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함20>은 2014년 5월 9일 ‘고함당’을 창당해 총 17개의 정책제안을 했다. 정책의 사각지대에 있는 청년들을 위해 다양한 분야의 정책을 제안하자는 의도 아래 진행된 일이었지만, 고함당은 위기에 봉착하게 되었다. 고함당원들의 씽크빅 부족으로 그들은 더 이상 정책제안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없었다. 그리하여 당원들은 고함당의 내실을 다지기위해 서둘러 씽크탱크인 ‘고함당 청년연구소’를 설립하기로 마음먹었다. [고함당 청년연구소]는 다양한 분야의 청년연구를 소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고함당 청년연구소 세 번째 논문으로 박창식 한겨레 논설위원과 전일권 교수(광운대학교 미디어 영상학부)의 논문<정치적 소통의 새로운 전망: 20~30대 여성들의 온라인 정치 커뮤니티를 중심으로>를 선정했다. 논문은 기존과는 달리 재미와 소통을 중요시하기 시작한 온라인 정치인 팬클럽에 주목했다. 이 새로운 소통방식이 ‘대화 민주주의’를 발전시키고 ‘민주주의의 민주화’의 가능성 보여줄 것이라는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하지만 정보가 넘쳐나는 인터넷에서 정치 문제를 논리적이고 정확한 메시지가 아닌 재미와 소통, 공감만을 중요한 요인으로 선정하였을 때의 문제점이 있지 않을까라는 의문이 든다.




일간베스트 회원들의 광화문 폭식 투쟁 ⓒ오마이 뉴스


                                         




민주화 = 재미있는 정치?




이 논문은 2009년에 생겨난 ‘시미니즘’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지지), ‘아나요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지지)’ 등의 정치인 팬클럽에 주목한다. 이들 팬클럽은 기존 정치 커뮤니티와는 달리, 20~30대 여성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했기 때문이다. 




20~30대 여성들이 온라인 정치 커뮤니티에 등장하자 그동안 386세대 남성을 중심으로 운영되던 온라인 정치 커뮤니티는 새로운 방법으로 소통하기 시작했다. 그 방식은 ‘놀이적 창작변형’이었다. ‘놀이적 창작변형’이란 ‘신조어 만들기’와 ‘외부 비판에 풍자로 맞서기’로 쉽게 표현하여 현재 인터넷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패러디 문화를 지칭한다.




논문은 ‘놀이적 창작변형’이 동영상, 만화, 사진 합성 등 시각적 자료를 이용해 논리적인 공적 언어를 일상 언어로 재미있게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에 대중들의 참여와 관심을 유도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를 통한다면, 시민과 단절된 정당, 노동조합, 사회단체의 소통이 활발해질 수 있다. 또한, 권위와 위계질서가 아닌, 소통을 통한 수평적이고 자유로움을 추구, 공론장에서의 시민은 임무와 책임을 더 잘 수행해낼 것으로 생각하였다.




하지만 재미와 즐거움을 추구하는 놀이적 창작변형 방식을 이용한 정치 담론은 정치에 관해 전문 지식이 없거나, 정치를 막 습득하는 젊은 층에는 비판의식 없이 왜곡된 사실을 그대로 수용하게 할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패러디와 풍자를 통해 어려웠던 정치 담론을 쉽고 재밌게 이해할 수 있었고, 많은 사람의 참여를 유도 하였지만, 그것만으로는 정치 담론에 대한 정확한 사실 여부를 파악할 수 없었다. 결국, 온라인 정치 참여자들에게 남는 것은 정확한 정치 정보의 사실보다는 재미 그뿐이었다.




그 예로 유머 사이트 ‘일간베스트 저장소’에서 일베의 ‘광화문 폭식투쟁’을 그 사례로 들 수 있다. 그 집단 속에서는 수사권, 기소권을 포함한 세월호 특별법 요구를 위한 단식투쟁을 하는 유민 아빠 김영오 씨를 정치적 프로파간다를 가장 잘 아는 정치 협잡꾼, 빨갱이로 취급하며 조롱한다. 단식 투쟁을 조롱하는 것은 정확한 사실에 입각한 주장이 아닌, 그들에게는 단순히 처음에는 놀이었다. 집단에 속하기 위해 놀이를 받아들이는 커뮤니티 속 참여자들은 그들만의 소통과 재미 속에서 필터링 없이 왜곡된 사실을 습득하고, 재미를 극단적으로 추구하기 위해 광화문 광장에 직접 나가 피자와 맥주를 먹는 폭식 투쟁을 시행함으로써 그들은 집단 내 결집력을 가지고 그 집단에 의해 왜곡된 사상이나 가치관을 확고히했다. 




ⓒtvn 백지연의 끝장 토론


                                           




정치인 팬질의 등장




온라인 정치 커뮤니티에 이식된 것은 ‘놀이적 창작변형’뿐만이 아니었다. ‘시미니즘’과 ‘아나요’ 등의 팬클럽에서는 아이돌 팬덤 문화를 많이 닮아있었다. 팬덤 문화는 1990년대를 대표하는 아이돌 응원 문화로, 10대에 팬질을 경험한 여성들은 20~30대가 돼선 아이돌이 아닌 정치인 팬질을 시작했다. (해당 연구는 20대에서 30대의 여성 커뮤니티만을 대상으로 했지만, 논문에서 지적한 특징들은 여성에 한정되지 않고 2030세대의 일반적인 정치의식으로 확장할 여지가 있다.) 덕분에 정치인들은 권위적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유권자들에게는 친근한 이미지로 다가갈 수 있게 되었다.




팬덤 문화는 단순히 정치인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모여 진지한 정치적 담론을 나누는 것을 넘어서, 패션 꾸며주기, 조공 바치기의 형태로 나타난다. 이를 통해 정치인의 이미지는 있는 그대로가 아니라 팬에 의해 재가공 된다. 




하지만 팬덤은 스타에 ‘맹목적’으로 열광하는 팬들이 모여지는 집단으로, 그에 따른 문제가 발생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이 비난을 받으면, 팬들은 맹목적 추종을 바탕으로 논리적이지 않고 비이성적 방법으로 비난에 반박한다. 아이돌 팬덤에서 나타나는 이 ‘배타성’을 ‘나는 꼼수다’의 비키니 사건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정치인 팬덤은 정치에서 흔히 발생하는 비판을 받아들이기보단 아이돌 팬덤처럼 그들만의 입장으로 상대방을 공격했다.




나는 꼼수다 비키니 사건은 나꼼수의 여성 팬이 비키니를 입은 사진을 공개하고, 그것을 본 나꼼수 일원의 발언에서 논란은 시작되었다. 그 발언은 다분히 다른 여성에게 불쾌함을 줄 수 있었다. 영향력이 큰 언론이기 때문에 언론 윤리를 지켜야 한다는 비판도 있었다. 하지만 되돌아온 답변은 비아냥거림, 욕설이었다. 나꼼수 측과 팬덤의 입장은 비키니 시위의 본질을 봐야 하고, 원래 B급 정서의 방송이므로 문제 될 것이 없다는 발언을 내놓았다.




재미있는 정치, 친근한 정치인은 정말 좋기만 할까?




온라인 정치 변화의 흐름 속에서 ‘놀이적 창작변형’과 ‘팬덤 문화’를 통해 10대와 20대의 정치 참여는 상승적인 측면을 띄었다. 하지만 정치에 재미와 소통만을 추구한다면 본질이 아닌 저급한 조크만 남게 될 것이다. 이 때문에 사회적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고, 온라인 정치 변화의 흐름의 방향을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