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의 음표에서는 ‘한 명의 20대로서 살아가는’ 고함20 기자들의 삶 속에, 한순간 운명처럼 다가온 노래에 대하여 이야기 합니다. 당신의 노래는 무엇입니까?

한 곡이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다는 말을 믿지 않는다. 다만 분명한 것은 노래가 감정의 기억을 담고 있다는 것이다. 어떤 곡은 오랜만에 듣더라도 당시 상황을 재현해내는 힘을 가진다. 나의 경우, ‘american idiot’을 들으면 중학생 시절 불안했던 학원 버스 안의 감정이 느껴지고 ‘똑똑똑’을 들으면 역에서 집까지 경쾌하게 걸었던 기억을 불러일으킨다.

2012년도 초였다. 새내기 시절이 끝났고 입대 전 마지막 학기였다. 모든 게 어수선했고 하루하루가 구름 위를 걷는 기분이었다. 대학에 들어와 해내고 싶었던 목표들은 사그라져 갔고 수중에 돈은 많지 않았으며 매일 놀아도 공허했다. 모든 일들이 지겹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다고 하고 싶은 일도 없었다.

이상은 6집 '공무도하가'/ⓒ브리즈뮤직

그러다 한 친구를 만났다. 발랄한 편이었고 그 외에는 특별할 것이 없었지만 곁에 있어주는 것이 특별한 친구였다. 매일 어디 있냐고 채근하긴 했지만 그게 싫지 않았다. 오히려 그 채근을 즐겼던 것 같기도 하다. 할 일이 많지 않았고 같이 있으면 즐거웠다. 자연스럽게 같이 붙어 다니는 시간은 늘어났다.

 

아는 선배의 추천으로 듣게 된 이상은의 ‘새’다. 이상은의 6집 앨범 ‘공무도하가’에 수록되어 있는 곡이다. 12년 당시 하교 길의 지하철에서 자주 듣게 된 곡이기도 하다. 하교 길에 하루를 정리하곤 했다. 어떤 이유로 자주 들었는지는 모른다. 후렴구의 ‘내려 오지마. 이 좁고 우스운 땅 위에’가 좋았던 것을 기억한다. 혼자서 해결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문제와 마주할 때마다 이 노래를 들으며 위안 삼았다. 당시에는 도망치고 싶은 것들이 많았다.

그 여자애에 대한 고민에서 벗어나고 싶었으며 군대를 가야 한다는 사실에서 도망치고 싶었다. 그러면서도 이런 유약한 나 자신으로부터도 도망치고 싶었다. 군대를 갔다 오면 모든 것이 달라져 있을 거란 생각이 머리를 지배하던 시기였다. 이 순간에서 벗어나고 싶으면서도 지금 누리고 있는 것들을 놓치고 싶진 않았다.

무책임함, 섣부름, 우유부단함으로 점철되어 있는 이 시기를 지금의 나는 좋아하지 않는다. 고등학교와 재수시절 내내 응축되어 있던 다양한 욕망들이 한꺼번에 분출되었고 빠르게 식어버렸다. 상대방과 관계 맺는 방식도 서툴러서인지 끊임없이 상처주고 상처받았다. 하는 일이 별로 없음에도 고민을 안고 살아갔던 것은 이러한 이유들 때문이었을 것이다.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이 닥칠 때마다 도망치고 싶은 것은 지금도 여전하다. 그래도 달라지기로 마음먹는다. 당시의 감정이 떠오를 것만 같아 더 이상 이 노래를 자주 듣지 않는다. 가장 여유롭고 해야 할 일이 없었던 시기이지만 다시 그때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 지금 흘러가고 있는 이 시기에 어울릴 노래는 더 밝은 노래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