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방학의 문이 열렸다. “방학만 해 봐! 누구보다 멋지고 알차게 살아주겠어!”라던 그대들의 다짐은 어떤가? 공부, 연애, 여행, 공모전 등 원대한 계획들이 방학 시작과 함께 이불속으로 직행하고 있지는 않나? 자, 그렇다면 차라리 거창하게 생각하지 말고 우리 영화 한 편 보자. 영화 속에서 내가 살지 못 한, 미처 생각 못 한 다른 청춘들의 모습을 보자. 여기 오늘밤 무엇을 할지 몰라 갈팡질팡 하는 그대들을 위한 청춘 영화가 있다.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는 윤종빈 감독의 2005년 개봉작으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돌풍을 일으킨 당시 최대의 화제작이다. 윤종빈 감독은 군대라는 설정을 통해 폭력의 피해자가 자연스레 가해자로 동화되는 과정과, 그 속에서 상처 받는 이들의 모습을 잘 묘사하고 있다.



 


남들보다 늦은 나이에 입대한 이승영(서장우)은 자대에서 우연히 중학교 동창 유태정(하정우)를 만난다. 유태정은 전역을 앞둔 말년병장으로 이승영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다. 다른 고참들은 이승영이 당연히 아니꼽다. 유태정이 전역하고 이승영은 선임들의 혹독한 폭력을 겪게 된다. 자신은 후임들에게 절대 폭력을 행하지 않을 것이라 다짐하던 이승영은 선임들의 압박에 못 이겨 후임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결국 자신도 폭력에 길들여져 간다.


 



 


사지 멀쩡한 젊은 대한민국 남자들이라면 의무적으로 가야하는 곳이 군대다.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는 청춘의 한 면을 장식하는 군 생활을 다뤘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단순히 다뤘기 때문이 아니다. 정말 ‘사실적’으로 다뤘다. 때문에 군대를 간접 체험하길 바라는 미필자들에게 이 영화는 그 어느 것보다 훌륭한 교보재이다.


그런데 ‘용서받지 못한 자’를 청춘 영화로 소개하고자 하는 이유는 단순히 군대 때문이 아니다. 영화는 성인이 돼 한층 성숙해졌다 하지만 그 방식만 고상해졌을 뿐, 비일비재한 젊은이들 사이의 폭력에 관해서 사실적으로 그리고 있다. 즉, 군대라는 공간은 우리 주변의 대학이 될 수도, 직장이 될 수도, 동아리가 될 수도 있다. 올 초에만 하더라도 위계질서를 명분으로 한 캠퍼스내의 폭력이 뜨거운 이슈였다. 그러니까 많은 청춘들은 영화의 설정처럼 자신이 처한 공간 속에서 알게 모르게 폭력에 동화되고 있다.


 


 



 


엔딩 크레딧을 보며 그런데 왜 영화 제목이 ‘용서받지 못한 자’일까 생각해 봤다. 해답은 의외로 단순하다. 누군가에게 이미 상처가 된 순간 우리는 벌써 용서받지 못한 자가 돼 있다. 왜냐면 자신의 죄를 알았을 땐 이미 매우 늦어 버린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 말이 애매모호하다면 반드시 영화를 보길 바란다. 이 메시지 하나로 ‘용서받지 못한 자’는 충분히 훌륭한 영화라는 찬사를 받을 가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