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알권리 보장을 위해 만들어진 ‘정보공개시스템’이란 것이 있다.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누구나 공공기관과 그 밖의 일부 단체에 자신이 원하는 정보의 공개를 요청할 수 있게 한 제도다. 제도를 이용하고 싶으면 청구인의 간단한 개인 정보와 청구하는 정보의 내용 등을 기재해 해당 기관에 청구하기만 하면 된다.

며칠 전 나는 말로만 듣던 이 제도를 이용해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내가 정보공개를 청구한 대상은 30여 개의 국립대학과 사립대학(사립대학은 관련 법률 시행령에 근거해 정보공개청구의 대상에 포함된다). 홈페이지가 친절히 알려주는 대로 청구서를 기재하고 제출했다. 법령엔 10일 이내에 답변을 하도록 되어 있기에, 나는 이제 느긋하게 기다리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다. 아니었다. 청구서를 제출한지 몇 시간 지나지 않아 청구대상 중 하나인 인하대학교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다. 직원은 공손한 존댓말로 ‘따박따박’ 나에게 따져 물었다.

“그게 왜 알고 싶으신 건데요”

“개인적으로 궁금해서 청구했는데요. 안 되나요?”

“당연히 안 되죠. 사용 목적 정확하게 말씀하셔야 돼요”

당황스러웠다. 나에겐 사용 목적이랄 것이 없었다. 굳이 따지자면 평소에 궁금했던 점을 청구해서 그냥 그 결과를 직접 확인하는 것 정도였다. 그런데 그건 목적으로 쳐 줄 수가 없다니. 내가 대학생이란 것을 확인하고 연구 목적의 정보공개청구라면 연구의 주제, 계획 등을 문서로 제시해야 한다고 요구한 대학이 있는가 하면, 어느 대학에 다니는지 묻기에 얼떨결에 대답하자 ‘그 학교 학생임을 믿을 수가 없으니 학생증 사본을 메일로 보내라’고 한 대학도 있었다.

아직 정보공개청구가 진행 중이라 내가 요청한 정보가 정확히 어떤 것인지 말할 수는 없지만, 개인정보가 포함돼 있거나 대학에 막대한 손실을 입힐 종류의 것은 절대 아니었다. 심지어 고려대학교처럼 사전조사 과정에서 해당 정보가 학보사에 버젓이 실린 대학도 보았다.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세월호 참사 등 굵직한 사건사고에 가려졌지만 박근혜 정부 초기에 당국이 정부운영의 주요기조로 내세웠던 것 중 하나가 ‘정부3.0’이었다. 공공정보를 적극적으로 개방하고 공유하겠단 얘기다. 비슷한 취지에서 98년 제정된 정보공개법 역시 개방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지난해 개정됐다.

하지만 직접 경험해보니 평범한 국민인 내가 알권리를 보장받는 길은 멀고도 험했다. 가장 큰 걸림돌은 국민이 가진 알권리를 인정하지 않는 직원(공무원)들의 태도였다. 그들은 정보공개를 청구하는 나를 성가셔했다. “이것 아니어도 할 일 많으니 청구내용을 줄여줄 수 없겠냐”고 ‘부탁’을 한 대학도 여러 곳이었다.

<뉴스타파> 박대용 기자는 정보공개시스템을 잘 활용하기로 유명하다. 올해 3월엔 회의록 공개를 거부한 MBC를 상대로 소송을 해 승소하기도 했다. 그는 언론인들이 정보공개시스템을 적극적으로 이용해 국민의 알권리 보장을 위해 힘써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나는 여기에 한 마디 덧붙이고 싶다. 정보공개시스템은 언론인이 아닌 전 국민에게 열려있는 제도다. 알권리를 지켜주는 언론도 필요하지만 국민 스스로가 권리를 챙길 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