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의 시인들의 ‘착한 늑대와 나쁜 돼지새끼 3마리’. 이 곡은 사회비판적인 시각으로 쓰인 가사로 여러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은 노래이다. 아기돼지삼형제 동화에서 악역은 당연 늑대이다. 하지만 거리의 시인들은 새로운 시각으로 돼지삼형제가 악역이라고 말한다. 물론 원작과 연관이 있는 것은 아니고, 이야기를 재밌게 구성한 것뿐이다. 거리의 시인들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한다. 하지만 노래방에 가면 꼭 거리의 시인들 노래를 부르는 친구가 한명쯤은 있었다. 목청 놓아 신나게 따라 부르다가 가사를 보며 문득 현재 우리의 나잇대에 사회를 향해 소리치던 과거 그들의 삶이 오버랩 되었다.


현재는 그로부터 30년 후이다. 6월 4일 지방선거가 있던 날이었다. 7장의 투표용지에 빨간도장을 찍고 나오면서 아무 생각없이 걸었다. 투표소에서 나와 집으로 돌아오는 길, 50대 초중반의 평범한 직장인 이씨는 불현듯 그의 대학생활이 떠올랐다. 그 때의 기억은 이씨에게 아픔과 추억을 남겼다. 가끔 대학동창들을 만나면 안주삼아 그 이야기들이 튀어 올라오곤 한다. 한 30년은 지난 오랜 이야기들이다. 하지만 아직도 이씨는 그 때의 기억으로 숨쉬고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이씨에게 그 시절은 매우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갓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에 홀로 상경한 나약했던 이씨를 굳건하게 세워주기도 했고 처음으로 성인으로써 목소리를 내고 능동적으로 행동해 봤던 소중한 이야기들이다. 친구들과 즐거운 기억들도 많다. 안주거리로 올라오는 이 이야기들에는 슬픔이 없다. 하지만 이씨의 저 밑에, 저 깊은 마음의 옹달샘에는 물이 넘쳐흐른다. 이씨도 알지 못하는 그 물은 가끔 이씨의 잠을 설치게도 하고 일상의 그를 괴롭히기도 한다. 

1963년 충청도의 가난한 집에서 그는 태어났다. 책 한권 사 읽기도 힘들었다. 보통 책을 빌려 읽는 것은 당연했고 참고서도 빌려보곤 했다. 초등학생때 그는 하교 후 집에서는 부모님을 도와 연탄배달일을 했다. 10대의 이씨는 좋은 학교에 입학하여 부모님을 호강시켜 드리고 싶었다. 이 지겨운 가난에서 벗어나게 해드리고 싶었고 고생을 끝내드리고 싶었다. 그렇게 열심히 공부했고 그는 서울대학교 법학과에 입학했다. 그 때의 부모님의 표정을 그는 아직도 잊지 못한다. 그렇게 부푼 꿈을 안고 대학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80년대의 대한민국은, 서울은 어지러웠다. 이씨는 고민에 빠졌다. 이씨가 생각하는 정의란, 지금 나가서 맞서 싸우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 나를 세워주기 위해 희생해온 가족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의 첫째 누나의 학력은 초등학교졸업 이다. 너무나 가난했던 그의 집안 사정에 첫째 누나는 동생들의 공부를 위해 자신을 희생했다. 지금까지 연탄배달에 과일장사에 고생고생 하신 부모님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고 첫째 누나의 희생을 절대 헛되게 하고 싶지도 않았다. 하지만 점점 상황은 심각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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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나는 더이상은 못참겠어! 괴롭힘 당하면서 더이상은 못살겠어!

세상엔 왜 이렇게 나쁜놈들 많은건지! 이렇게 살아가느니 차라리 싸워보겠어!

왜나를 가만두지 않는건지, 어째서 너희들의 개가 되길 원하는지…

나는 하고싶은 말 하면서 살고싶어! 너희들 무리속에 들어가서 살수는 없어! 

그도 분노를 참지 못하고 일어섰다. 자유롭고 평등하고 올바른 사회의 모습으로 바뀌기를 바라면서 그는 잠시 가족에 대한 미안함을 내려놓고 더 큰 대의를 바라보았다. 그렇게 이씨는 그가 생각하는 사회의 올바른 모습을 위해 소리쳤고 그러는 동안 ‘콩밥’도 두어번 먹게되었다. 그런 일들을 해오다가 지금의 아내를 만났고 결혼하여 자식을 셋이나 낳았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사회는 어느 정도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아가는 듯하다. 그리고 현재의 이씨는 다른 보통의 50대의 아버지들과 마찬가지로 평범한 직장인의 삶을 살고 있다.

시끄러! 이 늑대녀석. 왜렇게 말이 많냐? ( 뭐? )

자꾸 집앞에서 소리질러대면 신고한다! ( 해! )

난 돈이 많아! 까불생각 말아! 

난 유리하게 얘기를 (이런씨) 바꿔 책도 만들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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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노래 이야기의 결론은 이렇다. 돈 많은 나쁜 돼지새끼 3마리는 책을 만들었고 그렇게 이야기를 왜곡하여 늑대를 나쁜 역으로 몰아 세웠다는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진실이 무엇인지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이씨의 20대는 돼지 삼형제들에 의해 부정당하고 있다.

배고프고 가난했지만 성실하게 살았어. 

가난해도 꿈을 안고 성실하게 살아온 착한 늑대. 하지만 결코 가난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착한 늑대는 바로 50대 초중반의 평범한 직장인 이씨이고, 돼지 삼형제들에 의해 이야기가 왜곡되고 역할이 바뀌어버린 늑대도 이씨이다. 또한 80년대 그와 함께 걸었던 그의 친구들이다.

2012년, 아들은 스무살이 되었고 이씨가 졸업장을 받지 못하고 나온 대학교에 입학하였다. 그리고 2014년 현재, 셋째가 스무살이 되었다. 이씨의 자식들은 그 때의 그의 나이, 20살이 되어 사회에 나왔다. 그 동안 30년 이라는 나름 긴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여전히 돼지들은 풍족하게 착한 늑대가 지어준 집에서 잘 살고 있다. 그리고 늑대들은 배고프다.

결국 이씨의 부모님은 가난함에서의 해방은 하지 못한 채 떠나셨고, 누나 또한 힘겨운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그리고 그들에 대한 미안함을 잠시 내려놓고 이씨가 뛰어들었던 평등한 밝은 세상에 대해서도 어떤 것을 얻었는지 회의감이 든다. 그렇게 이씨의 저 밑에, 저 깊은 마음의 옹달샘에는 물이 흘러 넘친다. 

투표소에서 이씨네 집까지 걸어가는 15분 가량의 시간동안 그는 그의 20대 비디오를 되감아보면서 혼자 울다 웃다 회상에 젖어 집에 도착하였다. 집에 도착하니 그 시절에 만났던 그의 아내와 자식들이 오랜만에 휴일을 맞아 다 같이 집에 모여있었다. 또 다시 그렇게 이씨의 현재 일상이 시작되었다.



80년대, 그 때 그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