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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시장의 ‘재능기부 취임식’ 유감

7월 1일 박원순 서울시장 당선인이 취임식을 가진다. 이번 취임식은 ‘시민과 함께하는 취임식’을 주제로 열린다. 취임식 행사를 이틀 앞둔 29일 행사 내용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면서 서울시는 예상외의 비난에 직면했다. 바로 취임식 행사에 필요한 사회와 예술공연을 시민의 ‘재능기부’로 진행하겠다는 계획 때문이다. 취임식 사회는 취업준비생 한주리(24)씨가 진행하며 애국가 반주는 ‘초록우산 드림 오케스트라’, 노래는 아마추어 가수 윤성림(39)씨의 재능기부로 진행된다.

어느새 재능기부라는 단어가 서울시장 취임식에까지 사용될 정도로 생활 속에 녹아들었다. 자선 행사 혹은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행사에 공연예술인들이 재능기부 형식으로 참여하는 모습은 익숙한 풍경이 됐다. 예술인들은 자신의 재능으로 사회 이슈에 관심을 표현하고 사회단체는 예술들이 제공한 재능을 통해 행사를 홍보한다. 예술인은 선행도 하면서 긍정적인 이미지도 쌓고 주최 측은 저렴한 가격에 행사를 진행할 수 있으니 서로 만족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재능기부가 일상화되면서 그 이면에 나타나는 문제점을 지적하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주로 공연예술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공연예술계에 만연한 재능기부 문화가 오히려 공연예술인들의 삶의 기반을 파괴한다고 지적한다. 한두 차례 재능기부를 시작하면 무형의 가치는 ‘공짜’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자신들의 결과물에 정당한 대가를 받기 어려워진다는 주장이다. 좋은 마음으로 재능기부를 했더니 반대쪽에서 무리한 요구를 하며 ‘갑질’을 한다거나 재능기부 요청을 거절하자 되려 ‘예술하는 사람이 돈만 밝히는 것 아니냐’라는 핀잔을 들었다는 증언도 이어진다. 

서울시의 이번 ‘재능기부 취임식’이 가져온 온라인 공간에서의 논란 또한 공연예술인들이 겪을 어려움이라는 관점에서 해석된다. 이번 행사가 재능기부만으로 진행될 경우 다른 공공기관도 재능기부라는 이름 아래 공연예술인에게 무상으로 노동력 제공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이다. 일방저인 재능기부에 대한 요구는 공연예술인들로 하여금 금전적, 심리적 문제를 떠안겨준다. 

그런 면에서 이번 ‘재능기부 취임식’을 둘러싼 논란이 임금문제 혹은 ‘싸가지 없음’의 문제로 소급되는 과정은 불편하다. 더 중요한 것은 재능기부라는 형태가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어 공공영역까지 자연스럽게 침투해가는 모습이다. 박원순 시장과 같은 정치인이, 서울시와 같은 공공기관이 재능기부를 행정의 일반원리로 도입하려는 배경은 무엇인지 따져 물어야 한다. 

재능기부 이전에 기부가 있다. 기부는 미국에서 상당히 정치적인 문제다. 전통적으로 행정부의 역할이 제한적이었던 미국은 오랜 기간 빈민구제, 교육 등의 문제를 부호나 종교단체의 자선사업에 상당 부분 의존해왔다. 가끔 미국 부자들의 엄청난 기부 규모 혹은 일상적인 기부 문화에 찬사를 보내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이는 미국 사람들이 특별히 더 착해서가 아니라 저세율과 작은정부의 문제점을 기부금과 자선사업으로 대체하는 사회적 협약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기부와 복지를 둘러싼 논쟁이 돈, 즉 재화의 재분배에 대한 문제였다면 재능기부는 곧 공공영역에서의 서비스 재분배에 대한 문제다. 교육 기부를 적극적으로 주장하는 사람들의 목적은 사실상 정부의 교육비 지출 축소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공적 영역에서의 재능기부란 곧 교사가 필요한 곳에 교육 재능기부자를, 공공보건의가 필요한 곳에 의료 재능기부자를 배치함으로써 재능기부가 공공 서비스를 대체하자는 주장이다. 

‘재능기부 취임식’ 문제는 단순한 꼼수 논란이 아니라 사회협약을 재구성하는 정치적인 문제다. 오늘의 ‘재능기부 취임식’이 내일의 ‘재능기부 복지’로 이름을 바꿔 등장할 가능성은 언제나 열려있다. 박원순 시장의 2기 취임식을 아름다운 시선으로만 바라볼 수 없는 이유다. 

고함20
고함20

20대의 소란한 공존 [고함20]의 대표 계정입니다.

6 Comments
  1. Avatar
    도플파란

    2014년 7월 1일 00:40

    재능기부가 정치적이부분도 있고, 경제적인 부분도 있지만, 문제는 예술인에 대한 임금을 지켜줄 수 있는 사회가 되지 않았다는 것이 더문제 입니다. 또한 유명한 예술인들은 더 많은 돈을 주고 공연을 열어달라고 한다는 것도 있겠죠… 재능기부의 단점은 박원순 시장2기의 취임식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죠. 종교행사에서 진행하는 여러재능적인 부분들이 정당한 임금이 아닌 약간 강압적인 기부가 되었다는 사실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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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길이

    2014년 7월 1일 05:44

    좋은 취지지만 그 안에 문화예술인에 대한 인식과 대우를 잘 꼬집은 좋은 기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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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타

    2014년 7월 1일 09:55

    도통 무슨 소리인지 알 수가 없다. 재능기부가 공급과잉을 일으킨다는 소리인가? 문화예술의 가치를 양적으로만 따질 수가 있을까. 우리가 재능기부라고 이야기 할 수 있는 조건은 극히 제한 된 공공성에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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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타깝네요

    2014년 7월 1일 15:52

    조금 아쉽네요.. 너무 편협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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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 7월 2일 06:23

    “높다고 지적이다. 일방저인 재능기부에”
    -> 높다고 지적한다. 일방적인 재능기부에”

    재능기부를 강요하는 사례를 몇 보았기도 하고 아직 예술에 대한 정당한 가치보상이 주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공적인 행사에 재능기부를 도입하는 것은 문제의 소지가 있을 수 있겠네요. 이 행사가 재능기부를 “요구”하는 추세를 확실히 촉진시킬지는 의문이 듭니다만, 예술활동이 좋은 대우를 받지 못하는 현실을 실감하고 사는 사람들이 이 일이 선례로써 악용될까 걱정하는 것은 이해가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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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ini

    2014년 7월 6일 02:16

    음 생각해 봄 직한 문제같네요..
    박원순이기에 어쩌면 더 아쉽게 느껴졌을 것 같기는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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