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 구조조정의 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군대를 다녀오니 소속 학과가 사라져 있었다’, ‘휴학을 하고 돌아오니 전혀 다른 학과 소속이 되어 있었다’ 같은 이야기는 더 이상 일반 학생들과 동떨어진 도시 괴담이 아니다. 대학에 가면 원하는 학과에서 원하는 공부를 할 수 있다는 말은 이제 거짓말이 됐다.


<고함20>은 다섯 번에 걸쳐 대학가의 구조조정 소식을 기획기사로 다룬다. 이번 기획이 학문의 전당으로서 가치를 잃은 한국 대학에 숨결을 불어넣을 수 있길 바란다.

 


2004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 ‘대학 구조 개혁 정책’을 시작으로 학과 통폐합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2013년 기준 56만 명의 대입 정원을 유지하게 된다면, 2018년에는 고교졸업자 수인 약 55만 명을 넘어서게 된다. 대학 구조 개혁 정책은 대학 경쟁력 강화와 낮아지는 출산율에 대비하여 대학 정원을 줄여나가는 것을 목표로 한다. 교육부는 2023학년도까지 대학 입학정원 16만 명을 줄일 계획이다.

 

또한 새로운 대학평가체제에 따라 대학은 5등급으로 분류된다. 교육부는 최우수 등급을 받은 대학이 아니면 모두 정원 감축을 요구할 수 있게 된다. 어느 대학도 정원 감축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얘기다. 실제로 대학 특성화 사업 선정 전 각 대학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소위 말하는 명문대를 제외한 대다수 대학이 정원 감축 계획을 발표했다. 적정 수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대학은 학자금 대출 제한이나 국가장학금 미지급 등의 페널티를 받게 된다. 2회 연속으로 최하위 등급을 받는 대학은 최종적으로 퇴출당한다.

 


ⓒ대학교육연구소


학과 통폐합, 문제는 취업률이다

 

문제는 이러한 대학 구조 조정의 시행이 비인기학과 ‧ 인문사회계열 학과의 통폐합을 촉진한다는 것이다. 2015학년도 재정 지원 제한 대학 평가 지표의 상대평가 항목은 취업률과 재학생 충원율이 각각 15%, 22.5%를 차지했다. 전임교원확보율, 학사관리 및 교육과정 등의 다른 지표가 10% 초반인 것에 비해 높은 비율이다. 대학이 상대적으로 취업률, 충원율이 낮은 비인기학과의 유지에 부담을 느낄 만한 수치다.

 

ⓒ교수신문


앞서 각 대학이 정원 감축을 공약했지만, 이 중 대다수 학교는 공식적으로 학과별 인원을 얼마나 감축할지 밝히지 않았다. 다만, 자체 학과 평가를 통해 인원을 감축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특성화 사업을 위해 입학정원을 10% 감축하기로 한 전북대의 경우 학과 평가를 기준으로 학과별 입학 인원을 차등 감축할 생각이다. 역시 10% 감축을 예정하고 있는 제주대는 특성화 사업 참가 학과와 미 참가 학과를 구분 후 감축 비율을 다르게 했다.


‘자체 학과 평가’ 를 통해 대학이 취업률이 낮은 학과를 잘라낼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이미 이루어지고 있는 학과 통폐합이 취업률에 의해 결정되는 사실을 보면 학과 평가 결과로 비인기학과가 선정될 가능성을 예측해 볼 수 있다. 정부가 대학 정원 감축 정책을 강하게 밀어붙이기 전에도, 비인기학과라는 이유로 수많은 학과가 통폐합 대상이 되었다. 이제 학과 인원 감축을 위한 타당한 명분이 생긴 것이다.

 



약육강식의 경쟁 체제, 퇴출 1순위는 지방대학?


 

교육계 각층에서는 구조 조정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사실상 ‘지방대 죽이기’가 아니냐며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대학교육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2004년부터 시행된 10년간의 구조개혁에서 대학 정원 감축의 대부분은 지방대학에서 이루어졌고 그 비율은 83%에 달했다.

 


이번 연도 대학 특성화 사업 선정에서 대학 정원 감축 비율에 따라 가산점을 부여하자 지방 대학들은 가산점 만점 수준을 받기 위해 7%에서 많게는 10% 이상까지 감축 계획을 발표했다. 수도권 대학이 0~4% 수준의 감축 계획을 제시한 것과는 상반된 행보다. 따라서 2017학년도까지 감축할 예정인 1만 9000여 명의 입학 정원에서 지방대학이 85.7%를 차지하게 됐다.

 

대학 정원 감축은 피할 수 없는 현상이다. 하지만 현재의 대학 구조 개혁은 경쟁에서 불리한 입장을 가지고 있는 대학, 학과를 철저히 도태시키고 있다. ‘경쟁에서 불리한’ 이라는 수식어는 흔히 말하는 취업률이 높은 상경계열이나 공학계열 외의 모든 학과에 공통적으로 부여된다. 현재 경쟁 체제에서 누구도 안전할 수 없다는 것이다.

 


[죽은 대학의 사회] 시리즈

① 대학 구조 개혁, 학과 통폐합 가속화

② 취업률이 낮다는 이유만으로 ‘죽어가는’ 대학들

③ 경영학 쏠림 현상, 취업양성소로 탈바꿈한 대학들

④ 뭉쳐야 산다, 대학 구조조정에 맞서는 사람들

⑤ 대학구조조정, 앞으로 남은 과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