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 구조조정의 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군대를 다녀오니 소속 학과가 사라져 있었다’, ‘휴학을 하고 돌아오니 전혀 다른 학과 소속이 되어 있었다’ 같은 이야기는 더 이상 일반 학생들과 동떨어진 도시 괴담이 아니다. 대학에 가면 원하는 학과에서 원하는 공부를 할 수 있다는 말은 이제 거짓말이 됐다.

 

<고함20>은 다섯 번에 걸쳐 대학가의 구조조정 소식을 기획기사로 다룬다. 이번 기획이 학문의 전당으로서 가치를 잃은 한국 대학에 숨결을 불어넣을 수 있길 바란다.

 

 

취업에 의한, 취업을 위한 학과 개편이 우후죽순 이어졌고, 대학은 실업자양성소가 되는 것을 면하기 위해 스스로 취업양성소가 되기를 마다하지 않았다. 취업률이 높은 학과는 대학가 통폐합 바람에도 거뜬하게, 아니 오히려 더 강성하게 그 몸집을 불려나갔다. 아예 취업 시장의 수요에 발맞추어 새로운 학과가 생겨나기도 했다. 취업률을 필두로 한 학과 통폐합은 한눈에 보기에도 기형적인 학과 불균형을 낳았다. 

 

가장 단적인 예가 경영대학의 등장이다. 상경대학 내의 한 학과였던 경영학과는 단과대학 단위인 경영대학으로 자리 잡았다. 응용 가능한 실무를 가르치기 때문에 기업에서 선호하고, 타과에 비해 취업 시장에서 유리하므로 학생들도 선호하기 때문이다. 경영학과에 대한 선호는 곧 경영학부 혹은 경영대학으로의 승격으로 이어졌고, 단과대학의 위상에 걸맞게 모집정원 역시 크게 늘어났다.

 

 

경영학_1

 

 

중앙대는 전공 선택비율이 낮은 4개 학과를 폐지해가며 경영학부와 경제학부 정원을 대거 확충했다. 2014학년도 서울 캠퍼스의 학과별 모집인원을 살펴보면, 철학과 35명, 국어국문학과 48명을 모집한데 반해, 경영학과는 328명을 뽑았다. 경영학을 기반으로 한 글로벌금융, 지식경영학과까지 포함하면 555명에 달한다. 총 모집인원 3,323명 중 16퍼센트가 경영 관련 전공인 셈이다. 경영학은 총 48개의 학과 중 하나가 아니라, 12개 단과대학 중에서도 지분을 가장 많이 차지하는 학문이 되었다.

 

 

각 대학이 너도 나도 경영학과 모집정원을 늘리면서 전공 자체의 희소성이 사라진다는 문제점이 생겼다. 대학은 그 돌파구로서 경영 관련 전공을 신설하기 시작했다. 경영학과가 각 대학의 인문계 입시결과에서 최상위권에 위치할 만뿐만 아니라 그 정원마저 최댓값에 달하자, 새로운 전공을 만들기 위해 대학들이 두팔 걷고 나선 것이다. 

 

 

경희대 호텔경영학과, 성균관대 글로벌경영학과, 아주대 e-비즈니스학과, 중앙대 글로벌금융, 한양대 파이낸스경영학과 등은 기존의 경영 전공과 차별화하기 위해 파생된 혹은 세분화된 또 하나의 경영 전공이다. 이들은 이름만 다를 뿐 결과적으로 경영학과의 몸집을 불리는데 이용된다는 점에서 다를 바가 없다.

 

 

한편 지방의 경우 정부의 대학 특성화 사업을 축 삼아 학과를 개편하고 있다. 지난 5월 서남수 전 교육부 장관은 각 대학이 스스로의 여건과 지역 사회의 특성을 고려해 강점 사업을 선정할 것을 공고했다. 이른바 CK 사업(University for Creative Korea)이라고도 불리는 대학 특성화 사업의 전제 조건은 정원 감축이다. 선정된 대학은 재정 지원을 받는 대신, 향후 3년간 올해 입학정원 대비 최대 10퍼센트 수준으로 정원을 감축해야 한다.

 

 

그러나 지방 대학이 자율적으로 사업을 선정하는 ‘대학자율’ 유형의 선정 비율이 저조하고, 국가가 선정하는 ‘국가지원’ 유형의 선정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점이 문제시되고 있다. 2014년 특성화사업 총 예산 1,910억 원 중 ‘대학자율’ 유형에 배정된 사업비는 60%인 1,150억 원으로 상당 부분을 차지하지만, 다수의 지방대가 실질적 혜택을 누리고 있지는 않다. ‘대학자율’ 유형이 사업단의 추진 내용에 따라 최대 50억 원을 지원하는 반면, ‘국가지원’ 유형은 최대 12억 원을 지원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사업 건수가 적기 때문이다. 선정비율로 놓고 따지면 ‘국가지원’ 유형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국가나 시장의 수요, 선호도에 따른 ‘밀어주는 학과’의 탄생은 예견된 것이라 할 수 있다. 학과 통폐합이 필수적인 상황일 뿐만 아니라 그 방향성 역시 이미 전제되어 있는 셈이다. 

 

 

지역사회의 수요나 특성, 강점 분야는 각각 다를 수 있지만, 어느 지역도 문학, 사학, 미술 등을 최우선순위로 두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이미 ‘버리는 카드’는 정해져 있다는 이야기다. 신라대는 대학 특성화 사업에서 <창의·융합형 교육인재 양성사업단> <동남권 현장밀착형 바이오헬스산업 전문인력 양성사업단> 등 2개 사업단을 통과시켰다. 2015학년도 대학편제를 살펴보면 특성화 사업의 중심이 되는 사범대, 의생명과학대, 보건복지대 등은 통폐합이나 명칭 변경 없이 학과가 유지되거나, 타 단과대학의 학과까지 흡수하며 몸집을 불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보건복지대의 경우 인문사회과학대 3개 학과와 의생명과학대의 4개 학과를 통합해 새로 신설한 단과대학으로, 대학 특성화 산업의 통폐합 과정을 잘 드러낸 사례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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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대 홈페이지

 

신라대의 대학편제는 한눈에 보기에 매끄러운 특성화 과정인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국어국문학과는 ‘문예창작비평학과’, 사학과는 ‘역사문화학과’로 명칭이 변경되었으며, 인문사회과학대 내에 있던 일어일문, 중국어중국학과는 글로벌비즈니스 대학 아래 국제학부로 통합, 감원되었다. 특성화 사업에 있어 가산점을 얻기 위해, 관련 없는 단위까지 묶어 감원한 것이다.

 

 

[죽은 대학의 사회] 시리즈

① 대학 구조 개혁, 학과 통폐합 가속화

② 취업률이 낮다는 이유만으로 ‘죽어가는’ 대학들

③ 경영학 쏠림 현상, 취업양성소로 탈바꿈한 대학들

④ 뭉쳐야 산다, 대학 구조조정에 맞서는 사람들

⑤ 대학구조조정, 앞으로 남은 과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