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번쯤 중, 고등학교 시절을 거치면서 친구를 때리고 도망가는 장난을 친 기억이 있을 것이다. 도망치는 입장이든 쫓아가는 입장이든 학창시절 쉬는 시간은 ‘달리는’ 시간이었다. 성인이 된 이후, 달리는  헬스장의 런닝머신 위와 시간압박에 따른 아침 시간에만 허락되었다. 유희를 위하여 몸을 쓰는 것은 어른답지 못한 행동으로 간주된다.

하지만 락 페스티벌의 ‘슬램 존’ 안에서는 신체 접촉의 벽이 무너진다. 만원 지하철 안에서 부딪혔다면 재빨리 “죄송합니다”를 연발했을 테지만 슬램 존 안에서 사람들은 더 세게 부딪치려 한다. 슬램에 대해 더 알아보고자 휴가 때마다 락 페스티벌을 자주 찾는다는 권찬율 씨를 만났다.

 

락 페스티벌은 어디를 가보았나?

펜타포트, 지산, 부산 락 페스티벌, 영남대 락 페스티벌, 렛츠락 페스티벌과 같은 작은 락 페스티벌까지 하면 열 손가락은 넘지 않을까 생각한다. 오래되다보니 언제 갔었는지 기억도 잘 안 난다(웃음).

 

락 페스티벌의 어떤 부분에 매력을 느끼게 된 건가?

여러 사람이 같은 것을 즐기러 왔다는 연대감이 있는 것 같다. 일상을 떠나 야외의 열린 공간에서 온몸을 부딪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콘서트는 좋아하는 가수를 보러간 것이라면, 락 페스티벌은 장소를 즐기러 가는 비중이 크다. 모르는 사람들과 어울리고, 좋아하는 음악도 있고.

 

그 연대감 때문에 슬램이 가능한 건가? 슬램에 대해 소개해 달라.

‘슬램’은 부딪치는 걸 말한다. 말 그대로 모르는 사람들과 엉켜서 부딪치는 것이 슬램이다. 락 페스티벌에는 슬램 존이라는 것이 펜스로 형성되어 있는데 그 안에서 부딪히며 놀 수 있다. 공연 중간에 슬램이 가능할 것 같다는 느낌이 오는 곡들이 나온다.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감 같은 것이다. 그때 슬램 존 안에서 주변 사람들과 둥근 원을 만든다. 그 다음, 곡의 클라이맥스 때 만들어진 둥근 원 가운데로 달려 들어가 사람들과 몸을 부딪치면 된다. 이게 슬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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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로우라인

 

이런 슬램은 어떻게 시작되는 건가?

가수분이 직접 주도하기도 하고 자생적으로 생겨나기도 한다. 밴드에 따라 슬램을 할 수 있는 밴드가 있고 할 수 없는 밴드가 있다. 또한 같은 밴드라도 노래마다 슬램의 가능성에 편차가 있다. 결국 락 페스티벌에 어떤 뮤지션이 나오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다.

 

그냥 아무나 잡고하면 되나?

들으면 느낌이 오는 경우가 있다. 그것보다 처음 스타트를 끊는 것이 중요하다. 방아쇠만 당기면 되는 상황이 많다. 너나 할 것 없이 누구 한명 어깨 붙잡고 시작하면 된다. 정말 두 사람만 시작하면 아는 사람, 모르는 사람 상관없이 다들 뒤에 붙는다. 정말 흥겹고 신나있는 분위기라면 언제든 가능하다. 

 

슬램 말고도 락 페스티벌에서 몸을 부딪칠 수 있는 것이 있나?

슬램 말고도 스캥킹이나 모슁이란 것도 있다. 슬램의 경우 펑크 밴드가 나왔을 때 하는 경우가 많다면, 스캥킹은 ‘넘버원코리아’나 ‘카피머신’과 같은 스카밴드에서 자주 하곤 한다. 엉거주춤한 모습으로 팔을 아래위로 흔들면서 다 같이 살금살금 움직이는 동작이다. 모슁은 하드코어한 ‘마젤’, ‘바세린’이라는 밴드가 유명하다. 원을 만든 뒤 중심을 보고서서 허공에 발차기를 하거나 풍차 돌리기를 한다. 슬램이나 스캥킹보다 훨씬 과격하다.

 

체격이 작으면 위험하진 않나? 특히 여성들은 다치기 쉬울 것 같은데.

위험하고 아프고 다칠 수도 있고 그렇다. 재밌게 놀기 위해서 물도 많이 뿌리니까 바닥이 진흙탕이 된다. 그래서 레인부츠나 샌들, 맨발로도 슬램에 참여하는 경우도 있다. 레인부츠는 상관없지만 샌들이나 슬리퍼, 맨발인 경우는 밟히거나 긁히게 되기도 한다.

 

근데도 하는 이유가?

무엇보다 재미있다. 다치게 되더라도 영광의 상처라고 생각하고 웃어넘긴다.(웃음) 멀찍이 떨어져서 보거나 감상하는 것도 좋지만 뛰고 사람들하고 엉키고 하는 재미가 또 있다고 생각한다. 슬램을 하다가 누가 넘어지면 다같이 “진정해! 진정해!”를 외친다. 넘어진 사람이 밟히지 않게 배려하는 거다. 정신 없이 노는 상황에서도 최대한 다치지 않게 서로 배려하는 게 있다.

 

락 페스티벌에 그런 문화가 있다는 것이 신기하게 여겨진다. 그런 연대감을 느꼈던 적이 또 있나? 에피소드를 소개해 달라.

2009년에 지산 1회에서였다. 마이클잭슨이 죽은 지 얼마 안 되었을 때라 그의 노래를 카피해서 부르는 밴드들이 많았다. 그 중 한 외국 여가수가 커버 곡을 불렀을 때 함께 노래를 부르면서 음악으로 하나 되는 느낌을 받았다. 조용한 노래는 피하는 편이었는데 그 노래는 정말 찡하게 느껴졌다. 딱히 마이클잭슨을 좋아하지 않았는데도 그랬다.

또 한 번은 락 페스티벌 마지막 공연이 끝나고 깜깜해져서 돌아가는데 누군가 한명이 오아시스의 ‘wonderwall’를 부르기 시작했다. 한 명이 그렇게 시작하니 모두가 노래를 부르는 상황이 되었고 거리에서 다함께 노래를 불렀다. 페스티벌이 끝나서 아쉬웠던 감정이 겹쳐져 복합적으로 하나가 된 느낌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락 페스티벌에서 누구의 공연이 가장 좋았나?

크라잉넛!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어서 락을 듣지 않는 사람이어도 다 같이 즐길 수 있었던 것 같다. 모두가 알고 있으니까 엄청난 슬램이 일어났다. 히트곡들도 많아서 더 그랬던 것 같다. 크라잉넛이 ‘룩셈부르크’ 전주를 시작하는데 모두가 발을 굴렀다. 정말 신났다. 크라잉넛이 나온다면 한번쯤 가보길 추천한다.

 

찬율 씨는 서울에서 살고 있으며 직업은 락 페스티벌과 전혀 상관없는 평범한 직장인이다. 그는 고등학교 1학년 때 밴드에서 베이스를 쳤던 것을 계기로 지금까지 락 페스티벌을 비롯해서 홍대 인디 씬을 구경하러 다니는 것이 취미라고 말했다. 고향은 대구지만 공연 보는 것을 좋아해서 스무 살에 서울로 상경했을 정도로 공연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다. 언젠가 락 페스티벌을 찾는다면 찬율 씨와 슬램을 하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