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이라는 찬란한 수식어 앞에 질병이 들어갈 자리는 없다. 그렇지만 20대와 질병은 정말 동떨어진 존재일까? 20대의 생활 속에도 질병은 존재하고 있고, 그 잠재위험 또한 여기저기에 도사리고 있다. 그리고 그 수많은 ‘질병’ 중에서도 <고함20>은 말 못할 질병을 경험한(경험중인) 20대의 이야기를 전하려 한다. 말 못할 질병이라 웃지 마라, 당신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으니.

 

‘기억력’에 가장 자신있는 나이는 아마도 20대일 것이다. 그렇기에 20대는 치매와 멀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20대 역시 치매의 위험에서 자유롭지 않을 수 있다. 치매는 노화로 인해 발병하는 것 뿐만 아니라 다양한 원인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치매를 유발하는 다양한 원인 중 하나는 바로 알콜, 술이다.

 

알콜성 질환, 간 질환만 있는 게 아니다

흔히 알콜로 인한 질환이라고 하면 간과 관련된 질환을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당신이 20대라면 알콜로 인한 정신질환도 떠올려야 할 것이다. 2012년 건강보험공단의 통계에 따르면, 알콜성 간질환으로 인해 치료를 받은 20대는 5305명, 알콜 사용에 의한 정신 및 행동장애로 치료를 받은 20대는 4483명이다.

두 질환으로 인해 치료를 받은 환자의 수는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하지만 알콜로 인한 정신 장애를 술로 인한 하나의 에피소드 쯤으로 여겨 일시적인 현상으로 치부하는 사회적 분위기나, 정신과 진료를 받는 것을 꺼려하는 보편적인 심리를 고려하면 실제 알콜성 정신질환에 노출되어 있는 환자의 수는 더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알콜성 치매는 어떻게 오는가

대학생 박 모씨(22세, 여)는 술을 마시면 종종 기억을 잃는다. 주로 술자리가 끝나고 어떻게 집에 돌아왔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다음날 같이 술자리를 가졌던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던 그녀는, 귀가길 뿐만 아니라 자신이 했던 말들도 기억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기억을 잃은 사이에 범죄에 노출되었으면 어쩔 뻔 했냐”며 걱정하는 부모님과 친구들을 보자 민망함이 밀려오자, 그녀는 “어찌됐든 무사히 돌아왔으니 됐지 않냐”며 상황을 무마시킨다.

하지만 집에 무사히 돌아왔다고 안심해서는 안 된다. 알콜성 치매의 단계로 접어 들었을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중간 기억이 사라지는 현상은 알콜성 치매의 대표적인 증상 중 하나이다. 특정 시점부터의 기억이 거의 나지 않는 것을 이른 바 ‘블랙아웃(Black-out)’이라고 한다. 의학적으로 블랙아웃은 알콜성 단기 기억상실로 규정된다.

물론 블랙아웃이 한 번 나타났다고 해서 모두 알콜성 치매인 것은 아니다. 하지만 블랙아웃이 자주 나타나고 일상생활에서도 건망증이 나타난다면 알콜성 치매를 의심할 수 있다. 정신과 전문의에 따르면, 임상에서는 블랙아웃을 자주 경험하는 사람은 이미 알콜 중독에 들어선 것으로 판단한다.

 

alchol

 

알콜성 치매, 어떤 질환인가

알콜성 치매는 알코올 의존증과 맥을 같이 한다. 알코올을 자주 접하게 되면 알콜 의존증이 나타나는데 이 상태가 흔히 말하는 알콜 중독이다. 중독 상태를 넘어서 치매와 유사한 기억 장애가 나타나는 경우를 알콜성 치매라고 한다.

블랙아웃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하는 단계와 알콜성 치매는 멀게 느껴진다. 하지만 그렇다고 블랙아웃이 몇 번 나타나는 것을 가볍게 생각하면 안 된다. 우선, 블랙아웃이 나타난다는 것 자체가 알콜로 인해 뇌기능이 저하됐다는 하나의 신호이기 때문이다. 이를 무시하고 지속적인 음주를 할 경우 뇌기능은 급격히 손상된다. 또한, 알콜성 치매를 정당화하기 위해 환자 스스로가 무의식적으로 블랙아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알콜성 치매가 부끄러운 이유

하이닥 건강의학 상담전문의는 “치매가 아니더라도 블랙아웃이 반복되고 있다면 음주를 조절할 능력을 상실한 알코올중독을 앓고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알콜 중독의 뇌를 가진 사람들의 문제점은 술 때문에 겪는 부끄러운 일이 술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문제들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에게서는 술을 끊는다는 생각보다 블랙아웃 증상을 숨기거나, 블랙아웃 중에 일어난 자신의 실수 등 부끄러운 일을 숨기고 변명하려는 경향이 나타난다. 이런 상황은 주변사람들을 고통스럽게 하며, 자신에게 일어난 부끄러운 일을 숨기려는 과정에서 본인 스스로도 고통스럽게 만든다.

자신의 상태를 거짓으로 꾸며 좋아 보이게 만들고, 그 과정에서 자신도 괴로운 악순환의 과정.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이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본다면 어떠한가. 알콜성 치매가 부끄러운 질병인 이유다.

 

 

참고문헌

김원, <술, 대책없이 마시다가 치매까지 부른다>

조근호, <알코올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