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상인 교수의 <편의점 사회학>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의 편의점 한 점포당 인구수는 2,000명 정도다. 우리보다 먼저 편의점 문화가 발달한 일본보다도 많은 수다. 한국편의점협회의 2012년 조사결과에 따르면 20대가 전체 편의점 이용 고객의 약 31%로 1위를 차지한다. 고함20은 네 편의 기사를 통해 생활 속 깊숙히 침투된 편의점의 모습을 조명한다.



ⓒ 한국브랜드경영협회



삼각김밥은 1980년 일본 편의점에서 처음으로 등장했다. 그 당시 일본은 거품경제가 붕괴할 무렵이었다. 일본인들은 일에만 집중했고, 밥 먹을 시간은 없었다. 자연스럽게 10분이면 한 끼를 때울 수 있는 편의점 삼각김밥을 애용했다. 하지만 일본인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본 경제는 침몰했고 다수의 일본인은 길거리에 나앉았다. 일이 없어 시간은 생겼는데 이제는 밥 먹을 돈이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또다시 값싼 삼각김밥을 집었다. 편리함이 아닌 저렴함 때문이었다. 그렇게 삼각김밥은 모든 매출이 급락한 ‘잃어버린 10년’이라 불리는 일본의 경기 침체 속에서도 꾸준히 매출액을 늘려갔다.



한국도 마찬가지였다. IMF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사람들은 하나둘씩 삼각김밥을 찾기 시작했다. 삼각김밥을 15년 동안 먹었다는 김철민(40)씨는 “제가 바로 그 유명한 저주받은 94학번이에요. 제가 취업할 무렵에는 IMF가 시작되었죠. 돈은 없는데 배는 고프고, 7백원짜리 삼각김밥이 얼마나 고마웠는지 몰라요”라고 말했다.




실제로 삼각김밥 매출은 IMF를 거치면서 1년 만에 100배가 늘었다. 편의점은 삼각김밥 덕분에 1998년 외환위기 손실을 극복할 수 있었다. 그때뿐만이 아니었다. 삼각김밥은 불황 때마다 구원투수였다. 2003년 경제위기와 2009년 유럽발 경제위기가 왔을 때도 다른 상품의 매출은 떨어졌지만, 삼각김밥은 오히려 2~3배 늘었다. 일본과 비슷한 이유였다. 불황에도 삼각김밥의 매출은 흔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편의점 기업은 삼각김밥 가격을 올리지 않았다. 삼각김밥이 들어왔을 당시보다 버스요금은 10배 넘게 올랐지만, 삼각김밥은 여전히 그대로이거나 일부 제품만 1백원에서 3백원 정도만 올랐다. 편의점 업계의 배려심 때문이 아니라, 올리고 싶어도 올릴 수가 없는 상황 때문이라고 한다. 이미 삼각김밥이 사람들에게 필수품이 돼버렸기에, 1백원이라도 올리면 저항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업계 관계자들은 차라리 삼각김밥을 미끼상품으로 활용한다고 말한다. 새로운 제품 홍보를 위해 삼각김밥을 끼워팔거나 하는 식이다.
 


불황에도 흔들리지 않고 가격 인상도 없는 삼각김밥은 편의점 필수품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돈이나 시간이 없는 사람들이 꾸준히 구매한다.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김태훈(25)씨는 “삼각김밥은 세 번 태어나요. 아침 출근길 직장인에게 한 번, 점심시간 돈 없는 학생들에게 또 한 번, 그리고 마지막으로 제가 늦은 밤 폐기된 삼각김밥을 먹을 때 또 한 번 이렇게 세 번이죠. 온종일 인기 있었는데 뒤처리 비용도 없으니 완전 효자상품이죠”이라고 했다.


 
한국에서 삼각김밥은 일본처럼 불황 속 성장했지만, 필수품 그 이상으로 일본을 뛰어넘었다. 바쁜 직장인에게는 뛰어가며 먹는 간편한 한 끼 식사로, 직장을 원하는 사람에겐 배고픔을 달래주는 고마운 상품으로, 그리고 밤을 새우는 아르바이트생에게는 고마운 야식으로 말이다. 이렇게 삼각김밥은 우리 삶 속에 깊숙이 자리 잡아 편의점 상품 그 이상의 의미를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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