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마지막 날 오후, 관악도서관 5층 대강의실에서 대학독립언론포럼 ‘독박(獨縛)-독립언론을 한데 묶어내다(독박)’이 열렸다. ‘독박’은 성균관대 독립언론 <고급찌라시>와 중앙대학교 독립언론 <잠망경>이 공동으로 기획한 포럼이다. 학보사와 교지로 대표되는 대학언론을 대상으로 포럼이 개최된 적은 있지만, 이렇게 독립언론이 주축이 돼 독립언론 중심의 이야기를 나누는 공론장은 ‘독박’이 처음이다.

“독립언론은 태생적으로 학칙 위반한 셈”

포럼은 기획 단체인 <고급찌라시>와 <잠망경>의 발제로 시작됐다. <잠망경>의 강남규 편집위원은 대학 내에서 독립언론이 자리를 생겨난 과정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발제문에서 “학보사와 교지 같은 기존의 대학언론에서 한계를 느낀 학생들과, 대학언론에서 활동하지는 않았지만 새로운 공론장을 필요로 했던 학생들이 독립언론 탄생의 주축”이라고 말했다. 국민대학교의 <국민저널>과 한국외국어대학교의 <외대알리>는 학교에 비판적인 기사를 발행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었던 기존 대학언론 소속 학생들에 의해 창간됐다.


대학언론 전체가 위기에 있지만 독립언론이 처한 위기의 상황은 학보사나 교지와는 다른 특징이 있다. 바로 ‘학칙’이다. 대부분의 대학은 학칙을 통해 “학내에 배포되는 간행물은 총장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학교의 공식 언론인 학보사나 자치언론으로 인정받는 교지와 달리, 독립언론은 학생들이 자체적으로 만들어 배포하기 때문에 학칙에 어긋나는 간행물이다. 강남규 편집위원은 “결국 독립언론은 태생적으로 학칙을 위반하고 있는 셈”이라며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학교의 눈 밖에 나는 것 또한 필연적”이라고 말했다.

<고급찌라시> 편집부의 필명 ‘밍기뉴’는 발제에서 “독립언론에서 일한다고 친구들에게 말하면 열에 아홉은 독립언론이 무엇인지 되묻는다”며 “독립언론은 지금 스스로를 설명하고 증명해야 하는 단계에 있다”고 말했다. 독립언론이 기존의 학보사나 교지와는 차별되는 특성을 확립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는 말이다.


학보사, 교지, 그리고 ‘독립언론’

기성언론과 기존 대학언론 등 외부에서 바라본 독립언론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다. 세 번째 발제를 맡은 김민선 한국VJ협회 상임이사는 <외대알리>의 코너 ‘편집장의 편지 랄랄라’, <고급찌라시>의 코너 ‘나는 자치로소이다’ 등을 언급하며 독립언론이 서로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신대학교 학보사 <한신학보> 김지혜 편집국장은 학보사의 한계가 독립언론의 가능성이 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학보사는 학내 사안을 다루기 바빠 먼 곳을 보지 못한다”며 “독립언론이 사회문제를 발빠르게 보도한다면 학생들의 관심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발제를 맡은 한국외대 교지편집위원회 <외대>의 허진 부편집장 역시 “교지에 비해 독립언론은 발행주기가 짧은 특성이 있어 진행 중인 사안들을 빠르게 전달하는 식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 선비질하는 것에서 벗어나야”

발제가 끝난 후 전체토론이 이어졌다. 전체토론은 ‘대학언론이 개인의 장래에 무용한 현재 상황을 어떻게 바꿔야 할까’와 ‘대학독립언론, 학보사, 교지는 어떻게 차별화해야 할까’라는 두 개의 주제로 진행됐다.

첫 번째 주제를 놓고서는 대학언론에 있었던 경험이 개인의 장래에 도움이 되는지의 여부를 놓고 발언이 이어졌다. 한신대 학보사 김지혜 편집국장은 “학보사에서 하는 다양한 활동들이 궁극적으로는 나를 성장시키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무용하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반대의견도 있었다. <고급찌라시>의 필명 ‘낙원상가’는 “대학언론을 했다는 것이 보상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 경험이 오히려 개인에게 마이너스가 되는 상황이 문제”라고 진단했다. 그는 “대학언론을 왜 하냐는 말이 당연한 분위기에선 구성원의 재생산에 어려움을 겪는 것도 당연”하다고 말했다. 다른 참가자 역시 “대학언론은 더 이상 좋은 스펙이 되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두 번째 주제를 두고선 더욱 솔직한 말들이 오갔다. <잠망경>의 강남규 편집위원은 “학보사와 교지, 독립언론은 그 형태 때문에 이미 어느 정도 차이가 확립돼 있다고 본다”며 “차별점을 찾기 보다는 대학언론을 소비하는 독자층을 확대하려는 공통의 목표에 집중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민선 상임이사 역시 “각 언론이 생겨난 출발점이 다르기 때문에 이미 차별화는 이뤄졌다”고 발언했다.

이후 논의는 독자층 확보에 집중됐다. 특히 대학언론에 직접 종사하지 않는 참가자들의 발언이 도드라졌다. 자신을 성신여대 근처에 거주하는 일반 학생이라고 소개한 한 참가자는 “학생들이 대학언론을 보지 않는 건 나한테 필요한 정보가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역시 독자층이라고 밝힌 다른 참가자는 “결국 읽는 사람은 고려하지 않고 쓰는 사람이 쓰고 싶은 걸 쓰고 있다”며 “학보사, 교지, 독립언론이 얼핏 비슷해 보이는 것도 형태는 다르지만 하고 싶은 말들은 비슷한 까닭”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 하는 논의도 ‘우물 안 개구리’ 격이다. 밖에서 보면 학보는 중국음식 먹을 때 쓰는 깔개, 교지는 냄비받침, 독립언론은 잡담거리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유했다.

경북대학교에서 온 한 참가자도 “쉽게 말하면 지금 우리 모두는 글로 선비질을 하고 있다”며 “일반 학생들이 원하는 아이템을 찾으려면 그들에게 물어야지 지금처럼 책상에 앉아 아이템 가져오란다고 좋은 아이템이 나오지는 않는다”며 독자층인 학생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것을 강조했다.

오후 1시에 시작한 행사는 예정된 시간을 30분 정도 넘겨 5시에 끝났다. 참석자들은 전체토론 말미에 다음 포럼에선 “대학 내에서도 세분화된 독자층을 어떻게 공략할 것인가”를 집중 논의해야 한다는 데에 의견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