 그렇다. 그런데 자의식이 강할 때라 그랬던 거고, 성인이 되니 멀쩡해지더라. 나는 중2병을 괜찮다고 본다. 당연히 자의식이 강할 때니까. 오히려 참다가 성인 때 중2병에 걸리는 게 큰 문제지.


 


혹시… 이상형에 가까운 캐릭터도 있는지?


같이 살기엔 곤란한 캐릭터가 대부분이라… 친구로는 마도비가 가장 좋을 것 같다. 어렸을 때부터 마도비 같은 친구를 좋아했다. 이상형으로는… 그나마 가장 정상적인 노오말이 나을 것 같다. 김어둠은 애착이 가긴 하지만 같이 살기엔 좀 그렇다. 390살이 먹도록 그 모양이니. 김어둠이 철들었을 때는 이미 내가 죽고 한참 지난 후이지 않을까?


 


734살쯤 된 김어둠이라면 어떤가?


그 정도 나이면 괜찮을 것 같다.


 


ⓒ최삡뺩


 


네이버에서 <미숙한 친구는 G구인>을 베스트 도전에 연재하다가 그만두려 할 때, 극적으로 정식 웹툰 제의를 받았다고 들었다. 당시에 왜 연재를 그만두려 했나?


등록금 문제도 있고, 생계 문제도 있어서 더 이상 웹툰 연재를 하는 게 어려웠다. 그런데 그때 정식 웹툰 제의가 오더라. 생각할 것도 없이 무조건 오케이 했다.


 


연재를 하는 동안 일주일 사이클은 어떻게 돌아가나?


보통 일주일에 하루를 쉰다. 마감 다음날이 웹툰 작가에겐 일요일인 셈이다. 하루를 쉬고 나서 바로 다음 원고 작업을 시작한다. 원고 작업을 빨리 끝내면 더 쉴 수도 있지만, 항상 마감날까지 작업을 하게 된다. 마감 시간 전에 원고를 완성해도, 시간이 남아 있으면 수정을 하고 싶어져서 그렇다. 스토리가 다 나와 있거나, 작가가 정말 부지런한 경우에는 작품을 미리 그려놓기도 하는데, 개그 만화는 아이디어 싸움이라 미리 그려놓는 경우가 적다.


 


만화에는 언제부터 관심을 가졌나?


나 자신을 인식할 때부터 만화에 관심을 가졌다. 5살 때부터 만화를 좋아했다. 만화라면 뭐든지 다 좋았다. 96년부터 방영한 TV 만화 제목을 줄줄이 외울 수도 있다. 이상하게도 만화와 관련된 건 유독 기억이 잘 난다. 그러다 초등학교 1학년 때 만화를 만들기 시작했다. 만화를 연습장에 그려서 애들한테 돌려 보게 했다. 중학교 때는 블로그를 만들어 만화를 연재하기도 했다. 그런데 본격적으로 만화를 그리니까 부모님의 반대가 심해졌다. 일단은 공부를 열심히 하라고 하시면서, 그림은 대학 가서 그려도 늦지 않다고 말씀하시더라. 그때 부모님 말씀을 따랐다면, 웹툰 작가 데뷔는 힘들었을 거다.


 


부모님은 여전히 만화 그리는 걸 달가워하지 않으시는지?


민망한 말이지만, 만화를 그려서 첫 월급을 받으니 아무 말도 안 하시더라. 오히려 칭찬해주셨다. 이제는 만화를 보고 있으면, 일하는 걸로 인식하신다.


 


만화 그리는 게 이제는 직업이 된 셈인데, 취미로 그릴 때와 느낌이 좀 다른가?


일단 책임감이 많이 생겼다. 그리고 멘탈이 강해야 한다는 걸 느꼈다. 웹툰이 노출이 많이 될수록, 대중적이지 않을수록 멘탈이 더욱 중요하다. 몇몇 웹툰 작가들은 “실력보다 멘탈이 위”라고 말하기도 한다. 더불어서 창작을 왜 하는지에 대한 고민도 자주 한다.


 


예전 인터뷰에서 “죽을 때까지 만화만 그려도 좋다”면서 웹툰 작가 활동을 계속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 말은 아직도 유효한가?


아직은 자리를 잡아가는 중인 것 같은데… 일단 지금은 그렇다. 웬만하면 웹툰 작가 일을 그만두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