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늘 어떤 기준에 들어맞기 위해 몸과 마음을 사린다. 사회나 조직의 ‘다수’에 속하기 위해서는 표현 방식, 때로는 표현여부 마저 뜻대로 선택할 수 없다. 나 역시 집단에서 배척될 수 있다는 두려움은 타인에게까지 그 화살을 돌리게 만든다. 

고함20은 창간 5주년을 맞이해 한국사회의 검열을 주제로 4부작 기획기사를 펴낸다. 1부에서는 뿌리깊은 ‘빨갱이 콤플렉스’의 영향력 앞에 함구하는 분위기를 다룬다. 2부는 ‘처녀성’을 은연중에 암시하고, 유지해야 한다는 압박을 겪는 여성들의 목소리를 좌담 형식으로 담는다. 소위 ‘모태솔로’인 남성들은 연애경험이 없다는 이유로 아무렇지 않게 조롱당하고 바보취급을 받는다. 3부에서는 이들의 ‘무죄’를 변호한다. 마지막으로 락과 힙합씬을 배경으로 일어나는 ‘얼빠’검열과 구분짓기 현상을 분석한다.

기사의 사례들은 우리의 거울 속 모습이기도 하다. 오로지 타인만을, 혹은 오로지 스스로만을 검열하는 경우는 없기 때문이다. 네 개의 주제로 압축했을 뿐, 시대는 늘 새로운 검열을 낳을 것이다. 이 기획을 관통하는 또 다른 줄기는 의사소통의 부재이기도 하다. 검열의 해소는 그래서 피할 수 없는 과제다. 검열의 중심에 ‘편견’이 있고, 그 뒤에 편견을 쌓아올린 인간이 있다. 이것이 고함20이 포착한 한국 사회 속 검열의 풍경이었다.


“여자친구(혹은 남자친구) 있어요?”

어떤 집단에 가든 항상 나오는 질문이다.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이 연애 경험을 묻는다. 쿨하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들도 있지만 모태솔로들은 그렇지 않다. 연애경험이 없는 모태솔로라고 말하면 돌아올 반응들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해야 할지 말지 수없이 고민하다 결국 적당히 연애를 해본 척 거짓말을 한다.


사회가 ‘연애’라는 강박에 걸렸다. 심지어 연애 강박은 모태솔로라는 말을 생산해냈다. 모태솔로는 단순히 어휘적 의미만을 갖지 않는다. 어머니의 뱃속에서부터 지금까지 연애를 ‘못’한 무능력자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모든 20대 청춘에게 연애가 강박이 되고 모태솔로라는 말이 부정적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남성의 경우 조금 더 연애와 성격, 능력이 상관성을 갖게 된다. 남자 모태솔로는 성격적 결함이 있을 거라는 판단을 받는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가 되어버린다. 실제로 코비즈 미디어의 통계에 따르면 여성 모태솔로에 대한 남성의 긍정적 응답 비율이 21%인 반면 남성 모태솔로에 대한 여성의 긍정적 응답 비율은 7%에 불과했다. 

ⓒSBS <짝>


여자가 본 남자 모태솔로, “리드하지 못하는 답답한 사람”

여성이 생각하는 남성 모태솔로의 이미지는 간단하다. 자신감이 없고, 연애에 있어서 리드할 줄 모르며 여자의 기분을 전혀 이해해주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다수였다. 인천에 거주하는 김모씨(23)는 “분명히 여자들 내에서 남자 모태솔로를 기피하는 경향은 있는 것 같다. 아마 관계에 있어서 센스 문제가 원인이 되는데 그냥 데이트든 스킨십이든 섹스든 여러 가지로 답답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 뿐 아니라 25살 이상 남자 모태솔로에 대한 질문에 박모씨(23)는 25살 이상이라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연애를 안 해봤다는 것 자체에 대해 의문을 가지며 “(25살 이상 모태솔로들이) 주위에 없어서 모르겠는데 또래를 보면 확실히 자신감도 없고 남자답게 리드하는 면이 없다”라고 답했다.


올해 3월 7일에 방송된 jtbc <마녀사냥>에서 남자 모태솔로, 동정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을 때에도 여성들은 대부분 꺼리는 반응을 보였다. 이원생중계에 등장한 가수 김그림은 남자 모태솔로에 대해 귀여울 것 같다고 대답하면서도 “29살에 모태솔로이면 심했다”라고 말했다. 주위에 있던 대부분의 여성들 또한 남자가 모태솔로일 경우 여자에게 밝히지 않는 것이 좋다고 대답했다. 

남자들이 본 남자 모태솔로, “꼬꼬마”


남자 모태솔로에 대해 물었을 때, 남성들의 반응은 두 가지였다. 여성들과 동일한 반응을 보이면서 동시에 억울함을 토로했다. 서울에 거주하는 이모씨(24)의 경우 “친구들 사이에서도 (연애경험이 없는 친구에게) 도대체 왜 연애를 안 하냐고 물어보고 놀리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조모씨(24)의 경우도 “실제로 연애 경험이 없는 친구가 꼬꼬마라고 놀림거리가 된 적이 있다”라고 답했다. 남자들 사이에서는 특히 연애 경험이 자랑이 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일정 나이가 지나고서도 연애를 하지 않으면 당연히 놀림거리가 된다는 반응이었다. 

모태솔로를 향한 외부의 시선들이 남자들에게 더 박하게 느껴지냐는 질문에 이모씨(24)는 “난 모태솔로는 아니지만 (남자) 모태솔로에 대해 그런 편견이 있다는 거 안다. 연애에 있어서 남자가 리드를 해야 한다는 인식이 많아서 남자 모태솔로에 더 박한 것 같다”고 반응했다. 조모씨(24)의 경우도 “똑같이 25살 모태솔로라고 하면 남자 모태솔로가 문제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 거다”라고 답했다. 

내가 꼬꼬마라니!!


남자 모태솔로들의 자기 검열

실제로 모태 솔로라고 밝힌 박모씨(26)의 경우 모태솔로를 향한 사회적 시선에 대해 불편함을 토로했다. 당연하다는 듯이 연애 경험을 물어볼 때, 모태솔로라고 말할 경우 어떤 반응이 나올지 알기 때문에 연애를 안 해봤다고 얘기할 수가 없다며 불편함을 호소했다. 혹시 성격이나 신체에 문제가 있느냐는 반응도 있었다. “어쩔 때는 게이냐고 물어보기도 한다. 그래서 친한 사람들 아닌 이상 주변에서 연애 얘기 나오면 그냥 경험해본 척 한다. 과거에 해본 척, 오랫동안 솔로였다 이런 식으로 이야기 한다. 이렇게 둘러댄다. 점점 숨게 된다.”


물론 모태솔로에 대한 편견은 남성들에게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여성 모태솔로들도 눈치가 없다, 딱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연애에 있어 사회적으로 기대되는 여성과 남성의 역할의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에 외부의 시선들이 남자들의 연애 경험 여부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남성의 경우 연애경험이 성경험과 결부되면서 모태솔로에 대한 편견이 더 가중되는 경향도 보인다. 김모씨(24, 남성)는 “남자들 사이에서 연애경험은 종종 성경험과 직결된다. 여성에게는 처녀딱지가 긍정적으로 작용할지 모르지만 남자는 다르다. 남자한테 연애경험이 없다는 것은 동정, 총각딱지 개념과 연결되면서 일종의 불명예로 작용한다. 오죽하면 남자가 25살까지 동정이면 마법사라는 말이 있을까”라고 말했다.


아직까지도 우리 사회에서는 연애를 시작하는 단계에서 남자가 주도권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연애에 있어서 남자는 무언가 적극적으로 제공해야 하는 위치이다. 이러한 인식들은 남자는 언제든지 연애를 시작할 수 있는 존재라는 생각으로 귀결된다. 상대적으로 연애를 ‘시작’하기 쉬운 남자들이 연애 경험이 없는 경우 센스나 성격의 문제로 연결된다. 그리고 연애경험의 여부가 성경험에까지 뻗어나가면서 남자 모태솔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당연한 것처럼 파생되고 있다. 남자 모태솔로에 대한 편견들이 연애가 강박이 되어버린 사회의 분위기와 결합하여 결국 타인에 의한 그리고 자신에 의한 검열을 만들어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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