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그로] : Aggravation(도발)의 속어로 게임에서 주로 쓰이는 말이다. 게임 내에서의 도발을 통해 상대방이 자신에게 적의를 갖게 하는 것을 뜻한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자극적이거나 논란이 되는 이야기를 하면서 관심을 끄는 것을 “어그로 끈다”고 지칭한다.

 

고함20은 어그로 20 연재를 통해, 논란이 될 만한 주제들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하고자 한다. 여론에 정면으로 반하는 목소리도 주저없이 내겠다. 누구도 쉽사리 말 못할 민감한 문제도 과감하게 다루겠다. 악플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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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연일 여론의 관심을 받고 있다. 남 지사에 대한 직접적인 관심은 아니다. 그의 가족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시작은 지난달 17일, 군(軍) 내에서 일어난 후임병 폭행 및 성추행 사건의 가해자가 남 지사의 아들로 밝혀지면서였다. 당시 윤 일병 사건과 겹쳐지면서 남 지사를 향한 비난은 더욱 거세졌다. 급기야 남 지사는 18일부터 22일까지 모든 외부 일정을 취소하고 자숙 기간을 가졌다.

 

이 자숙의 기간 동안 남 지사는 또 한 번의 주목을 받게 된다. 8월 19일, 그의 이혼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남 지사와 부인 간 불화설은 예전부터 제기되어 왔던 터라 놀라운 일이 아닌데도 여론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남 지사의 이혼 사실과 그의 아들 사건을 엮어 비난하는 분위기가 조성된 것이다. 남 지사가 ‘이혼했다’는 사실과 ‘아들이 잘못을 저질렀다’는 사실이 결합되어 과도한 추측과 생산적이지 못한 방식으로 ‘남경필 때리기’가 진행되고 있다.

 

남 지사가 이혼 했다는 사실과 남 지사의 아들이 잘못을 저질렀다는 사실은 별개의 사건이다. 하지만 누군가는 이 각기 다른 사건들을 하나로 묶고 싶어 한다. 이렇게 묶고 싶어 하는 ‘누군가’는 기사 컨텐츠 소비자일 수도 있고 당신의 마음을 이용해 기사를 클릭하게 하는 파렴치한 언론일 수도 있다. 주체가 무엇이 되었든 이 욕망의 기저에는 가족주의가 자리하고 있다. ‘부모의 사이가 좋지 못한 가정에서 자란 아이는 커서 잘못을 저지르게 된다’라는 가족주의의 명제는 차별을 정당화하는 잣대가 된다.

 

남 지사의 아들의 잘못으로 인해 남 지사가 거센 비난을 받아야 하는 것도 정당하지 않다. 지금까지 정치인의 자식으로 이어진 문제들은 자식을 위해 정치인이 자신의 힘을 옳지 않은 방식으로 사용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권력을 이용해 들어가기 어려운 기업이나 부처 등에 자녀를 ‘꽂아주거나’ 아들이 군 면제를 받게 하는 식이다. 당연히 이러한 의혹은 사실로 드러나게 되면 비난을 받는 것이 옳지만, 이번 사건의 경우에는 다르다. 남 지사의 아들은 성인이며 행위에 책임을 갖는다. 만일 아들의 잘못이 아버지에게도 있다고 말한다면 모든 자식들은 아버지에게 속박되어 있는 것이 된다.

 

누군가에게 비판을 가할 때는 타당한 논리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대상이 정치인이어도 마찬가지다. 그의 사적 영역, 가족과 같은 주변 인물들로 인해 비난 받을 필요는 없다. 특히 이번 사건처럼 가족주의를 재생산할 수 있는 방식으로의 비판은 더욱 지양해야 한다.

 

남 지사는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라고 말했지만 이 사과는 어디를 향한 것인가? 사과라는 것은 피해를 입은 사람에게 하는 것이다. 사과를 받은 국민 전체는 남 지사의 아들의 폭행 혐의로 인해 어떠한 피해도 입지 않았다. 잘못은 남 상병이 그의 후임에게 저질렀다. 따라서 남 지사가 아버지의 도리로 그에게 사과할 수도 있다. 하지만 피해를 입지 않은 국민이라고 지칭하는 불특정 다수에게 사과를 하는 것은 이상하다. 남 지사는 이번 사과로 인해 진정성 논란에 휩싸였는데, 진정성 논란이 일기 전에 사과 자체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