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그로] : Aggravation(도발)의 속어로 게임에서 주로 쓰이는 말이다. 게임 내에서의 도발을 통해 상대방이 자신에게 적의를 갖게 하는 것을 뜻한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자극적이거나 논란이 되는 이야기를 하면서 관심을 끄는 것을  “어그로 끈다”고 지칭한다.

고함20은 어그로 20 연재를 통해, 논란이 될 만한 주제들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하고자 한다. 여론에 정면으로 반하는 목소리도 주저없이 내겠다. 누구도 쉽사리 말 못할 민감한 문제도 과감하게 다루겠다
. 악플을 기대한다.



진보 교육감을 외치며 당선된 조희연 서울교육감이 ‘일반고 전성시대’를 열겠다는 포부를 보여주고 있다. 조희연 서울교육감이 약속한 일반고 전성시대의 큰 동력은 ‘자사고 폐지’이다. 자사고는 자율형 사립고로 일반계 고등학교에 가해지는 여러 가지 제한을 벗어나 입시위주의 교육과 평등에 반하는 서열화를 조장한다는 평을 받는다. 이는 조희연 서울교육감이 주장하는 ‘교육평등’에 어긋나는 셈이다.


그러나 조희연 서울교육감의 당선 후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것은 자사고의 문제가 아니라 특목고이다. 자사고 폐지의 주된 근거인 입시위주의 교육과 서열화 문제가 특목고에도 적용된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조희연 서울교육감 측에서 특목고가 아닌 자사고 폐지가 공약이었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누리꾼들은 ‘혹시 자녀들이 외고를 나와서 그런 것 아니냐’는 추측을 하고 있다. 이렇듯 사람들이 자사고와 특목고를 같은 선상에 두고 생각하는 것은 우리 사회 속에서의 특목고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주는 증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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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목고는 특수 목적 고등학교로 해당 분야에 능숙한 인재를 양성하고자 하는 취지를 갖는다. 특목고의 취지 자체는 나쁘지 않다. 그러나 중학교 내신 반영과 면접이라는 학생 선발 과정을 살펴보면 과연 특목고의 취지가 잘 실현되고 있는지 의문이다. 내신 반영과 강도 높은 면접은 결국 특목고 자체가 일부의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에게만 열려있다는 의미이다.


제도적인 결함보다 더 무서운 것은 특목고에 대한 사회 전반의 인식이다. 사람들이 인식하기에 특목고는 외국어나 과학에 대해 흥미를 갖고 그 분야의 능력을 기르고 싶어서 진학하는 학교는 아니다.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서, 수준 높은 학생들과 경쟁하기 위해서, 입시를 위해 조금 더 치열한 환경에서 공부하기 위해서’ 등 사실상 특목고 입학은 본래의 목적과 달리 입시로 귀결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실제로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외고 학생의 어문계열 진학 비율은 약 28%에 불과했다.


현재 우리나라 교육에서 특목고는 본래의 설립 취지를 벗어나 특수 목적이라는 허울 아래에서 좋은 입시를 위한 하나의 징검다리로 작용하고 있다. 이제 생겨나기 시작한지 5년이 된 자사고는 이전까지 특목고에 집중되었던 명문대에 대한 열망을 조금 더 직접적으로 드러내고 있을 뿐이다. 특목고와 자사고는 설립 목표가 다르지만 실제로는 같은 기능을 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이렇게 보면 사람들이 자사고 폐지와 특목고 유지라는 조희연 서울교육감의 발언에 특목고라는 의문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특목고와 자사고는 비록 그 속성이 완전히 같지는 않지만 두 학교 모두 입시 위주의 교육과 서열화라는 폐단을 갖고 있다. 그리고 이 폐단은 조희연 서울교육감이 외치는 교육 평등에 반하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서 입시를 겪어본 당사자 혹은 그것을 지켜본 부모들이라면 모두 느꼈을 현실이다.


지난 6월 17일에 방송된 팟캐스트 <노유진의 정치카페>에서 조희연 서울교육감은 자사고 폐지 및 외고와 관련된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특목고의 경우도 (자사고와) 같은 논리의 연장선상에서 논의할 수 있지만 저희는 그것까지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특목고는 아주 오랜 기간 정착되어 있었기 때문에 다르게 풀어야할 문제입니다. (중략) 특목고는 본래의 목적에 맞는 교육과정을 수행해야 합니다. (특목고의 취지와 맞지 않는) 특목고 선발 과정에 대한 문제도 좋은 지적인 것 같습니다.” 조희연 서울교육감도 자신에게 가해진 의문과 특목고의 문제를 알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교육 현실 속에서 설립 목적과 다른 특목고의 모습과 폐단을 겪어온 국민들을 납득시키기 위해서는 조금 더 확실한 설명이 있어야 한다. 더불어 현실적으로 자사고와 유사한 모습으로 교육 평등에 역행하는 특목고를 유지하고자 한다면 국민들에게 조금 더 확실한 대안과 계획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외고를 나와 명문대 비 어문계열에 진학한 두 아들 때문이라는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서라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