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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트 정준일씨에게 보내는 글


트위터 갈무리



“난 힙합의 스웩을 잘 모르지만,

돈자랑 차자랑 집자랑 자수성가 다 좋은데

도무지 bitch!bitch! 거리는거나 motherfuck거리는건 아무래도 못 들어주겠습니다.

왜 그래야 하는거죠?

왜 그런 단어를 써야하는 거죠?”

당신이 스웨거를 잘 모르는건 이 발언의 문제점과 아무 연관이 없습니다. 누구도 어떤 장르나 문화를 통째로 이해할 필요는 없으니까요. 그건 저처럼 힙합의 팬인 이들에게조차 힘든 일입니다. 취향의 주체가 되는 대상을 완전하게, 백퍼센트 이해하는것도 애초에 가능하지 않습니다. 다만 그 범주가 예술이나 음악이라면 말씀하신 ‘욕지거리’가 왜, 어떻게 구사되는지 최소한의 파악이 따라야 하지 않을까요? 특히 뮤지션의 입장에 있는 사람에게 그런 이해를 바라는 것이 과도한 요구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bitch와 mf’er가 폭력과 모독의 도구로 사용되는 경우를 부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당연히 그런 경우는 자주 있고, 의미 없는 비하는 누군가의 눈에 속 빈 강정 뿐일 수 있겠죠. 그 역시 힙합의 다양한 표정 중 하나입니다. 단어들의 맥락 파악 없이, 이유가 있으리라는 짐작 없이 ‘못 들어주겠는’ 가사로 규정하는건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두 단어가 왜 어떤 곡들에서는 뜻 없는 추임새 정도로 쓰이는지에도 과정과 역사가 있으니까요. 

랩퍼가 가사에서 무엇을 왜 자랑하는지, 이 과정에서 bitch와 mf’er같은 욕설이 왜 사용되는지는 곡의 맥락과 의도에 따라 다릅니다. 때로는 다른 랩퍼의 가사를 인용하는 레퍼런스로도 발현됩니다. 당연히 랩 역사상 가사에 사용된 모든 bitch와 모든 mf’er는 ‘동음이의어’일 수밖에 없습니다.  

bitch는 bad와도 연결되어 ‘끝내주는’ 혹은 ‘작살나는’등의 의미로도 통용됩니다. 모든 mf’er가 지인들을 일컫는, 애정이 담긴 별칭이 아니듯 모든 랩에서 bitch가 그런 좋은 뜻으로 쓰이지는 않습니다. Lupe Fiasco는 그의 곡 ‘Bitch bad’에서 이 단어의 유해함을 지적한 바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것이 힙합이 태동한 1970년대 이후 사용되어 온 모든 욕설을 부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힙합이 지키고자 하는 표현방식과 발화가 단지 거친 말투나 비속어라고 해서 욕 먹을 이유는 없다는 겁니다. 힙합이 아닌 다른 음악에도 욕설은 존재합니다. 단지 ‘힙합에는 욕이 많기 때문에 들어줄 수 없다’고 비난한다면, 그것은 음악에는 욕이 사용될 수 없다는 말과 다를 게 없습니다. 여기에 ‘랩은 그 빈도가 너무 잦다’는 것이 반론이 된다면, 그게 얼마나 설득력이 없는지는 뻔합니다. 횟수로 대상 전체를 재단하는 것이니까요. 또한 비속어의 쓰임새를 단순화하는 일이 되겠죠. 힙합의 모든 곡에 욕설이 사용될 것이라는 편견에서 비롯된 말은 아닐 것으로 믿습니다.

이 트윗을 읽고 저는 작년 이맘때가 생각났습니다. 음악의 하고많은 방식 중 하나에 대한 일방통행 격 판단이라는 측면에서입니다. 이역만리 땅에 ‘컨트롤 비트’라는 모국 유행어를 남긴 랩퍼 켄드릭 라마덕에 힙합의 Diss가 유명해진 때였습니다. 불필요한 욕설과 지적, 불필요한 비아냥과 조롱으로 3,4분여의 시간을 낭비한다는 시각이 쏟아졌습니다. 한국 최고의 밴드인 ‘자우림’의 드러머 구태훈씨는 이 ‘컨트롤 디스곡’들을 두고 조롱조의 훈계를 남겼습니다. 디스는 음악으로 겨루는 것임을 설명하기에 겸손한 한국의 벽은 높았습니다.


트위터 갈무리



창작자 위치에 있는 이들의 발언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당신의 트윗에 화답한 팬들의 반응으로 대신 답할 수 있을 듯 합니다. 음악이라는 울타리가 무색하게 힙합은 순수한 타 장르를 오염시키는 불순하고 해로운 장르가 되었습니다. 노골화된 묘사와 욕은 주목을 받을 수 밖에 없지만, 랩 음악의 뼈대가 가사이기에, 즉 ‘말’이라는 것을 내재하기 때문에 이런 비난을 당연하다고 여겨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특정 문화에 대한 예의를 갖추고 꺼내는 의문은 분명 다른 형태이리라 예상합니다.

 

이 글에서 힙합을 1부터 10까지 설명할 이유는 없습니다. 무언가를 안다는 건 결국 개인의 의사와 의지 문제입니다. 미지의 대상을 지레 정의하고, 근원에 의문을 던질 때 조심스러워야 하는 이유입니다. 그렇기에 140자 가량의 ‘아무래도 들어줄 수 없는 욕을 굳이 왜 써야하냐’는 단순하고, 어찌보면 소박하기까지 한 질문을 곱씹는 이 글이 역설이 되는 것이겠죠. bitch와 mf’er를 힙합과 swag의 전체로 규정하는 듯한 이 발언이 저는 부담스럽습니다. 그리고 그 주체가 뮤지션이라는 것에 더욱 섭섭함과 안타까움을 느낍니다. 






고함20
고함20

20대의 소란한 공존 [고함20]의 대표 계정입니다.

2 Comments
  1. Avatar
    ott

    2014년 8월 9일 06:55

    욕먹기 싫으면 남에게 이해를 구할 게 아니라 그냥 가사에 욕을 안넣으면 됨 그럼 오해도 없겠지

    • Avatar
      ㅎㅎ

      2014년 8월 10일 07:16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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