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그로] : Aggravation(도발)의 속어로 게임에서 주로 쓰이는 말이다. 게임 내에서의 도발을 통해 상대방이 자신에게 적의를 갖게 하는 것을 뜻한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자극적이거나 논란이 되는 이야기를 하면서 관심을 끄는 것을  “어그로 끈다”고 지칭한다.

고함20은 어그로 20 연재를 통해, 논란이 될 만한 주제들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하고자 한다. 여론에 정면으로 반하는 목소리도 주저없이 내겠다. 누구도 쉽사리 말 못할 민감한 문제도 과감하게 다루겠다
. 악플을 기대한다.

그의 그림은 언제나 어그로 그 자체였다. 우기명이 앞머리를 무겁게 내리고 쪼그려 앉았을 때, 근처의 낙엽과 인간들은 그의 ‘멋짐’ 포텐셜에 회오리쳤다. 곽은진은 훈녀로 등교하던 날 거의 새로운 등장인물과 다름없는 파워를 가지게 됐다. 패션왕의 독자들이 두치와 원호, 창주, 무소유 옴므를 잊을 리 없다. 이때 기안84가 독자에게 준 교훈은 ‘누구나 패션왕이 될 수 있다’ 정도가 아니었을까. 굳이 깨달음을 찾을 필요도 없었다. 경험이 아닐까 의심하게 되는 묘사는 웃음의 원초성을 자극했다.

이번엔 다르다. 우기명의 무대는 사회에서 천덕꾸러기 취급 받는 곳으로 이동했다. 작가가 차용한 표현대로, ‘지잡대’에 와 있다. 철저히 고립된 ‘산 속에 있어 공기는 진짜 좋은’ 이곳에서 주인공 봉지은은 좌절한다. 더러운 열람실과 배달원인 선배를 마주하는 순간마다 지난 인생은 주마등이 된다. 좌절하지 않고 신나게 노는, 우기명을 보면서 이 감정은 더욱 상승한다. 장차 패션왕이 될 남자라는 포부를 안았던 소년의 행방에는 빨간불이 켜진것과 같다. 작가의 전작과 그 열정 넘치는 캐릭터를 애정했던 독자들의 리플이 그 근거다. 입시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는 서글프고 헛헛한 충고와 이를 최선을 다해 수용하는 학생, 명문대의 시각에서 짐짓 고급스럽게 상황을 비평하는 이들이 댓글창에 공존한다. 


 

 


패션왕에서 과시했던 작가의 상상력은 복학왕에서 무색해진다. 현수막에 내걸린 자격증 합격소식과 OT장면, 등록금 한번 더 내기 캠페인 등 대학의 에피소드를 여과없이 차용한 때문이다. 한국사회가 소비하는 ‘지잡대’라는 불명예는 여기서 더욱 확장된다. ‘학습수준이 낮을 뿐 아니라'(프롤로그, 영어강의 장면과 자격증 합격 현수막 컷), 매우 방탕하게 음주가무를 즐긴다(리조트에서의 학생들 모습 컷). 외면과 내면에 모두 손상이 간 형태로 비춰지는 지방대의 모습은 여전히 문제될 것 없다. 댓글창에서 큰 지지를 받는 의견을 따오자면, “이게 현실”이라는 합의가 있어서다.

봉지은이 ‘과잠’을 입고 보는 어두운 미래의 환영도 그렇다. 이 안에 지방대를 다루는 사회의 경멸적 시선이 충만하다. 지옥으로 가는 터널 간판에 적힌 말과 직업소개소의 풍경이 그렇다. 대학으로도 모자라 직업에 대한 편견까지 소비된다.


 

 


현실이라는 허위의 프리패스

<복학왕>의 프롤로그에는 대학사회의 천태만상이 투과되어 있지만, 그 범위는 작가의 웹툰 업로드 시간 만큼이나 칼같이 제한되어 있다. 실제 사건이 벌어진 장소의 자초지종이나, 이를 되묻는 과정은 중요하지 않다. 풍문으로 떠돌던 각 학교들의 상황이 지방대학만의 그것으로 박제되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이 만화에서 각자 보고싶은 무엇을 본다. 입시생들은 공부할 명분을 찾는다. 소위 명문대 재학생은 인간을 입시결과로 재단해 꼰대질할 기회를 얻는다. 아마 ‘학풍’의 열의를 끌어올리고 싶어할 교사나 학부모들은 “이게 현실이야”라고 가르칠 것이다.


 

복학왕 댓글란 갈무리


 

작가가 꼭 말하고 싶은 것을 그리는 사람은 아니다. 다만 지금과 같은 화법에서는 복학왕이 대학생활의 진짜배기를 보여주려는 의도가 아니라고 읽혀질 뿐이다. <복학왕>은 현실이라고 하기 민망할 정도로 정확히 알 수 없으면서도 지방대학의 모습을 ‘증명’하고자 했다. 여기에서 스토리의 미덕을 어긴 셈이다. ‘지방’이 단지 지리적 위치를 수사하지 않는 상황에서 말이다. 여기저기서 그러모은 프롤로그의 장면과 에피소드에 의문이 드는 이유다. 웹툰은 어쩌면 그냥 복학왕이 아니라, ‘지잡대’ 복학왕을 말하고 싶어하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