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 구조조정의 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군대를 다녀오니 소속 학과가 사라져 있었다’, ‘휴학을 하고 돌아오니 전혀 다른 학과 소속이 되어 있었다’ 같은 이야기는 더 이상 일반 학생들과 동떨어진 도시 괴담이 아니다. 대학에 가면 원하는 학과에서 원하는 공부를 할 수 있다는 말은 이제 거짓말이 됐다.

학교의 일방적인 구조조정에 학생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학생들은 학과의 존립을 넘어 대학사회의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학교 측의 일방적인 논리에 ‘따로 또 같이’ 대응했다. 물론 구조조정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대다수의 학생들에게 “함께 맞서자”고 말하는 과정이 마냥 쉽지만은 않았다. 사립대학 구조조정의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는 중앙대학교를 중심으로 대학 구조조정에 맞섰던 학생들의 이야기를 정리했다.


2014년 정부재정지원제한대학으로 선정된 성공회대의 총학생회장 곽호준씨는 “현재 상황은 정부가 원하는 대로 대학이 따라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부가 원하는 대학의 상이 신자유주의경제에 기반을 둔 효율성과 이윤만을 추구하는 방식이다”라며 정부에서 요구하는 대학의 모습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이는 지난 이명박 정부와 현 박근혜 정부에서 시행하고 있는 대학구조조정을 두고 하는 이야기다.


정부는 대학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뜻을 고수하고 있다. 교육부는 학령인구가 감소함에 따라 2019년부터 고교졸업생보다 대학 입학정원이 더 많아지고 2023년에는 약 15만 명 수준으로 늘어난다고 진단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도입된 대학구조조정 시스템이 현재 ‘대학’에 많은 문제를 만들었다. 문제는 크게 ‘획일적이고 일방적인 대학평가’, ‘지방 군소규모 대학 중심의 퇴출 시스템’, ‘대학의 비대화’다.

 

 동국대학생들이 학과통폐합에 맞서 총장실을 점거하고 있다. ⓒ레프트21


줄 세우기식 평가가 아닌 합리적인 평가방식 필요


그렇다면 대학 학령인구 조절을 현재와 같은 방법이 아닌 다른 더욱 합리적인 방법으로 풀 수는 없는 것일까. 대학교육연구소 연덕원 연구원은 “대학평가를 통해 재정지원제한대학을 선정하는데 지금 대학평가는 평가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대학구조조정을 위해서 평가를 하는 거죠” 라며 평가방식에 의문을 표했다. “평가가 대학을 줄 세우기 위해서 하는 거면 안 해야죠. 대학의 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져야합니다”라고 현재의 대학평가를 비판한다.


더욱 합리적인 방식의 대학평가가 필요하다. 종합적인 대학 실태 진단과 절대적 수준이 미달하거나 부정, 비리가 발생한 대학에 한해 이를 해소하고 제재를 가해야 한다. 새정치민주연합 유기홍 의원의 정책자료집 <대학 구조개혁 정책 평가와 전환>에서는 퇴출 실적 올리기에만 급급해 하지 말고, 대학 ‘정상화’에 목적을 둔 정부 책임형 사립대학화, 인근 국공립대학으로 인수·합병 추진 등 퇴출 대학의 다양한 출로를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지방 불균형 해소를 위해 국립대 확대해야


현재의 문제는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위기 대책의 필요성이다. 하지만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 대학생들에게 전혀 공감가지 않는 방식으로 해결되고 있다. 뿐 만 아니라 현재의 평가 방식이 계속해서 진행된다면 경영대학교는 줄지 않고 훨씬 많아 질 것이며, 대학에서 문·사·철 교육은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다. 학과 통폐합의 가속화는 여기서 멈춰지지 않고 더 확대될 것 이다. 여기서 우리는 어떠한 해결 방식을 찾아 볼 수 있을까.

 

 ‘통폐합 대상 지방대학들’ ⓒ국민일보


2010년 우리나라 고등교육 기관 중 사립대학이 차지하는 비중은 77%, 국공립대학은 23%다. 사립대학이 국공립대학에 비해 세 배가량 많은 것이다. 사립대학 비중이 높은 미국경우만 보더라도 국공립대학의 비중이 70%로 우리나라에 비해 국공립대학의 비중이 훨씬 높다. 이러한 사립대학 과잉 문제는 대학의 사학비리를 심화시키고 학생들의 교육 여건을 낮춰왔다고 평가받는다. 이런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국립대를 확대하고 사립대학의 공익적 책임성을 높이자는 의견이 있다.


대학교육연구소 연덕원 연구원은 “우리나라에는 수도권대학이 비대하잖아요. 규모도 크고, 그래서 수도권내의 비대한 대학들의 정원을 점차 줄여나가야죠”라고 말했다. 또한 “정부가 재정지원과 투자를 통해 정부 주도형 사립대학을 통해 정부의 책임성을 높이는 게 필요하죠. 이걸 통해서 양적 팽창이 아닌 질적 팽창이 가능해요”라며 정부 주도형 사립대학의 필요성과 지역 불평등 해소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종합대학식 대학 보단 특징 있는 대학 필요


김영삼 정부의 ‘5.31 대학설립준칙주의’가 재정된 이후 대학은 종합대학식으로 양적팽창을 시도했다. 연덕원 연구원은 규모중심의 대학을 지양해야한다고 지적한다. “과거에는 대학이 규모중심의 양적팽창에 중점을 맞췄지만 이제 특성화를 중심으로 질적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고 생각해요”라고 문제의 해결방법을 제시했다.


현재 특성화사업이라는 것은 취업률 위주의 사업일 뿐이다. 단적인 예로 올해 특성화사업 서류작성 및 준비기간은 두 달 남짓으로 보여주기식 사업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다. 미국의 경우도 대학원 위주의 교육과 특성화 사업의 성공을 통해 대학교육의 질적 팽창에 성공한 사례를 가지고 있다.


이제 이명박 정부에서 실시했던 상대평가형 대학구조조정은 마침표를 찍었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상대평가식 방식에서 절대평가로 평가방식을 바꾸고 대학을 5등급으로 나누고 하위 2등급에 패널티를 가하며 전체 대학이 정원을 줄이는 방식을 채택했다. 이는 이명박 정부에서 실시했던 대학구조조정에서 비판받은 점을 보완한 방식이다.


하지만 결과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평가방식(취업률) 자체가 바뀌지 않는 한 1, 2등급으로 평가되는 대학은 현재와 달라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1, 2등급 대학은 정원을 자율적으로 줄일 수 있기 때문에 하위 등급을 받는 대학들은 차례로 퇴출당하는 형식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죽은 대학의 사회] 시리즈

① 대학 구조 개혁, 학과 통폐합 가속화

② 취업률이 낮다는 이유만으로 ‘죽어가는’ 대학들

③ 경영학 쏠림 현상, 취업양성소로 탈바꿈한 대학들

④ 뭉쳐야 산다, 대학 구조조정에 맞서는 사람들

⑤ 대학구조조정, 앞으로 남은 과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