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아시안게임 개막식이 지나친 한류 부추기기 내용으로 논란을 빚었다. 중계방송의 상당부분을 김수현, 현빈, 이영애, 장동건, 싸이가 차지했고, 성화봉송 마지막을 장식한 사람 역시 스포츠 관련 유명인사가 아닌 이영애라는 한류 스타였다는 점에서 개막식이 ‘한류’라는 틀에 지나치게 매몰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OSEN

이와 같은 국가적 차원의 과열된 한류 강조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2010년 VJ특공대 프로그램이 <특명 열도를 흔들어라-아이돌 일본 점령기> 편에서 인터뷰한 일본인 유학생과 회사원이 관광객으로 둔갑되어 소개된 바 있다. 이 밖에도 방송사들은 외국인과의 인터뷰에서 ‘두유 노 싸이? 두유 노 막걸리? 두유 노 아리랑?’ 등의 질문을 시간과 장소를 불문하고 외쳐 사람들의 비판을 받았다. 이러한 방송 내용에 대한 불만으로 ‘햄을 김치에 싸서 드셔보세요’라는 짤과 유행어가 돌기도 했다.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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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태도를 두고 네티즌들은 국가와 히로뽕의 합성어 ‘국뽕’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이를 비웃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자국의 국민적 특성을 최상의 것으로 여기고 다른 나라의 국민성이나 민족적 특성은 철저하게 배척하는 ‘국수주의’에 기인한 행동으로 간주한 것이다. 그러나 좀 더 깊이 살펴보면 외국인에게 끊임없이 ‘김치 알아요?’, ‘한국말 할 줄 알아요?’라고 묻는 행동의 밑바탕에는 문화국가주의적인 의식에 내재된 열등감이 존재한다.

문화국가주의란 자국의 문화를 한 국가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중요한 요소로 부각시켜 국가에 대한 국민적 자부심을 북돋는 시도를 의미한다. 식민 지배에서 독립한 지 얼마 안 된 아시아 국가들 중 많은 경우가 이러한 맥락에서 ‘오랜 전통문화를 가진 우리나라’를 슬로건으로 내세우는 경향을 보여 왔고, 한국 역시 여기에 속했다. 한국의 경우 지금에 이르러서는 이 범주가 ‘세계적으로 성공한 한류’라는 개념으로 확장됐다.

미디어들의 ‘OOO 알아요?’라는 질문에는 ‘안다’라는 답변을 듣고 싶은 마음이 담겨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미디어들은 이 같은 질문들을 통해 세계가 한국을 인지한다는 점을 끝없이 확인하고, 낮은 자부심을 해소하고자 한다. 미국 미디어의 외국인 인터뷰에서는 ‘햄버거 알아요?’, ‘자유의 여신상 알아요?’같은 질문을 찾아보기 힘들다. 미국에서 온 유학생 K씨에게 ‘이와 같은 질문을 하지 않는 것 같다’고 묻자 ‘모두가 아는 것이기도 하고 별로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결국 미디어가 ‘유명한 자국의 것’을 보여주려고 최선을 다해 노력한다는 것 자체에서 내부에 숨겨진 낮은 자부심을 확인할 수 있다.

미디어가 그동안 단순히 ‘한류로 대박을 쳤다→우리나라 인지도 짱→고로 우리나라 짱’ 공식을 국민들에게 인지시키는데 목적의식이 있었다면, 이번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는 이와 같은 개별적인 상업 콘텐츠의 ‘유명세’를 대외적인 국가 이미지로 연결시키려는 의도가 있었다. 아시안 게임의 개막식 성화봉송이 논란이 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나타난 결과라고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국가 단위의 행사를 한류로 일컬어지는 개별 히트 상품의 종합세트로 마무리 짓는 것은 ‘요즘 한류가 이렇게 대세야’라는 협소한 관념을 자국민을 넘어서 다른 국가들에게까지 주입시키려는 과열된 행동이다. 스포츠인들이 주축이 되어야 할 공식 행사 과정에서조차 한류스타가 점철된 이 상황이 불편하게 느껴지는 이유가 여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