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터. 노문희 작가가 자신의 작품을 들고 있다.



“청소노동자들의 손이 고되고 힘든 일을 하는 손인 줄 알았는데, 이번 계기로 이 손도 작품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조형관에서 나오는 캔버스를 보면서 나도 여기다 하나 그려보고 싶다는 생각을 항상 했는데 그건 그냥 희망 사항일 뿐이었죠. 캔버스, 4B연필 같은 건 나랑 무관한 걸로 여기고 살았어요. 그런데 손프로젝트가 꿈을 이뤄주게 해줘서 매일 일만 하던 이 손이 호사스러운 행복을 누렸어요. 선생님들께 감사해요.” 손프로젝트에 참여한 차옥연 작가가 말했다. 홍익대학교 조형관에서 일하던 차옥현 씨는 손프로젝트를 통해 ‘작가’가 되었다. 

“학교를 노동자도 미술 작업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바꾸고 싶었어요.”
손프로젝트는 “예술하는 손과 노동하는 손은 다르지 않다”라는 명제 아래, 홍익대 미술대학 학생들과 홍익대 청소노동자들이 결성한 미술프로젝트다. 2013년 말, 서희강 씨를 비롯한 시각디자인과, 예술학과 학생 몇몇이 ‘손 프로젝트’를 위해 모였고, 2014년 여름까지 미대생들은 청소노동자들에게 미술을 알려주었다. “한 청소노동자분(참여작가 중 하나인 노문희 씨다)과 이야기를 하다가, 그림을 그리신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그분이 학생들이 그림을 가르쳐주면 어떻겠냐고 하시더라고요. 이 프로젝트는 그 대화에서 출발했어요. 기존의 학교가 미대생들은 작업을 하고, 노동자들은 그 작업의 부산물을 치우는 공간이었다면, 이번 계기를 통해서 학교를 노동자도 작업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바꾸고 싶었어요. 예술의 주체는 누구나 될 수 있다는 선언이었죠.” 서희강 씨가 말했다.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한 학생 중 하나인, 서희강 씨는 2011년 홍대 청소노동자 농성 사건을 계기로 청소노동자들과 처음 관계를 맺었다고 한다. “학생들과 청소 노동자들이 연대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야겠다는 취지도 있었어요.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한 학생들은 저 빼곤 그 전에 청소 노동자 분들과 교류가 없던 학생들이었어요.”

최종적으로 이번 프로젝트엔 청소노동자 3명과 학생 3명이 참여하였다. “저는 초기에 20명 정도는 참여할 거라 기대했었는데, 막상 모아보니 여덟 분 정도 오시고, 그분들도 한 달 안에 많이 그만두셔서 마지막엔 세 분만 남게 되었어요. 그 이유 중 하나가 막연한 두려움이었죠. 청소노동자들은 대부분 초·중·고 이후로 미술교육 경험이 없어서 두려움이 많으실 거라고, 연필과 물감으로 그리는 것만 미술로 규정할 것이라고 가설을 세웠어요. 그래서 처음엔 그 고정관념을 깨기 위한 프로그램들을 많이 진행했었죠.”

“우리는 그림을 잘 그리는 법을 알려준 게 아니에요.”
프로젝트에 참여한 학생들은 눈만 보며 서로의 얼굴 그려주거나 자신의 옷으로 조형물을 만드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청소노동자가 가진 미술에 대한 고정관념을 조금씩 흔들었다. “우리의 의도가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한 건 모델드로잉 시간이었어요. 너무 잘 그리려고만 하시는 것 같아서 애초에 그림 그리는 시간을 확 줄여봤어요. 10분, 5분, 1분, 30초 이렇게요. 짧은 시간 내에, 중요한 것만 그렸는데도 좋은 그림이 나올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드리려는 의도였어요. 맨 처음 10분 동안 그리자고 했을 땐 10분 안에 못 그릴 것 같다는 분위기가 있었는데,  이 날 좋은 작품들이 많이 나왔어요.  이 수업을 계기로 청소노동자분들도 자신감이 생기신 거 같았어요. 시간이 갈수록 무엇을 그려야겠다는 걸 알아서 파악하신 것 같더라고요.”

 

 (두번째 사진)차옥현 작가의 작품. 프로젝트의 맨 마지막 과제는 자신의 일상을 그려오는 것이었다. 

손 프로젝트에 참여한 청소노동자는 총 세명이다. 청소노동자 노문희, 차옥연, 한정금 씨는 손 프로젝트를 통해 ‘작가’라는 정체성을 하나 더 얻을 수 있었고, 여느 작가들과 다르지 않게 작가와의 대화 시간도 가졌다. 6월 19일 오후, 전시장소인 홍익대 노조 사무실엔 작가, 프로젝트 참여 학생 그리고 관객들이 모였다. 이 시간에 참여 작가 노문희 씨는 “혼자 마음이 복잡하고 힘들 때 그림을 그리니깐 마음의 치유가 됐어요. 그림을 그리는 동안 너무나 행복한 거예요. 근심 걱정이 없어지고 평화가 오는 거예요. 백만장자가 부럽지 않고, 내가 제일로 행복한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아요.”라며 소감을 전했다. 

손프로젝트는 이번 전시를 마지막으로 끝을 내렸다. 그렇지만 손프로젝트에 참여한 세 작가의 작업은 계속될 것이다. 간담회에서 세 작가는 “프로젝트가 끝난 후에도 일상 속에서 그림 그리는 가질 생각이 있나”는 물음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구체적으로 “특별히 그려보고 싶은 소재가 있나”는 질문에 차옥연 작가는 코스모스를, 한정금 작가는 양수리의 두물머리 풍경을 그려보고 싶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