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아이돌들이 ‘오마주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6월 그룹 티아라 멤버 효민의 자작곡 ‘담’의 가사가 그룹 블락비 지코의 믹스테잎 ‘deadleaves’, ‘brilliant is’, ‘신께서 답했다’의 가사와 일부가 같다는 것에 네티즌이 ‘표절’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효민과 지코, 그리고 효민의 곡의 레코딩 디렉팅을 맡은 지코의 친형 우태운은 사전 동의 후 진행된 오마주일 뿐 표절은 아니라고 했지만 여전히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효민이 오마주라고 밝히기 전부터 자작곡이라고 스스로 말해왔다는 점 때문이다. 또 지코의 믹스테잎에 실린 유명하지 않은 곡의 가사를 그대로 가져다 쓴 게 오마주가 될 수 있냐는 것이 그 이유였다.

지난 28일에는 그룹 포미닛의 현아 솔로곡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god ‘반대가 끌리는 이유’의 랩 두 소절을 그대로 인용했다가 표절 논란에 휩싸였다. 작사에 참여한 그룹 비투비 현식은 트위터를 통해 god에 대한 존경의 의미로 오마주 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일부 네티즌들은 ‘원작자 동의 없는 오마주는 표절’이라고 말하며 논란은 계속됐다.

이후 JYP와 god 김태우의 공식입장은 이러한 논란에 불을 지폈다. 지난 30일 JYP 측은 “오마주 부분에 대해서는 고맙게 생각한다”며 향후에는 사전 협의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 다음 날 김태우 측도 오마주 한 것은 감사한 일이지만 사전 협의가 없어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피해자’로 칭해지는 당사자들의 이러한 대응에 네티즌들은 비투비 현식과 현아에게 사과할 것을 요구했고, 이에 응하듯 같은 날 비투비 현식 또한 진지하게 사과글을 올리면서 논란은 일단락된 듯 보였다.

현아의 곡 '어디부터 어디까지' 작사에 참여한 비투비 현식은 트위터를 통해 사과를 했다.

오마주는 자신이 존경하는 사람의 업적과 재능에 대한 일종의 경배를 뜻하지만 꼭 존경의 의미만으로 오마주를 하진 않는다. 영화에서의 오마주는 흔하며 음악에서도 존경하는 뮤지션에 대한 오마주를 종종 발견할 수 있다. 가리온의 1집 ‘옛 이야기’의 한 소절인 “홍대에서 신촌까지 깔아놓은 힙합 리듬”은 랩퍼들 사이에선 대표적인 오마주로 쓰인다. 가수 이적은 비틀즈를 오마주 했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이적은 텐아시아 인터뷰를 통해 예전부터 비틀즈를 오마주한 곡들을 앨범 곳곳에 넣어왔다고 말했다. 대표적으로 패닉의 ‘뿔’과 솔로 곡인 ‘보조개’가 있고, 비교적 최근 곡인 ‘이십 년이 지난 뒤’는 비틀즈의 ‘줄리아(Julia)’를 오마주 했다.

오마주와 표절의 경계는 여전히 모호하다. 이 두 가지의 경계에는 사전 허락이 있다. 즉 사전허락을 받지 않으면 표절이고 사전 허락을 받았으면 오마주라는 것이다. 작품을 접하는 대중들은 사전허락의 여부가 표절과 오마주를 가르는 요소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빅뱅의 G-dragon은 그의 곡 ‘The Leaders’ (더 리더스)’에서 소녀시대의 ‘gee’의 한 소절을 ‘GGGG G babe baby GD GD babe baby’’으로 바꿔 인용하는데 SM으로부터 허락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적이 비틀즈의 멤버에게 오마주에 대한 허가를 받았을 지 의문이다. 결국 논란은 충분히 의사 전달을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트위터 하나로 사건을 무마시키려고 했다는 ‘도의적’인 문제에 있는 것이지 그것이 ‘표절’이라는 위법의 지점까지 갈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 드는 것이다.

뒤늦게서야 ‘오마주’임을 밝힘으로써 표절 논란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건 분명 문제가 있다. 하지만 허락을 받지 않았으니 무조건 표절이라고 몰아가는 이분법적인 시각은 위험하다. 이러한 문제제기는 ‘아이돌’에게만 엄격한 화살이 향한다는 논란을 양산해낼 뿐이다.

이적의 비틀즈 오마주와 여러 아이돌의 오마주를 대하는 태도가 다른 것에는 오마주의 본래 의미를 당사자들이 얼마나 지키고 있는지에 대한 대중의 판단에 기인해 보인다. 또 더 나아가서는 당사자들의 보편적인 ‘음악성’이 판단의 척도로 보이기까지 한다. 이적이 하면 음악성이고, 아이돌인 현아가 하면 음악성 없는 베끼기라는 것이다.

현식의 사과에도 논란이 계속되자 현아의 소속사 큐브 측은 논란이 된 ‘어디부터 어디까지’의 음원 서비스를 중단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에 몇몇 네티즌들은 당사자인 현아만 사과를 안했다며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하고 있다.

영화감독 박찬욱이 자신의 작품 <올드보이>의 한 부분을 오마주한 영화 <야수와 미녀>의 한 장면을 영화관에서 보고 흐뭇하게 웃었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JYP와 김태우, 그리고 비투비 현식과 큐브의 연달은 ‘발 빠른’ 대처방식이 안타까운 이유는 문화 소비의 한 방식이었던 오마주가 이제는 ‘눈치보기’와 ‘방위’를 수반할 것이라는 자명한 사실 때문이다. 당분간 문화 콘텐츠에서 ‘오마주’를 보긴 힘들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